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정말일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들은 추측되는 것이 아니라 믿어지기도 하잖아요. 자신의 '이 사람'을 찾는 사람과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뿐,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게 저의 믿음입니다. 찾지 못해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과 찾지 못해서 모든 것을 낯설어하게 되는 사람도 있겠어요. 하지만 여전히 '이 사람'이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슬아 작가의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에 실린 여러 서평들은 다양한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그중 몇 편은 작가가 사랑하는 사람 '하마'에게 쓰는 편지의 형식인데요. 다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작가에게 하마는 '이 사람'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나의 퉁퉁 부은 눈을 보면 어느만큼의 슬픔인지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 그의 죽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내 것처럼 가늠이 되는 사람,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사려 깊게 메모를 남기는 사람, 그리고 그 사려 깊음이 나의 눈에 분명히 들어오게 되는 사람. 
하마가 이슬아 작가에게 그런 사람이어서 작가는 자꾸만 하마야, 하고 서평을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슨 말을 하게 되잖아요. 어떤 말들은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런데 내가 가진 말로는 부족해서 글로 옮겨 다듬어야만 더 정확한 모양으로 전달할 수가 있잖아요.

오늘의 절기는 24절기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이랍니다. 새해에 익숙해지려는 무렵에 마지막 절기라니 어색한 기분이 들어요. 만약에 아직 매듭짓지 못한 일들이 있다면 대한을 핑계 삼아 하나씩 매듭지어보면 어떨까요? '나는 늦은 게 아니라 24절기에 맞춰 사는 사람인 거야!' 하고 말이에요. 마침 저도 매년 창작 소설이나 만화 등을 담은 앤솔러지를 제작하는데, 올해는 제작 일정이 딱 대한에 맞춰 끝났습니다. 히히, 24절기에 맞춰 사는 아르마딜로입니다!

여러분에게 지난 한 해는 어떤 한 해였나요? 저는 제법 힘들게 지나간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구구절기 가족들을 만나게 되어서 언제나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하면서 막연히 좋아하는 옷과 소품들 중에 특히 좋아하는 건 무엇이 있고 왜 좋은지 생각하게 되는 일도 즐겁고 의미 있게 느껴진답니다. 그래서 구구절기 식구들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게 왜 좋은지 생각해 보면 좋겠어서 자꾸만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