🐆치타: 가을이 왔습니다. '귀리소식' 제1호도 왔어요.

앞으로 어떤 뉴스레터를 만들어 나갈지 고민 중입니다. 사실 귀리는 '무엇을' 하는 것보다 '우리가' 하는 게 좋아서 탄생한 집단이거든요. 당연히 '무엇을'에 대한 고민도 열심히 해나갈 겁니다. 그래야 여러분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가을 그리고 여행." 귀리의 첫 소식을 전합니다.

4. 부엉이🦉의 작고 소중한 장면 - 낙엽 샐러드와 밤톨 파티

안녕하세요. 귀리의 취미인간 아르마딜로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해가 점점 짧아지는 게 실감되는 계절입니다. 바로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는 의미겠죠.
가을이 오면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리시나요? 밤이나 단감처럼 맛있는 먹거리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니 지식을 쌓는 분들도 있겠죠. 하지만 모름지기 뜨개러라면 놓아두었던 바늘을 다시 잡는 시기일 것입니다.
'뜨개' 하면 일반적으로 목도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웨터나 가디건 같은 옷부터, 장갑, 모자, 가방, 인형까지 뜨개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답니다. 전 최근에 팬케이크 모양의 베레모를 떴어요.

지나가는 가을을 만끽하며 다가올 겨울에 대비하여 새롭게 뜨개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함께 베레모를 떠보면 좋을 것 같아 링크를 남깁니다.

출근이 싫습니다. 살아가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 출근길에 오릅니다만, 긴장감에 심장이 거칠게 뜁니다. 지금 일은 이제까지 해온 일 중에서는 가장 편하고 재미있지만, 아직도 사회생활은 떨리고 힘겨워요. 고통과 고난을 품은 채로 참고 가다 보면 양쪽에 단독주택들이 있는 짧은 골목길이 나옵니다. 이쪽 골목으로 가도, 저쪽 골목으로 가도 일터까지 갈 수 있지만 저는 항상 그 골목으로만 가요. 그 골목에 있는 집들에서만 풍성하게 자라는 과일나무와 채소를 볼 수 있어서 잠깐이라도 여행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여름에는 식물을 많이 볼 수 있는 골목이다 싶었는데, 가을이 되니 내 것이 아닌데도 마음속에 넉넉함이 차오릅니다. 집집마다 감나무가 있는데 이파리의 진한 초록색과 감의 주황색, 두 빛깔의 어울림이 굉장히 아름다워요. 모과나무를 기르는 집도 있습니다. 노란 모과를 보면 산뜻한 기분이 들어요. 대문 위의 공간에서 자라는 호박이나 고추도 귀엽고 호박꽃은 정면에서 보면 별 모양이어서 골목길이 더 반짝이는 듯합니다. 대추가 열린 나무를 볼 때는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라는 드라마 제목이 떠올라 웃음이 나요. 그 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대추나무에 사랑이 걸려 있을 것만 같습니다.

여름에는 대문 안쪽으로 연두색의 포도송이들이 언뜻언뜻 보였는데, 가을이 되니 잘 보이지 않아요. 별 탈 없이 잘 익어서 맛있게 드셨을까요?  가끔 남아 있는 가지들도 보이는데 더 추워지기 전에 얼른 드셔야 하는 것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도 해봅니다. 그러다 보면 오늘 직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과연 내 몫을 할 수 있을지 하는 생산적인 것 같지만 의미 없는 걱정들을 떨쳐버릴 수 있어요.  

여행이 내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어디 쓸 데는 없지만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듯이 골목길의 식물들과 쓸데없는 생각들이 출근하는 발걸음에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이 글을 쓰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여행을 뜻하는 영어 '트래블(travel)'과 일을 뜻하는 프랑스어 '트라바이(travail)'는 어원이 같대요.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라틴어 '트리팔리움(tripalium)'이 나오는데 이건 고문 도구라고 하고요. 고통, 고난에서 여행도 나오고 일도 나왔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지금의 어려움이 꼭 어려움으로만 끝나는 건 아니겠구나 하는 희망도 생깁니다. 힘들고 어려운 출근길이지만 그 길을 걸으면 일과 여행의 경험이 내 안에 켜켜이 쌓이겠지요.

여러분의 출근길이 궁금합니다. 반짝이는 여행길이면 좋겠어요.

삽질, 여행,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