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 💎 '이슬'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

열다섯 번째 절기, 백로입니다.

2024. 9. 8.

🦉부엉이: 가을을 미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던 처서 매직이 스쳐 지나가고 이제 본격적인 가을의 문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이슬'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인 절기 '백로'는 어떤 가을의 모습을 보여줄지 설레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절기! 백로(白露)

1.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 영원히 빛날 이슬
2. 🐆치타의 사적인 감상 - 괜찮아, 가을이야
3.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 이슬처럼: 자연스럽고 넘치지 않게
4.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넝쿨째 굴러들어 온 가을 호박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 가을의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시기로 장마가 걷힌 후여서 맑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간혹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곡식의 피해를 겪기도 한다. 백로 무렵이면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고, 고된 여름농사를 다 짓고 추수할 때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이므로 부녀자들은 근친을 가기도 한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영원히 빛날 이슬

안녕하세요. 구구절기의 멋쟁이 아르마딜로입니다. 이번 절기는 다소 생소한 백로입니다. '흰 이슬'이란 뜻으로 이맘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서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고 하네요. 저는 백로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시사철 이른 아침이면 이슬이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지구별을 이렇게 또 새롭게 배워갑니다.

영화 〈환타지아〉 테마곡

1940년 제작된 디즈니의 영화 〈환타지아〉에서는 이슬을 만드는 요정들이 등장합니다. 어릴 땐 정말로 모두가 잠든 사이에 요정들이 열심히 이슬을 뿌리는 거라고 믿었던 기억이 납니다. 몇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이슬이 맺힌 모습은 요정의 마법처럼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반짝이는 이슬을 보고 있자면 색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겠다는 동요 가사에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아침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물방울일 뿐인데 예술적인 감상을 촉촉하게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 이슬은 마음에도 내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덧없기 때문에 마음속에서는 더욱 영원히 빛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이슬처럼 반짝이는 마음을 꿰어낸 팔찌를 차고 나가봅니다. 언젠가의 생일선물로 받은 이 팔찌는 탄생석, 탄생화, 별자리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내가 무던히도 밉던 지난날에 그래도 생일만큼은 좋았던 마음이 이슬 내린 듯이 신비하고 아름답게 빛납니다. 이 선물 받은 애정은 아침이 와도 사라지지 않고 반짝일 것입니다.

구독자 님에게도 이슬 같은 기억이나 선물이 있나요?

치타의 사적인 감상

괜찮아, 가을이야

깨끗한 날들입니다. 잠자리가 요리조리 날아다니고 하늘이 파랗게 낮아졌어요. 햇살이 무척 눈부신데 습하지 않아 좋고요. 따사롭다는 말은 가을 햇살을 설명하는 말 같습니다. 밤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흰 이슬이 맺힙니다. 그리하여 백로라지요. 강아지를 데리고 밤 산책을 나가 풀밭 위를 지나면 발목과 다리에 차가운 물기가 송골송골 매달립니다. 백로로구나. 계절도 나도 강아지도 이슬을 묻히고 돌아다니네, 생각하면 가벼운 웃음이 포스스 흩어져요.

저는 치열하게 사는 편입니다.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거나 n잡을 꾸리며 사는 이들과 비교하자면 잔잔하지만, 남 생각할 것 없이 이전의 나와 비교해 보아도 지금이 훨씬 여유롭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름대로의 치열함이 삶의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성격인가 싶기도 해요.

지금 하는 주업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합니다.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시간과 체력을 쏟습니다. 조금 나이를 먹으니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마음에 남아서 글을 쓰고 노래를 배워요. 뼈가 얇고 근육이 적어 한때는 마음에 들기도 했던 내 몸이 실은 낮은 체력의 근원이었음을 깨달으며 체력을 늘리기 위해 이 운동 저 운동 해봅니다. 최근엔 탁구를 쳐보고 있어요.

재작년쯤 잠시 일을 쉴 수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다시 없을 기회에 한번 집에 있어봤어요. 그리고 아무리 살뜰히 집안일을 해도, 프리랜서로 일을 받아 집에서 지치도록 일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며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집순이가 아니구나. 밖에서 부딪치다 걸리는 화병은 견뎌도 집에서 떠다니다 걸리는 우울증은 못 견딜 사람이구나. 그게 나로구나.

