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절기, 대설입니다. 🦉부엉이: 다가오는 12월 7일은 절기상 대설(大雪)에 해당됩니다. '큰 눈이 내린다'라는 뜻인데요.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드는 함박눈을 상상해 보고 싶어요.
오늘의 절기! 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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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 눈사람이 되어 핫초코를 마셔요
-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 애정하는 외투를 꺼낼 시간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어서 오세요! 태백산 눈축제
- 🐆치타의 사적인 감상 - 찐 독서의 계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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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大雪)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이다.
이 시기는 한겨울에 해당하며 농사일이 한가한 시기이고 가을 동안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시기이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지지만 실제로 이날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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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눈사람이 되어 핫초코를 마셔요
어제는 화가 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분노가 치솟는 지점이 다 다를 텐데, 저는 억울할 때 화가 많이 나요. 상대방 필요에 맞춰주려고 노력했는데, 다른 사람 말만 듣고는 제가 귀찮아서 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지 뭐예요. 메시지의 어투가 무례한 것도 아니었고, 신뢰가 두터운 사이도 아니니 실은 그렇게 화가 날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짧은 글의 어딘가가 뾰족하고 긴 바늘이 되어 억울함을 찔렀고, 그게 폭발해버렸어요. 뒷골이 땅기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은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에요. 상대방이 어떤 말을 들었든, 그리고 무슨 말을 했든 그저 있는 그대로 사실만 말하면 해결될 일이었거든요. 실제로 제가 열심히 했고, 그 증거도 있고, 해석이 분분할만한 일도 아니어서 억울해하고 화를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화가 솟구치는 와중에도 그건 알고 있어서 화를 쏟아내지 않고 답을 하려 애썼어요. 그나마 말이 아닌 문자로 오간 대화라 화가 덜 묻어났겠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 담담하게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노력과 결과가 항상 함께 가는 건 아니니까요.
평소보다 훨씬 가시 돋친 하루를 보내고 자기 직전까지 투덜댔어요.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불행이 함박눈처럼 펑펑 내려서 내 온 마음을 덮는 것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요.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버스도 타지 못하고 발이 푹푹 빠지도록 눈 쌓인 언덕길을 몇 시간 동안 걸어 올라갔던 일, 앞이 보이지 않게 쏟아지는 진눈깨비 때문에 너무도 무서웠던 순간, 눈 때문에 생긴 각종 사고들, 금세 녹고 더러워져 질척이는 모양에 대해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의 심상을 그려보려 애썼어요. 그런데 밤사이 마음속에 내린 눈이 분노를 다 덮어버렸는지 소복이 쌓인 눈 밭에 앉아 뜨거운 초콜릿을 마시는 눈사람만 떠오릅니다. 흐린 하늘 아래 황량한 들판에 버려진 밤송이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눈사람 옷을 입히고 묵직한 컵 하나를 건네요. 그 안에는 끈적하고 따끈한 초콜릿이 담겨 있습니다.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어제의 화가 마시멜로처럼 녹아내립니다. 한 모금 더 마시니 화가 났던 나에 대한 부끄러움도 가라앉아요. 상대방에게도, 나에게도 상냥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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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에 어울리는 속담을 찾아보니 눈은 보리의 이불이래요. 눈은 상냥한 마음의 이불이기도 한가 봅니다. 올겨울엔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우선 마음속에 눈을 내리게 할 거예요. 눈은 화를 차갑게 식히고, 화를 피해 숨은 좋은 감정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겠지요. 그걸로도 모자랄 땐 눈 밭에 앉아 진한 초콜릿을 한 잔 마시려고요. 여러분의 마음에도 상냥한 마음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눈이 내리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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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애정하는 외투를 꺼내 눈놀이 할까요
안녕하세요. 귀리의 맵시 인간 아르마딜로입니다.
