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 🌚 밤이 되었습니다. 구구절기를 열어주세요.

스물두 번째 절기, 동지입니다.

2023. 12. 17.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치타: 가장 익숙한 절기 중 하나, 동지입니다. 유난히 반가운 날이군요. 무언가를 먹음으로써 절기를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오늘의 절기! 동지

1.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가마솥에 푹 삶은 팥, 팥장군
2.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 빨간 절기엔 어글리 스웨터
3.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 올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요
4. 🐆치타의 사적인 감상 - 긴 밤 지새우고

동지(冬至)는 24절기 가운데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태양의 부활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다. 이 관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처럼 동지첨치(冬至添齒)의 풍속으로 전하고 있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가마솥에 푹 삶은 팥, 팥장군

구구절기를 시작하며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는 절기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많습니다.
어릴 때 엄마께서 왜 팥죽을 해주셨는지, 왜 마른 나물들과 땅콩 등 견과류를 먹으며 "부스럼 깨물자~!" 소리 내 말하면서 먹었는지(정월대보름의 기억)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젊을 때는 '그런 걸 뭣하러 챙기지?' 하면서 대신 피자 같은 걸 먹으며 자연스레 절기를 잊고 살았는데요. 구구절기를 진행하면서 어릴 때부터 먹고 해온 것들이 몸에 자연스럽게 베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간과 자연의 흐름에 따라 절기를 나눴기 때문에 절기를 잘 챙기면서 산다는 건 계절을 느끼고 제철 음식도 챙겨 먹으며 건강한 삶을 꾸려나가는 일이라는 것도요.

다가올 절기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들이 저에게는 재미있습니다. 지금껏 생각도 안 해본 동지라는 절기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슨 글을 써야 하고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재미있습니다. 때로는 지루할 수도 있는 기나긴 삶에 재미를 한 스푼 끼얹은 느낌입니다. 이번 구구절기 멤버들 모임의 드레스코드는 '팥죽'인데요. 모두들 어떻게 하고 입장할지 기대가 됩니다.(치타는 모두에게 나눠줄 머리띠까지 구입을 했다고 하네요.) 저에게는 이런 것들이 재밌습니다.

밤이 길다는 이 '동지'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보내러 저는 팥 맛집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 '팥장군'을 소개합니다.
팥을 가마솥에 끓여 내어 잘 삶아진 팥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인데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큰 가마솥 두 개가 보입니다. 맛의 기대를 더 증폭시키는 모양새입니다. 푹 삶은 팥으로 맛볼 수 있는 팥죽과 팥빙수까지 있었는데요. 식사 후 방문한 거라 팥죽은 포장하고 후식으로 팥빙수를 주문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팥을 먹는다는 의미는 같으니까요.
팥죽에 동동 띄워진 새알심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고 하던데 팥빙수 위에 얹어진 하얀 떡이 새알과 비슷하다고 의미를 끼워 맞추며 맛보았습니다. 제 입맛엔 맛있었습니다. 가마솥에 삶은 팥을 올린 팥빙수를 어디서 맛볼 수 있을까요.

기나긴 밤 동지. '나름대로 동지'를 실천해 보길 바라요.

팥장군(까치산역점)
위치 강서구 곰달래로155-1
전화 02-2606-8458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빨간 절기엔 어글리 스웨터

안녕하세요. 구구절기의 맵시인간 아르마딜로입니다.

다가오는 22일은 '동지'랍니다. 친구를 의미하는 동지가 아니라 겨울 '동(冬)'자에 이를 '지(至)'자를 써서 동지랍니다. 그래도 언제나 구구절기와 함께하는 여러분은 언제나 동지입니다! 동지엔 밤이 가장 길어진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동짓날이면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붉은색의 팥죽을 끓여 먹는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비틀어서 빨간색과 12월 말일이면 크리스마스가 생각나지 않나요? 여기서 또 한 번 비틀어서 크리스마스라면 어글리 스웨터가 아닐까요! 그래서 오늘은 어글리 스웨터를 준비했습니다.

