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를 기르고 식물을 즐겨요.

"식물과 커피." 귀리의 두 번째 이야기, 함께 나눠요.

2023. 11. 5.

🌾 커피를 기르고 식물을 즐겨요.

🐨코알라: 안녕하세요, 귀리소식 구독자 여러분. 가을이 깊어지는 시간,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뻐요. 지난 번 귀리소식 때만 해도 푸른 잎들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그 사이에 낙엽이 쌓이는 계절이 되었어요. 환절기라 그런지 감기 환자가 많고, 저도 그중 하나인데요. 귀리소식을 받아보시는 여러분은 건강하게 이 가을을 만끽하고 계시길 바라요.

"식물과 커피" 귀리의 두 번째 이야기, 함께 나눠요.

아르마딜로🦖의 취미로 만든 세상 - 알면 더 즐겁다, 커피 이름의 유래
코알라🐨의 뭉툭한 생각 - 보잘것없지만 힘이 되는
치타🐆의 사적인 감상 - 나는 너를 식물식물해
부엉이🦉의 작고 소중한 장면 - 향기로운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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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딜로의 취미로 만든 세상

알면 더 즐겁다, 커피 이름의 유래

안녕하세요. 귀리의 취미 인간 아르마딜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친 현대 사회에서 피곤을 떨쳐내기 위해, 또 어떤 사람들은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면서 즐기는 음료가 있습니다.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진 팔색조 같은 매력의 이 음료, 바로 커피입니다.

여러분은 카페에서 자주 커피를 즐기시나요? 저는 카페에 처음 갔을 때 아무것도 몰라서 제일 앞에 있던 에스프레소를 마셨다가 고생한 기억이 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아메리카노부터 우유가 들어간 카페라테, 초콜릿 향이 달콤한 카페 모카 등등……. 쉬이 입에 붙지 않는 어려운 이름들이지만 의미와 유래를 알면 기억에 남는답니다.

카페는 커피를 의미하기 때문에 커피가 들어간 음료엔 카페가 붙는답니다. 우유가 들어간 음료엔 라테가 붙습니다. 그러니까 카페라테는 커피와 우유가 들어간 음료이지요.

마키아토는 점을 찍는다Marked는 뜻입니다. 보통 샷을 먼저 넣고 음료를 만드는 것과 반대로 샷을 마지막에 넣으면서 우유 거품 위로 갈색의 점이 생기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랍니다.

모카는 유럽에 처음 커피를 수출한 예멘의 모카항에서 유래했답니다. 예멘은 커피 생산지이기도 했는데, 예멘 커피는 초콜릿 향이 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콜릿이 들어간 커피 음료에 모카가 붙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많은 직장인들의 포션이라 불리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전파되면서 크고 양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 미국인들이 물을 부어 양을 늘려 먹었기 때문에 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달콤한 크림과 쌉싸름한 커피가 조화로운 비엔나커피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마부들이 피로를 풀기 위해 진한 커피에 크림을 올려 먹은 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한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의미하는 아인슈페너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카푸치노는 카페라테보다 우유 거품을 풍성하게 올려 갈색 커피 거품 가운데로 하얗게 올라간 우유 거품이 인상적인 메뉴입니다. 이 카푸치노의 유래가 특히 재밌는데 가톨릭 수도회의 하나인 '카푸친' 수도회의 수도사 모자를 닮았기 때문에 카푸치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혹자는 카푸친 회의 수도사들이 정수리 머리카락을 모두 밀고 둥그런 고리 모양으로 남겨두었는데 이 머리모양에서 유래했다는 의견도 있다고 해요.

이런저런 커피 이야기만으로 주변에 커피향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 소설과 음악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면 어떨까 싶은 시간이네요.

소설 읽으러 가기

박석태

<마녀로 빙의해도 바리스타입니다>

바흐

<커피 칸타타>

🐨

코알라의 뭉툭한 생각

보잘것없지만 힘이 되는

여유 있는 아침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창문 쪽을 바라봅니다. 향만 나는 정도의, 맹물에 가까운 커피를 좋아해요. 기운을 차리는 시간입니다. 왜 기운이 날까요? 적당한 카페인 때문인지, 차가운 공기를 비집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온기의 힘인지, 곡물차처럼 고소한 연한 커피의 향 덕인지, 의외로 커피와는 상관없이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확신할 수 없어요. 기운이 나는 이유는 모르지만 아무튼 기분은 좋은 그 시간, 창문 바로 앞 시선 끝에는 바질 화분이 있습니다.

바질은 한해살이풀입니다. 친구에게 1년 넘은 바질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는 마지막으로 잎을 다 딴 후에 뽑고 새로 심는다고 대답해 주었어요.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마음으로 몇 장의 이파리가 달린 바질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가끔 세 잎 정도 따서 요리에 얹어먹기도 합니다만, 우리 집 바질은 식용 허브로서의 쓸모를 거의 하지 못하고 시들어 떨어지고 다시 나기를 반복합니다. 그러기를 이제 4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화분 두 개를 풍성하게 채우던 둘이 3년째, 4년째에 각각 수명을 다하고, 자연스럽게 떨어진 씨앗에서 움튼 줄기 하나가 남았습니다. 흙을 갈아주지도 않고 영양제도 주지 않는 못난 반려인을 만나 첫해의 튼실함, 빽빽함은 찾아보기 어려워요. 모양을 묘사하려면 비실비실, 듬성듬성이 가장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비실비실, 듬성듬성이라니 글씨만 보아도 힘이 빠지고 안쓰러운 기분이 들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런 우리 바질을 보고 만지고 맡으면 안도감이 들고 힘이 난다는 거예요.