오늘의 절기는 '대설'입니다. '대설특보'나 '대설주의보'처럼 기상예보에서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르겠어요. 24절기의 하나인 '대설'은 한 해 중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에는 맞지 않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도 슬슬 눈을 기대할 수 있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은 눈을 좋아하시나요? 직접 치워야 하는 사람이면 예쁜 쓰레기라며 싫어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저는 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두껍게 쌓인 눈을 밟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눈이 오는 날은 대체로 하늘이 하얘서 '하늘이 부서져 내리는 게 아닐까' 하는 감상적인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있으면 맨손이더라도 꼭꼭 눈뭉치를 뭉쳐서 꼬마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요. 어릴 때는 이글루를 만들겠다고 번번이 달려들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답니다. 눈 벽돌만 열댓 개 만들고 나면 질려서 다른 데로 눈을 돌리곤 하더라고요. 눈놀이 하면 작년에는 눈오리가 유행했었죠? 저는 올해도 전국적으로 오리떼가 출몰하기를 소소하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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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눈놀이에 맞춰 옷장에서 따뜻하고 활동적인 외투를 꺼내봅니다. 복슬복슬 하얀 안감이 두껍게 쌓인 눈처럼 따스하게 감싸는 외투입니다. 낙엽과 닮은 갈색과 짧은 기장, 커다란 후드가 활동성을 한 스푼 더해주는 듯합니다. 저는 지난 겨울에 〈슬램덩크〉에 푹 빠져서 '완전 농구공 색이다!' 하고 한층 더 애정하게 된 옷이에요. 목도리나 장갑을 곁들여도 귀엽고 멋지게 어울린답니다. 얼른 눈이 와서 이 외투와 함께 거대한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요.
여러분은 애정하는 외투가 있나요? 있다면 그 옷의 좋아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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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어서 오세요! 태백산 눈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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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눈에 의한, 눈을 위한. 스노우 파티(?)의 현장, 태백으로 떠나볼게요!
정적이 내려앉은 새하얀 세상. 어서 오세요. 여기는 태백산 눈축제의 현장입니다!
강원도 태백에서는 매해 1월 말경 닷새간 눈 축제가 열리는데요. 코로나 기간 동안 아쉽게도 열리지 못했다가 드디어 2023년 1월에 다시 축제를 열었습니다. 이번 축제는 '이상한 동화나라 태백 마을'이라는 주제로, 기다렸던 만큼 볼거리가 매우 많았는데요.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최되는 눈조각 경연대회, 이글루 카페 등 매우 흥미롭고 다양한 행사와 즐길거리가 즐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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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얼음 미끄럼틀, 태백산 눈꽃 산행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4년 눈축제도 매우 기대되는데요. 눈 속에 포옥 파묻히고 싶거나 눈 위에 누워서 뒹굴뒹굴 구르다가 눈사람이 되어 보거나 오롯이 눈만을 즐길 수 있는 태백산 눈축제와 함께 특별한 새해를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장소 태백산국립공원, 황지연못(문화광장)
주제 이상한 동화나라 태백마을
내용 개막식, 눈·얼음조각 전시, 눈꽃등반대회, 체험행사 등
문의 033-553-6900(태백시문화재단), 033-550-2828(관광안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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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의 사적인 감상
찐 독서의 계절, 겨울
대설. 일 년 중 눈이 가장 많이 오는 날입니다. 눈의 물리적 속성은 분명 차가움인데 어째서인지 그 심상은 따스함이군요. 하얀색이어서일까요, 폭신해서일까요? 둘 모두의 특징으로 휘황찬란 들쑥날쑥한 세상을 덮어 차분히 채도를 낮추어서일까요?
대설. 눈이 많이 와 촉각을 차갑게 얼어붙이는 이날은 한편 시각을 포근하게 녹여주는 것도 같습니다. 꼭 그 연장선에 있는 듯한 이야기도 전해지죠.(아님)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에 따뜻한 겨울이 찾아온다고요.
대설. 조용한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날처럼, 신기한 털실로 세상을 바꾸는 한 소녀의 이야기 〈Extra Yarn〉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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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
풍경이라고는 흰 눈과 굴뚝의 검은 그을음이 전부인 어느 마을. 그곳에 사는 소녀 애너벨은 어느 날 길에서 털실이 든 작은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 털실로 자신의 스웨터를 떠 입은 애너벨의 모습은 온통 희거나 검은 마을에 홀로 알록달록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이런, 한 친구 녀석이 애너벨을 놀려요. "야, 너 완전 이상해." 애너벨은 마음이 상합니다. 앗, 학교 선생님도 역정을 내시네요. "애너벨! 아이들이 다 너 쳐다보느라 수업에 집중을 못 하잖니." 애너벨은 당황합니다. 아이고, 이번엔 한겨울에도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을 고수하는 괴짜 아저씨가 애너벨에게 철벽을 칩니다. "난 털실로 만든 건 필요 없다."
이쯤 되니 애너벨이 걱정되는데요. 상처받겠어요. 나쁜 짓을 하려는 것도 아닌데 왜들 이렇게 날이 서 있을까요? 하지만 변화를 낯설어하는 건 참 흔한 모습입니다. 나아가는 것보다 머무는 것이 쉬운 편이니까요.
