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절기, 춘분입니다. 🐆치타: 춘분입니다. 낮과 밤, 추위와 더위, 음과 양이 서로 꼭 반반씩이라는 날, 이지만 저의 이성과 감성, 일과 삶, 아침식사와 야식은 모두 균형을 잃었고요!
오늘의 절기! 춘분(春分)
-
-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 균형을 맞춰라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알록달록 봄의 색감을 찾아서
- 🐆치타의 사적인 감상 - 춘분이 할머니 등장!
-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 꽃샘추위 만나면 온실로 가요
|
|
|
춘분(春分)은 양력 3월 21일 전후에 든다.
이날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赤道)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陰)이 정서(正西)에 있으므로 춘분이라 한다.
이날은 음양이 서로 반인 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다.
|
|
|
안녕하세요. 구구절기의 멋쟁이 아르마딜로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입니다. 저는 최근 만 보 걷기를 하고 있는데 확실히 해가 점점 길어져서 늦게 나가도 돼서 좋아요. 여름과 겨울에 하지와 동지가 있다면 봄가을엔 춘분과 추분이 있습니다. 저는 이 친구들을 쌍둥이 절기라고 부른답니다. 짝이 딱 맞는 게 맘에 쏙 들지 않나요?
|
|
|
쌍둥이 절기처럼 대칭되거나 춘분의 낮과 밤처럼 균형이 맞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혈액형이나 별자리별 성격을 맹신하진 않지만 '천칭자리라서 그럴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균형을 잡는 것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서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입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을 실천하는 것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중용은 극단 사이에서 중간을 선택하고 행하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워라밸이 중요하게 여겨지듯이 균형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가 추구해 온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치킨도 "반반 무 많이"인 것처럼! |
|
|
마침 저에게 낮과 밤이 똑 떨어지는 춘분에 걸맞게 블랙과 화이트가 똑 떨어지는 셔츠가 있습니다. 소매가 양쪽 모두 하얀색이라 균형이 어긋난 것 아닌가 싶은데, 또 허리끈이 검은색이라 절묘하게 맞는다는 생각을 해요. 저울에 무게를 달거나 평균대를 걷는 것처럼 이쪽저쪽으로 휘청거리는 것도 균형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은 균형을 잘 잡는 편인가요? 균형을 잘 잡는 요령이 있나요? |
|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알록달록 봄의 색감을 찾아서 |
|
|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입니다. 봄의 시작인 입춘을 지나 봄의 중간으로 접어들었는데요. 쌀쌀한 바람에 완연한 봄은 아닌 것 같지만 따뜻한 봄을 느끼러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네요. 마침 알록달록 색감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전시회가 있어서 구구절기 가족들과 그림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들을 함께 감상하면서 마음이 일렁일렁해지는 시간이었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봄나들이 전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을 소개합니다. |
|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매년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도서전으로 1964년부터 개최되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도서전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80명의 다채로운 일러스트와 특별한 원화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
|
|
전시 테마는 동물, 여행, 연결, 미디어, 일상 이렇게 5개의 섹션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관람 포인트는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전시 공간과 한국 전시 최초로 선보이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벽'입니다. 또한 최신 일러스트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4월까지 전시를 하기 때문에 봄을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재미있는 그림들로 나름대로 춘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랄게요. |
|
|
57th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기간 2024.1.19.~4.21.
장소 CXC아트뮤지엄 X 롯데시네마
문의 070-7746-6611 |
|
|
치타의 사적인 감상
춘분이 할머니 등장!
겨울이 가고 봄이 왔습니다. 아니, 옵니다? 오고 있습니다? 거의? 그런 날씨예요. 납작한 재킷과 빵빵한 패딩을 하루에도 여러 번 갈아입는. 그래도 확실히 겨울과는 달라요. 물 냄새, 바람 냄새 같은 봄 내음이 들숨 날숨마다 제 귓구멍, 아니 콧구멍에 속삭이기 때문입니다. "봄이거든? 후욱. 봄이야. 후욱. 어디 겨울이라고 말해 보시지. 후욱. 이미 설레고 있지 않아?" 그래, 봄인 거 인정. 그렇지만 역시 패딩을 넣을 수는 없어요. 추워...