그렇게 다시 일터로 돌아가 지금까지 열심히, 감사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와아, 짝짝짝! 이렇게 마무리하면 참 좋겠는데 쉬운 길은 없어서 더 잘 맞는 방향을 택한 중에도 고비는 찾아옵니다. 목이 쉬고(직업상 말을 많이 함) 생리통이 심해지고 입안이 헐어터지면 아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이 과정을 겪지 않고 일을 해나갈 방법이 뭘까 고민하게 됩니다. 낮아진 체력의 끝은 멈추지 않는 생각의 우물에 닿고야 말아 어릴 때 내 재능이 향하던 곳이 여기가 맞나, 금전적으로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내가 당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등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질문이 솟구칩니다.

괜찮아요. 치열해도, 지쳐도, 그래서 멈춰도.

괜찮을 거라고, 가을은 꼭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이만큼 낮아지고, 또 한 번 지나가면 땅에 성큼 가까이 다가오는 하늘은 그 모습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내가 여기 가까이에 있어, 괜찮아.

그래도 여전히 하늘이 멀다고 느낄 누군가를 위해 밤엔 이슬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하얀 물방울의 모습으로 내게 닿아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잠깐 쉬어가도 되는 때입니다. 온몸에 흐르는 나 자신의 땀에 정신없던 시간이 지나고, 가만히 와닿는 계절의 이슬에 흠칫 주변을 둘러보게 되는 절기. 백로에 읽어보면 좋은 세 가지 에세이를 가져왔어요. 양희은의 〈그러라 그래〉, 장기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 김창완의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전해지는 위로가 있는 책들이지요. "괜찮아, 그러라 그래." "괜찮아, 별로 상관없지 않아?" "괜찮아,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니까."

책에도 실린 김창완 아저씨의 유명한 동그라미 편지의 일부를 구독자 님에게 부치며 오늘의 사적인 감상을 마무리할게요. 괜찮은 백로 되시길!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이슬처럼: 자연스럽고 넘치지 않게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피부에 와닿는 기온도, 코끝을 스치는 냄새도 달라요. 에어컨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선풍기조차 필요하지 않은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변화인데도 제 관심은 온통 다른 곳에 있어요. 더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이사를 했거든요! 대로변의 층고가 높고 지은지 얼마 되지 않는 집에서, 도로에서 멀고 층고는 낮은 지어진지 꽤 된 집으로 옮겼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좋은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지만 도로에서 멀어져 창문을 하루 종일 열어놓을 수 있어서 좋아요. 예전 집은 소음이 심해서 최소한의 환기만 하고 살았지만, 이제는 집 안에서도 종종 새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새집이지만 헌 집이라서

첫 일주일은 정말 막막했어요. 집이 비는 날 바로 이사를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어서 미리 청소를 할 수도 없었고, 전 세입자가 붙인 셀로판테이프와 양면 접착테이프가 집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삿날 현관 비밀번호를 확인하려 하니 도어록이 고장 나 있어서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삿짐이 도착할 때쯤 도어록 기사님이 오셔서 도어록은 곧 사용 가능해질 예정이었지만, 대신 현관문으로 짐이 드나들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조명에도 문제가 있어서 조명을 보러 오신 기사님도 계셨는데, 전등 바로 아래에 사다리를 놓고 작업해야 해서 짐을 놓았다 치웠다 다시 놓았다를 반복해야 했고요.

부엌에는 새롭게 발견된 문제가 있었는데, 부엌 쪽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분전반을 확인해 보니 부엌 쪽 차단기가 내려가 있고, 아무리 올려도 바로 떨어지는 상황이었어요. 결국 전문가를 불러야 해결되는 상황이고, 최악의 경우 벽을 뜯어야 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엌 짐을 정리해 넣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임대인에게 이야기하니,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겠다며 며칠만 참아 달라고 했어요. 냉장고도, 들어갈 자리의 콘센트가 같은 구역이어서 가동이 안 되는 상황이라 다시 꺼내어 멀티탭을 연결해 두었습니다. 벽에 설치된 보일러 패널도 까맣게 꺼져 있어서 따뜻한 물로 씻을 수도 없었어요(다행히 자기 직전에 패널만 같은 문제로 작동을 안 하는 거였고 보일러는 잘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따뜻한 물로 씻고 잘 수 있었답니다!). 집의 구조가 달라 서로 엉망으로 섞여버린 짐, 넣지 못해 집안 곳곳에 쌓인 부엌 짐에 둘러싸인 채로, 또 어떤 다른 문제가 있는지 꼭 잠기지 않고 부엌 수전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익숙하면서도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어요.