어글리 스웨터는 말 그대로 못생긴 스웨터를 의미합니다. 산업혁명 이전 스웨터는 집에서 어머니나 할머니가 직접 떴다고 해요. 그만큼 정성이 많이 들어갔지만 그래서 늘어나거나 올이 풀려도 쉬이 버릴 수도 없는 옷이었죠. 못생기고 촌스럽지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이러한 어글리 스웨터를 꺼내 입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크리스마스는 어글리 스웨터'라는 공식이 자리 잡게 되었답니다. 요즘은 특색 있는 크리스마스 파티로도 많이 즐기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장식이 달렸다든가 특색 있고 귀여운 디자인도 많이 나왔답니다.

사실은 저는 12월이면 어글리 스웨터를 하나씩 모으는 취미가 있습니다. 리본이나 구슬 장식이 달린 것도 있고 방울이 달린 스웨터도 있어요. 심지어는 꼬마전구가 달린 스웨터도 있답니다! 무늬는 펭귄도 있고 춤추는 눈사람이 있기도 해요.

오늘 소개할 스웨터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빨간색 니트 카디건입니다. 카디건의 한쪽 면엔 펠트 진저쿠키랑 리본, 구슬이 장식된 화려한 트리가 있습니다. 반대쪽 면엔 선물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꼭대기에 리본을 맨 곰돌이가 뜨개로 예쁘게 그려져 있어요. 단추까지 뜨개로 꼭꼭 감싸 사랑스러움을 한층 더해 줍니다.

여러분도 못생기고 사랑스러운 어글리 스웨터와 함께 동지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보기만 해도 신나고 따스한 스웨터를 보면 귀신도 달아날지도 몰라요!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올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요

연말이 다가오니 일이 많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붙잡고 있던 여러 가지 작은 일들이 몸집을 불려 두 손 밖으로 튀어 나갈 것 같습니다. 해의 마지막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동시에 새해가 코앞이기도 하니 정리해야 할 일도, 준비해야 할 일도 많은 것이 당연할지 몰라요. 기억해야 할 일이 많아지니 정신이 없고 실수도 잦습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어서 수습할 수 없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요즘은 항상 조마조마하고 몸도 마음도 버거워서, 얼른 이 시기가 끝나고 새롭고 편안한 시간이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저녁 8시에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일정이 많아서 해의 기운이 변하는 걸 느끼기가 더 쉬웠습니다. 퇴근길이 하루하루 점점 더 어두워지다가 다시 해가 길어지며 날마다 조금씩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어둑어둑했던 길도 점차 잘 보이게 되었지요. 작년의 경험처럼 동지가 지나면 지금의 깜깜한 눈앞이 보다 밝아지고 막막함보다는 경쾌함이 서서히 늘어날 거라 믿습니다.

동지와 관련된 속담을 찾아보았어요. 단오 선물은 부채이고, 동지 선물은 책력이라고 합니다. 해마다 주문하는 달력이 있는데, 마침 이 글을 쓰기 전에 도착해서 스스로에게 주는 동지 선물이 되었어요. 아직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새 달력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년에는 어떤 일들을 벌일지,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지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올해 있었던 많은 일들은 작년 이맘때에는 생각지도 못했거나, 바라기는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었어요. 막상 겪어보니 그게 다 좋고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분명 좋은 부분이 있고 때때로 밀려오는 어려움을 견디고 나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계획했던 대부분의 일들은 해내지 못했는데, 의외로 그건 그렇게 아쉽지 않아요. 눈앞에 닥친 일들에 집중하며 사느라 포기했던 일들인 만큼 인생의 우선순위에서 앞선 것들이 아니기도 했고, 동시에 작년의 예상과 기대에 기대어 세운 계획에서는 느낄 수 없었을 도전과 재미를 올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당장은 벌여놓은, 혹은 벌어진 일들이 잘 수습되기를 바라는 일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동지 팥죽을 먹을 때쯤이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을 거예요. 그때에는 새해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새해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러나 좀 더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 외에 소소한 도전들이 몇 가지 떠오르지만 그것도 다 지금 하는 일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들입니다. 올해 시작한 새로운 일들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으니 그 안에서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얼마 남지 않은 한 해의 마지막, 여러분에게도 편안하고 설레는 순간이 가득하길 바라요.