충분히 기운을 받았으니 저도 이제 남은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 바질에게 물을 주어야겠습니다. 화분 속에 손가락을 넣어 확인해 보니 흙이 보송보송 말라있어서요. 앙상한 바질 줄기, 연하디연한 커피 덕에 오늘을 잘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것만이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겠지요.

무엇이 여러분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지 궁금합니다. 귀리 소식도 그 가운데 하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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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타의 사적인 감상

나는 너를 식물식물해

식물 너무 좋지 않나요? 식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도, 크게 식물과 관련된 삶을 살지 않아도 식물은 언제라도 좋아요. 조용하고 꾸준한 식물들. 눈길 닿는 곳 어디에나 있고, 눈길 받지 않아도 제 몫의 삶을 살아내는 꽃들, 나무들, 풀잎들. 사람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라는 식물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저 그것으로 고마워집니다. 위로가 돼요.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식물 관련 책 두 권을 가지고 왔어요.

동화책 <Miss Rumphius>, 실용서 <사계절 오동통 꽃자수>입니다.

방망이 깎던 노인, 나무를 심은 사람
그리고 럼피우스 할머니

<Miss Rumphius>는 푸른빛과 보랏빛 그리고 장밋빛 꽃을 심는 럼피우스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럼피우스는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넓은 세상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웁니다. 할아버지처럼 먼 곳으로 떠나보고, 나이가 들면 할아버지처럼 바닷가에 살겠다고요. 할아버지는 그런 럼피우스에게 한 가지 더 이야기합니다.

"You must do something to make the world more beautiful."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죠.

어른이 된 럼피우스는 어릴 적 꿈처럼 먼 곳으로 떠납니다. 새로운 도시의 도서관에서 일도 하고, 열대 섬마을에서 친구도 만들고, 만년설의 산 정상에도 오르고, 정글과 사막도 지납니다. 그리고 이제 머리가 희끗해진 럼피우스는 바다 근처에 거처를 마련하기로 해요.

작은 정원을 가꾸고 자연을 바라보며 거의 완벽한 행복을 느끼는 럼피우스. 지금이 바로 할아버지가 이야기한 마지막 꿈을 이룰 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민이죠. "The world already is pretty nice." 세상은 이미 꽤 아름다운걸요.

이미 아름다운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일이라... 고민 끝에 럼피우스가 내린 결론은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추천합니다. 예상한 대로일 테지만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걸 보게 될 거예요. 이를테면 한 걸음씩 꿋꿋이 걸어 나가는 럼피우스의 발걸음과 꼭 닮은 푸른빛과 보랏빛 그리고 장밋빛 꽃 같은 거요.

읽으면 네 생각이 나

<사계절 오동통 꽃자수>는 계절별 식물들을 자수로 소개해 주는 책입니다. 초보자도 도전해 볼 만한 쉬운 자수법과 고수도 만족할 만한 예쁜 디자인을 겸비한 식물 도안들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제가 아르마딜로도 아니면서(?) 취미 실용서를 추천하는 이유는 따로 있어요. 이 책은 수를 놓지 않아도, 식물들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작가님이 계절마다 골목마다 고개를 내민 식물들을 오래 관찰해 도안을 완성하였다고 해요. 세심하게 표현된 특징들 덕분에 저는 이 책의 식물들을 보면 하나하나마다 누군가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러면 한참 그 사람을 생각합니다.

봄 수수꽃다리(라일락)를 보면 부엉이가 생각나요. 향기로운 사람이거든요. 은은하면서도 진한! 여름 산딸나무는 아르마딜로가 떠오릅니다. 하얀 꽃잎이 지고 빨간 열매가 맺히는 반전이 아르마딜로의 매력과 비슷해요. 코알라는 가을 참나무를 닮았어요. 말 그대로입니다. 동그란 애착 모자를 쓴 얼굴이 너무나 도토리예요.

많은 분들이 MBTI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해하곤 하는데요. 네? 실컷 해봤다고요? 살짝 지겨운 참이라고요? 때마침 그렇다면 이제 식물로 해봅시다. <사계절 오동통 꽃자수>와 함께!

🦉

부엉이의 작고 소중한 장면

향기로운 식물

기후 위기 때문일까요?
식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건이나 플랜테리어 등 식물에 대한 수요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식물을 시각적으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식물의 추출물인 에센셜 오일의 향을 맡고 피부에도 직접 바르는 아로마 테라피도 들어보셨을 거에요.
*아로마 테라피: 향기를 뜻하는 아로마(aroma)와 치료요법을 뜻하는 테라피(therapy)의 합성어로, 향기치료, 향기요법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감각 기관 중 가장 빨리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감각은 후각이라고 해요.
향을 맡음으로써 우리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를 맡고 내가 알던 사람이 생각나는 것과 같은 일들인데요.

후각은 기억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이 오는 감각. 후각을 통해 식물의 추출물인 에센셜 오일을 이용해서 몸과 마음의 이완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로마 테라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