익숙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적고 얕은 제 경험 안에서 영리 조직과 비영리 조직 안에서 일할 때를 비교해 보면, 저는 후자에 항상 마음이 가곤 했습니다. 덜 경쟁적이고, 대체로 급여도 영리 조직에 비해 사정이 좋지 않아서 더 원해서 하는 일로 느껴지기도 해요. 그만큼 보람을 찾거나 내게 반짝이는 가치를 찾기도 쉬워서, 몸은 고단해도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수익보다는 공공 서비스 제공이 우선인 곳들이어서 그걸 위해 모인 동료들과 마음도 잘 맞죠. 완벽하지 않더라도 선의만 가지고 우당탕탕 무슨 일을 벌이기도 좋습니다. 이익이나 손해를 따지기보다는 공익적인 서비스와 그걸 제공하는 장소를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는 점이 엄청난 매력이에요.

다만 영세한 비영리조직이나 공공기관 안에 있으면 종종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곳들에는 기묘한 풍족함이 있어요. 인건비도 부족하고 양질의 요리 재료를 구비할 수도 없지만 맑은 날 대낮에 커튼을 치지 않고도 환하게 보이는 빔 프로젝터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곳은 영세한 비영리 단체여서, 수익은 미미하지만 후원 물품은 비교적 풍족하게 들어오는 상황이었어요. 대부분의 지정 후원금은 물품 구매를 위한 것이었고, 인건비나 임대료는 매번 턱없이 모자라서 모두들 급여라고 하기 어려운 돈을 받으며 많은 시간을 비용이 발생할 만한 일을 직접 하는 데에 썼어요. 빔 프로젝터는 후원받은 물품이었는데,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물어오는 기업에 이야기했더니 굉장히 성능이 좋은 고급 제품을 후원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필요로 했던 그 멋진 프로젝터로 어떤 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더 나은 미래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도울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낙관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을 끌어안고 있었어요.

공공기관도 조금 다른 양상으로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기본적인 사무 용품은 대체로 풍족한데, 가끔 부족해졌는데 그걸 바로 구매할 수는 없는 상황이 있어서 직원들이 각자 본인이 쓸 양만큼을 몰래 쟁여놓는 거예요. 대단한 물건이 아니라 포스트잇이나 수정테이프 같은 것들을 말입니다. 물건이 고장 났을 때도 바로 고칠 비용이 없어서 망가진 채로 한참을 두기도 하고요. 외부에 놓아두는 함의 자물쇠나 겨울의 난방기같이 고장 난 채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서진 자물쇠에 접착테이프를 붙여 임시방편으로 처리하거나 덜덜 떨면서 며칠을 보내거나 하면서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뻔히 리필제품이 있는 물건인데 확인 없이 다 썼다고 버려버리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고 넘치지 않는 삶을 그리며

이사를 준비하면서, 삶을 짓누르는 것들을 물리적인 측면에서나마 줄여보려고 많은 물건들을 처분했어요. 잘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지 못해 부여잡고 있던 것들을 무게 달아 팔고, 쓰지 않고 모셔두었던 새 물건들은 기부하고, 어딘가 쓸 것 같아서 끌어안고 있던 재활용품이나 언젠가 다시 볼 것 같아 쥐고 있던 다 쓴 노트들은 버렸습니다. 그런데도 다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이 많이 남아있었어요. 주로 소모품 종류인데, 살림을 잘 돌보지 않아 같은 물건이 여러 개씩 있는 겁니다. 그것도 조금씩 쓴 상태로요. 팔 수도, 기부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그 물건들을 다 모으니 양이 꽤 되었어요. 사용하지 못하는 부엌 근처에서 짐을 이리 치우고 저리 치운 후에야 겨우 자리를 만들어 앉아, 나를 둘러싼 쓸데없이 많은 물건을 보고 있자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물건이 많은데 정작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없다니요. 전기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부엌이라는 장소가 전기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무용지물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결코 좋지만은 않은 꿈같은 상황 덕분에 (결은 조금 다르지만) 기묘한 풍족함을 다시금 느끼며 한 가지 결심이 섰습니다.