치타의 사적인 감상

긴 밤 지새우고

안녕하세요. 구구절기의 밤샘인간 치타입니다. (아르마딜로 패러디)

연말이에요. 연말엔 바쁩니다. 물론 연초는 연초라서, 이때는 이때라서, 저때는 저때라서 바쁘지요. 바쁘다, 아프다 이야기를 안 하려는 편인데 일로 바쁘고 월경통과 피로 누적으로 아프네요. 하지만 역시 바쁘고 아픈 게 즐겁지 않다는 건 아니어서 저는 오늘도 즐겁고 신이 납니다.

바쁘고 아프고 즐겁고 신나는 치타가 긴 밤 지새우고 소개하는 동지 맞이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갑니다!

"팥에 관련된 영화가 뭐가 있을까?" 함께 고민하던 중 부엉이와 코알라가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근데 치타 취향이 아닐 것 같은데..."라는 말과 함께요.

...네, 저의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취향을 접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취향이 아님에도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늘 있는 법이죠.

일본의 전통 간식인 단팥빵 '도라야키'를 판매하는 센타로의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도쿠에 할머니가 합류합니다. 시판 팥 앙금을 쓰던 센타로에게 팥 앙금을 직접 만들어 맛보여주는 도쿠에 할머니. 할머니의 팥 앙금은 완전히 다른 맛이 납니다. 마음을 담아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기다리길 반복하며 만든 것이니까요.

팥을 씻고 말리고 골라 뜨겁게 덥히고, 서서히 식히고, 부드럽게 젓는 모든 과정이 그 자체로 따스합니다. 사람도, 도쿠에 할머니가 팥을 다루듯 대한다면 훨씬 더 부드럽고 달콤한 세상이 되겠다 생각했어요.

도쿠에 할머니 역으로 분한 키키 키린 배우의 놀라운 연기도 이 영화의 묘미입니다. 영화 중간에 시간의 흐름이 있는데, 실제 그렇게 흘렀을 리 없는게 분명한 시간인데도 너무나 선명히 '세월' 같은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신기했어요. 연기란 멋진 것이구나!

사실 저는 "형, T발 C야?"의 C여서 해결점이 명확해 보이는 문제를 그대로 두는 듯한 영화 속 모습이 의아하기도 하고 현실적인 위생 문제 같은 것들도 눈에 밟혔습니다. 그러한 한편으로는 도라야키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참 좋았고, 각자의 아픔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친구가 되는 모습도 뭉클했습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의 취향이길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치타: 동지, 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들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 궁금합니다. 일단 저는 아무 형도 아닌 것 같아요. 아침 컨디션이 더 좋은데 어쩐지 일을 밤에 많이 해서.

🦉부엉이: 저는 부엉이지만 아침형이에요. 아침에 부지런을 떨고 금방 체력이 방전되곤 합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

🐨코알라: 코알라이니만큼 하루 종일 졸립긴 하지만... 아침이 제일 쌩쌩한 아침형입니다. 아프거나 피곤해서 일찍 못 일어나면 하루를 잃은 느낌이에요.

🦖아르마딜로: 저녁형이에요! 오전엔 맹~하다가 해가 지면 활발해져요:) 태양열을 충전해 두는 걸까요?

오늘 구구절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동지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내 이야기 나누기

지난 구구절기 보기

구구절기를 구독하고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제철 맞은 네 짐승의 구구절절 24절기 소식

이전 뉴스레터

대설(大雪) ❄️ 펑펑 함박눈 내리는 날에는

2023. 12. 3.

다음 뉴스레터

소한(小寒) 🍊 추위가 몰려옵니다. 이불과 귤을 준비해요.

2024. 1. 7.

구구절기

제철 맞은 네 짐승의 구구절절 24절기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