기분은 기분, 행동은 행동
아마 애너벨의 기분도 좋진 않았겠죠. 하지만 애너벨은 당장의 기분보다는 앞으로 할 행동에 초점을 맞춥니다.
자신을 놀리던 소년에게 스웨터를 떠주는 애너벨. 소녀가 떠준 털옷을 입은 소년의 어리둥절한 모습이 퍽 귀엽습니다. 애너벨은 선생님의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반 아이들 모두에게도 스웨터를 떠주겠다고 하는데요. 이때도 선생님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윽박지릅니다. 그러나 역시 털실같이 조용히 끈질긴 소녀 애너벨은 반 아이들의 것은 물론 선생님의 스웨터까지 떠서 모두를 포근하게 연결해 주죠. 옷 입기를 거부하는 괴짜 아저씨에겐 옷 말고 다른 귀여운 걸 떠주었네요. 예상 못 한 선물에 놀란 아저씨 얼굴이 흡족해 보여요.
이제 마을은 더 이상 흑백의 모습이 아닙니다. 포근한 파스텔 색의 털실들이, 아니 그보다 더 넉넉한 애너벨의 마음이 이곳저곳을 수놓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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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자라는 방식
애너벨은 그 모든 '이상해'와 '안 돼'를 뚫고 어떻게 계속해서 털옷을 선물할 수 있었던 걸까요? 어떻게 그 털실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나오는 거죠?
아마 애너벨도 그토록 많은 반감을 예상하진 못했을 겁니다. 아니, 하지 않았을 거예요. 앞으로 이어질 지난한 여정과 다양한 변수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애너벨은 거기에 집중하기로 했으니까요. 그 작은 행동이 그다음 행동을 불러오고, 그다음 행동이 또 다음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한 번의 용기는 일일이 힘이 되어 나를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마치 시들고 자라기를 반복하는 식물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신기한 털실처럼 무한히 자라나는 어떤 것이기에.
나를 잊지 말아요
그래도 이건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애너벨이 제일 처음 뜬 스웨터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애너벨의 것이었다는 점.
세상은 신경 쓸 일이 참 많은데요. 딱히 내가 아니어도 되겠지만 내가 신경이 쓰여 꼭 하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엔 유기견 보호소 봉사가 그래요. 매주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몇 번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내가 이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급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느끼는 나 자신이 좀 초라하기도 해요.
하지만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서부터 하자. 그래서 저는 어느 주말농장에서 태어났다는 우리 집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산책을 나가요. 세상 모든 유기견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기분 말고, 지금 내 옆에 있는 강아지들을 챙기는 행동을 하자. '이것만 하자'는 마음이라기보다 '여기서 시작하자'는 마음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갑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요? 네, 맞습니다만 제 강아지들은 진도와 말라뮤트의 믹스로(추정) 각각 17kg, 27kg을 자랑하며... 실내 배변을 하지 않는 진도의 깔끔함과 설원을 누비는 썰매견의 에너지를 겸비하여... 정말로 비가 태풍으로 쏟아지나 눈이 대설로 내려앉으나 저는 나갑니다. 지금 여기 이건 한다는 마음으로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가 낸 용기가 다시 나에게 힘이 되어서 더 많은 것들을 보게 해줍니다. 다른 강아지의 응가를 줍는다거나 동네고양이의 물그릇을 채워준다거나 채식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는다거나요.
그러니까 우리 많은 것을 계획하고 애쓰기에 앞서 나를 챙기기로 해요. 거기서 시작하기로 해요.
오늘 너무 길게 써서 갑자기 끝내겠습니다.(?) 사실 독서의 계절은 가을보다는 겨울이 아닐까요? 가을은 날씨 좋아서 나가야 하잖아요. 방에서 귤 까먹으며 책 읽기 좋은 계절은 겨울. 그중에서도 대설, 이 절기가 딱이겠네요. 저는 〈Extra Yarn〉을 추천하겠습니다. 한국어판 제목은 〈애너벨의 신기한 털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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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대설을 맞이해서 해보고싶은 자기만의 '작은 의식'같은 것이 있을까요?
🐨코알라: 보리를 덮어 따뜻하고 촉촉하게 지켜주는 눈을 떠올리며 뜨거운 보리차를 마실래요.
🦖아르마딜로: 하얀 눈가루가 뿌려진 찹쌀떡을 먹겠어요!
🐆치타: 침구 빨래를 하려고요. 이불이 완전 흰색인데 개털이 너무 붙어 약간 회색 됐거든요. 흰 눈처럼 새하얗게 도전!
오늘 구구절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작은 의식'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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