이 집에 사는 동안, 삶에서 기묘한 풍족함을 조금씩 줄여나가 볼까 봐요. 방식은 고민해 봐야겠지만, 삶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방향으로요. 소모품도 잘 살펴서 있는 걸 다시 사지 않고, 멋져 보이고 하고 싶다는 이유로 하지 않으면서 놓지 못하는 활동들도 좀 포기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정말 내게 중요한 것을 남겨서 그걸 소중히 하고, 그게 순간적인 행위가 아니라 지속되는 태도가 될 수 있도록 살고 싶어요. 다행히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오감이 즐거운 시기여서 좀 더 즐겁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백로에 이슬 맺히듯 조용하고 아름답게 도전의 결실이 맺히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님에게도 원하는 삶의 모습이 이슬처럼 다가오길 바라요.

부엉이의 나름대로 레시피

넝쿨째 굴러들어 온 가을 호박

거짓말같이 처서를 기점으로 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백로를 향해가는 가을밤의 길목에 산책을 나서봅니다. 무더운 여름을 나느라 기운 없던 나에게 가을밤의 선선한 바람을 선물해 주세요.

절기 '백로'에는 가을 호박이 제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부엉이의 제철 식탁에는 애호박 부침개, 둥근호박 차돌고추장찌개가 준비되었어요.

지난 구구절기에서 한 구독자 님이 저희 동네 시장을 〈세계테마기행〉에서 본 유럽의 어느 시장 같다고 표현해 주셨는데요. 그 이후로 시장에 가는 길이 꼭 여행을 떠나는 길 같아서 더 재미있습니다. 호박을 구하러(?) 시장 투어에 나서봅니다. 싱싱하고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들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행복 한 스푼 추가요!

이제 집에 데려온 재료들을 깨끗이 씻어 놓고 이제 요리를 시작해 봅니다.

애호박 부침개

재료: 애호박, 홍고추, 오징어, 건새우 가루, 부침 가루

레시피:

1. 애호박을 가늘게 채 썰어줍니다.

2. 채 썬 호박에 소금 약간을 넣고 절인 후 물기를 짜주세요.

3. 물기를 짠 호박에 부침 가루, 건새우 가루, 오징어, 홍고추를 넣고 섞어주세요.

4. 기름에 달군 팬에 반죽을 펼쳐 노릇노릇 구워줍니다.

*냉동실에 남은 오징어가 있어서 반죽에 함께 넣었어요. 기호에 맞게 재료를 추가해도 좋습니다.

둥근호박 차돌고추장찌개

재료: 둥근호박, 감자, 양파, 파, 마늘, 버섯, 두부, 차돌박이, 고추장

레시피:

1. 준비한 재료를 깍둑 썰어주세요.

2. 달군 팬에 차돌박이를 구운 후 고추장을 넣어 함께 볶습니다.

3. 멸치 육수를 붓고 감자를 먼저 넣고 끓입니다.

4. 감자가 어느 정도 익으면 나머지 재료도 모두 넣고 끓인 후 간장이나 참치액 등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입니다.

이슬이란 뜻을 가진 절기 '백로'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이슬이란 단어가 들어간 음료도 함께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백로를 즐기기 위한 나름대로의 밥상이 아닐까 합니다.

백로의 제철 재료 호박으로 애호박 부침개와 둥근호박 차돌고추장찌개를 준비해 보았는데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날 구독자 님도 제철 음식으로 나름대로의 백로를 한껏 즐겨보기를 바라요.

