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제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를 추천했던가요?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했던가요? 밤새 단순한 일을 반복이라도 해야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던 일을 당당히 과거형으로 말했던가요?
글쓰기의 맹점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점이라고 하지요. 저는 제가 진짜로 번아웃이나 스트레스에서 나름의 탈출구를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춘 때 여러분에게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를 추천할 때까지만 해도요.(불과 2주 전)
물론 배드민턴도 쳐보았고 산책 시간도 늘렸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어쩐지 더 미친 사람처럼 일을 하고 있고, 저는 어리둥절합니다. 여유에 대해 언급한 순간부터 도무지 내가 여유를 가져본 적 없는 사람같이만 느껴져요. 그럴 리는 없겠죠. 내 방만큼이 온 세상인 양 그 안에서만 뒹굴거리기도 자주 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건 게으름이나 번아웃에 가깝지 여유는 아닌 거잖아요? 걷는 법이 낯설어진 지네처럼, 생각할수록 내 삶의 방식에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지네는 진짜 걸어본 적이 있기라도 하지
저는 왜 그럴까요? 하지 않아야 여유로운 삶에 더 가까워졌을 게 분명한 일을 의뢰받자마자 또 덥석 물었습니다. 왜냐하면 하고 싶었으니까요. 왜 하고 싶었을까요? 재미도 있고 수입도 늘고 뭐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제가 택해 온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가정 평범한 대학 평범한 외모의 내가 사회에서 나를 가장 빨리 키울 수 있는 방법. 열심히 하기만큼 당연한 결론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일을 열심히 할 때 제법 분명한 성과와 인정들이 뒤따랐고요.

안타깝게도 이런 경험은 반복될수록 점점 더 자기 자신만을 믿게 만들기도 하죠.

혼자 말고 함께? 함께가 무엇인가요
'연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 시대입니다. 함께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기 때문이고, 또 그것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았기 때문일 거예요. 특히 약자들끼리의 연대는 생존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더욱 필수의 가치가 됩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리고 책에서도 자주 읽고. 그런데도 연대는 저에게 생소한 개념이에요. 그래서 내가 일상 속에서 뭘 해야 연대하는 거지? 나는 내가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고, 그 서글픈 방증으로 여유를 누리는 법조차 모르는 바보가 되었는데, 대체 어느 대목에서 연대가 필요했거나 실제로 연대를 했으며 하다 못해 이제라도 내가 연대를 삶에 적용시킬 방법이라는 게 뭐가 있다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