그런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겨울 배경이지만 봄 같은 영화! 겨울의 끝자락에서 올 것 같지 않는 봄을 붙잡는 영화. 붙잡는 데 대략 3일이 걸리는 영화, 〈3일의 휴가〉입니다. |
|
|
으이구 뻔해
한 모녀의 이야기입니다. 엄마 '복자'가 죽은 지 3년, 저승에서 복자에게 이승에 가볼 수 있는 3일의 휴가를 줍니다. 하나뿐인 딸 '진주'를 찾아온 복자. 그런데 일생 다 바쳐 키워낸 딸, 미국에서 교수로 잘나가고 있어야 할 귀한 딸이 생전 복자의 시골집에 와서 눌러앉아 있습니다. 2인분에 만 원 백반을 팔면서요.
소통이나 터치는 불가능, 지켜보기만 할 수 있는 이 3일의 휴가는 복자의 "아이고 속터져!"로 첫째 날이 가고, 엄마에게 상처받고 상처 주었던 진주의 사연으로 둘째 날이 가고, 잔잔한 화해와 뜨끈한 눈물로 셋째 날이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저는 이 생각을 막지 못했지요. '으이구 뻔해!'
오히려 좋아
〈3일의 휴가〉는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대한민국 시청 영화 1위에 올랐고, 저 역시 영화를 클릭하는 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뻔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고 싶었어요. 이런 뻔한 신파가 그리웠나 봐요. 요즘은 영화 한 편의 제작비도 어마어마하고, 밀도 높게 짜인 영화들도 쏟아집니다. 물론 재밌지만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 진이 빠지기도 해요. 영화에 삼켜지거나 혹은 삼켜지지 않으려 애쓰거나 해서요.
아예 〈3일의 휴가〉를 클릭하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도 클릭한 사람들은 많이들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가끔 신파도, 뻔한 눈물도 필요하잖아요. 반전만 잔뜩인 삶은 피곤하니까. 그냥 예측되는 흐름 그대로 울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
|
|
이 영화에는 볼거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진주가 요리를 해요. 가마솥에 콩을 볶아 커피를 내리고, 만두소에 채 썬 무를 넣어 만두를 빚고, 뜨끈한 잔치국수를 말아 예쁘게 고명도 올립니다. 쌀쌀하고 깨끗한 겨울의 시골을 배경으로 완성되는 소박하고 정갈한 요리들이 눈을 즐겁게 해줘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느낌으로다가. |
|
|
춘분이 할머니 등장!
하하하. 그리고 복자의 옛 친구가 등장하는데요. 그 이름도 딱인 '춘분'입니다. 중간중간 짧게 등장하는 춘분 할머니는 극을 전체적으로 입체적이게 만들어 줘요. 비교적 '특별한 비극'을 겪은 복자와 진주의 가정에 비해, 한 동네에 사는 춘분 할머니와 그 아들네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그런 복자와 춘분이 친구였고, 그런 진주와 춘분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사이라는 사실은 영화를 너무 비극적이지도, 너무 판타지적이지도 않게 균형을 잡아줍니다.
의도된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구구절기 춘분 원고를 써야 했으므로) 유난히 춘분 할머니가 눈에 들어온 저는, 진주가 지난날의 상처를 건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춘분 할머니가 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겨울을 지나 봄을 데려오는 절기 '춘분'처럼 말예요.
요즘 제가 참 장르 안 가리고 많은 콘텐츠를 보고 있는데요. 평도 좋고 저도 재밌게 본 것으로 〈파묘〉 〈피라미드 게임〉 〈연애남매〉 〈닭강정〉 〈살인자ㅇ난감〉 등이 있습니다. 많이도 보았네요. 모두 추천합니다. 아마 오늘 소개한 〈3일의 휴가〉는 이 콘텐츠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를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요. 그래도 추천할게요! 뻔한 이야기에 웃고 울고 싶은 누군가에게. |
|
|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꽃샘추위 만나면 온실로 가요
어느새 해가 길어졌어요. 지난 달만 해도 저녁을 먹기 시작할 때부터 어둑어둑했는데 이제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환합니다. 볕이 좋은 곳에 자리한 나무에는 벌써 여린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겨우내 입던 두툼한 외투도 거추장스러워요. 입춘부터 이야기하던 봄이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고 옷을 얇게 입으면 또 추위가 스며드는, 변화무쌍한 계절이에요.