지난 구구절기 이야기: 처서(處暑)

🌼코스모스: 구구절기 멤버님들! 가을이다! 라고 느끼는 첫 순간은 언제인가요? 전 아직까지는 가...을? 가을인가? 여름 갔...나? 하고 긴가민가 하고 있어요. 정말 가을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조금 늦은 가을일 수도 있지만, 길가의 코스모스를 마주치는 순간 아! 가을이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공기, 냄새, 이미지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에게는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이라는 계절과 제일 어울리는 것 같아요!

🦉부엉이: 밤에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다고 느껴요. 이제 선선한 바람도 불기 시작하겠구나. 또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 있겠구나 하면서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답니다.

🐆치타: 그때그때 다른데, 이번 가을은 8월 29일 아침에 만났어요. 친구랑 강아지들이랑 넷이 함께 산책길을 걷는데 내리쬐는 햇살, 날아다니는 잠자리, 낮아진 하늘, 시원한 바람이 완전히 새것이었어요. "가을이다! 지금 가을 왔다!" 크게 외쳤네요.

🦖아르마딜로: 저는 하늘이 높아진 걸 보면 가을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름 하늘도 청량하다는 느낌인데 가을 하늘에는 비할 수가 없답니다.

🐨코알라: 가을을 느끼는 첫 순간은 시원한 바람 한 줄기예요. 지난 구구절기 처서 메일을 화면에 띄워놓고 읽기 전에 창문을 열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더운 공기 가운데 시원한 바람이 딱 한 줄기 들어있는 것 같았어요. 그 뒤로도 더운 날이 많았지만 가을이 시작됐다고 느낀 순간이라 기억에 남아요.

🐿️다람쥐: 이번 레터도 재미나게 읽었어요! 아르마딜로의 붉은 노리개가 멋있어서 한참 보았어요. 생각해 보니 저도 노리개는 아니고 전통 매듭으로 만든 키링이 있더라고요. 가방에 달고 있지요! 부엉이가 소개해 준 전시도 너무 좋아 보여요. 부엉이가 전시를 보고 느낀 에너지를 전달해 주어서 고마워요! 저도 여름을 잘 배웅해 볼게요! 치타! 이번 책들을 진짜 진짜 재미있게 읽은 것 같아요! ㅋㅋㅋ 특히 고래! 몰아치는 문장들이 치타가 얼마나 몰입해서 책을 읽었는지 알려주는 것 같아요! 아무튼 시리즈는 언제 어떤 책을 골라 읽어도 재미난 것 같아요. 동네의 큰 사거리에서 박근혜 탄핵 시위가 열렸던 것이 생각나네요. 그때는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소소하게 행렬의 뒤에 참여해 동네를 한 바퀴 돌았던 소소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또 치타의 나머지 버킷리스트도 너무 궁금해요 크크. 오늘 하루도 모두 모두 잘 보내시길!!!

🐆치타: 〈고래〉 정말 휘몰아치는 이야기에 파묻혀서 읽었어요. 따로 연락주시면 빌려드립니다. 하하! '아무튼' 시리즈 저도 좋아해요. 〈아무튼, 비건〉이랑 〈아무튼, 데모〉가 제 최애 아무튼이지요. 다람쥐 님의 최애 아무튼도 추천받고 싶어요. 그리고 저의 버킷리스트로 말할 것 같으면, 최근 업데이트된 것으로 못생기고 인기 없는 강아지 입양하기가 있습니다.

🦉부엉이: 가을에는 좀 더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들을 찾아서 다녀볼 계획이에요. 다람쥐 님도 풍성한 가을을 계획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르마딜로: 노리개 이야기를 하면서 전통 매듭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예뻐서 신기했어요. 좀 더 흥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부엉이: 한가위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도 찾아뵙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낼 것 같은데요. 모두의 명절을 지내는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아르마딜로: 저는 부모님댁에서 빈둥거리면서 명절 음식을 먹을 것 같아요. 2kg는 찌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치타: 강원도 할머니 댁에서 가족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번엔 강아지들도 같이 갈 거라서 두근두근해요. 시원한 동네라 좋아하겠지요?

🐨코알라: 이번 추석에는 밀린 작업을 할 생각이에요. 이사다 뭐다 해서 고치려고 미뤄둔 책이 거의(!) 산더미거든요.

오늘 구구절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백로(白露)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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