기온처럼 기분도 오락가락합니다. 어떤 날은 일이 잘 풀려서 자신감이 차올라요. 늘 긴장되던 일이 편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이제 안심하려는 순간, 잘 풀어내기 어려울 것 같은 일이 생기고, 황당한 실수를 하고, 때로는 아무 일 없이 기운이 빠져요. 스스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분의 변화를 따라 오르내리다 보면 한 것 없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그 사이 행복한 일도, 기쁜 일도, 화나는 일도 생기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기분과 시간에 휩쓸려가요. 다행인 건 요즘 매일의 삶이 비교적 잔잔한 편이어서, 그렇게 허우적거리는 상황에서도 가라앉지는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건 아마도 사람들의 힘이겠지요. 파도를 막아서고 기다려주는 가까운 이들에게, 잠깐의 눈 맞춤에도 미소를 보내주는 조금 먼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뭉클해집니다.
꽃샘추위 마음
감사하는 마음만 늘 지니고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참 어려워요. 특히 가까운 이들에게는 날선 말도 잦습니다. 춘분 무렵의 꽃샘추위처럼 갑자기 냉랭해질 때도 있어요. 꽃샘추위야 막을 수 없지만, 제 성질머리에 대해서는 원래 그런 거라고 체념하고 넘어가기에는 노력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다만 생각보다 잘되지 않아 갑갑해요. 많이 쉬어서 체력적으로 여유롭거나 일을 적게 해서 정신적으로 느긋할 때는 그래도 조금씩 노력의 성과가 나긴 하는데 요즘처럼 회복이 채 되지 않은 상태로 겨우 버틸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집니다.
우리에겐 온실이 있어
겨울의 한가운데서 이맘때쯤이면 다 괜찮아졌을 거라는 생각으로 예약해둔 체험이 있었어요.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기운도 없고, 밀린 일도 많아 취소할까 고민했지만 그것조차 버거워서 무거운 몸과 마음을 끌고 참석했습니다. 마치고 나오니 그 잠깐의 움직임도 무리가 되었는지 머리가 아파와서 근처 작은 실내 식물원에 잠시 들렀어요. 온실의 따뜻하고 축축한 공기를 느끼며 오랜만에 푸른 잎을 잔뜩 보니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그 시간과 공간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예고 없이 닥쳐오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꽃샘추위와 마찬가지로 행복한 순간도 갑자기 찾아옵니다. 노력해도 풀어지지 않고 단단히 꼬인 마음이 우연히 들어간 작은 온실에서 사르르 녹을 줄 몰랐어요. 춘분 이후에도 종종 꽃샘추위가 찾아오고 마음이 차갑게 식는 날도 또 있겠지만, 그때는 또 다른 온실에 발걸음이 닿을 거라 생각하며 희망의 싹을 틔워봅니다.
|
|
|
이제 하지까지 약 3개월 동안은 낮이 계속 길어질 테고, 해도 점점 뜨거워지겠지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가을의 서늘한 공기를 기다리는 날도 올 테고요. 하지만 한동안은 기온차가 큰 환절기에, 종종 꽃샘추위와도 만나게 되겠지요. 아니면 저처럼 마음속에 찬 바람이 불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 없이 따뜻한 봄만 만끽하시면 좋겠지만, 혹여나 저처럼 추위와 맞닥뜨리게 된다면 작지만 특별한 자신만의 온실을 발견하시기를, 그 안에 잠시 쉬었다가 푸른 싹을 틔워내시길 바라요. |
|
|
🐆치타: 저는 봄을 탑니다. 집앞의 목련을 매일 확인한다든지, 창문을 유난스럽게 자주 여닫는다든지, 꽃향기가 나면 목적지 무시하고 향기를 따라 걷는다든지, 그런 안 하던 일들을 하며 조금 더 설레는 일상을 누려요. 여러분의 봄의 모습도 궁금해요.
🦉부엉이: 공원에 더 자주 갑니다. 햇빛을 받고 싶어서요
🐨코알라: 새순이랑 꽃봉오리가 좋아서 평소보다 사진을 많이 찍어요.
🦖아르마딜로: 저는 많이 졸아요. 봄이면 왜 그렇게 졸음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구구절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춘분(春分)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