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 🍃 날씨가 갑자기 너무 추분데요!

열여섯 번째 절기, 추분입니다.

2024. 9. 22.

🐆치타: 벌레가 깨어나는 경칩이 까마득히 멀어지고,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가 숨는 추분입니다. 여기는 이제 저녁에 겉옷을 입고 나가야 할 만큼 쌀쌀해졌어요. 그곳은 어떤가요?

오늘의 절기! 추분(秋分)

1.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고즈넉한 사찰의 가을 풍경
2.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3.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 추분은 케이크 먹는 날

추분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므로 이날을 계절의 분기점으로 의식한다. 곧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추분과 춘분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은 시기지만 기온을 비교해보면 추분이 약 10도 정도가 높다. 이는 여름의 더위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고즈넉한 사찰의 가을 풍경

지난 백로 소식에서는 부엉이의 제철 레시피 재료로 호박을 소개했었는데요. 구독자 님은 제철 호박을 어떤 방법으로 즐겼을지 궁금해집니다. 저는 백로에 사둔 여러 가지 모양의 호박을 하나씩 꺼내서 된장찌개와 호박볶음 등으로 요리하며 맛있는 백로 기간을 보냈답니다.

때늦은 더위에 지쳐서 한가위 추석을 보내고 나니 이 늦더위도 추분 앞에서는 멈추고 마는 듯합니다. 세찬 비바람이 불고 나니 기온이 뚝 떨어지네요. 덥고 추운 것도 추분과 춘분까지라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되나 봅니다. 가을에 꼭 권해드리고 싶은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지는 고즈넉한 사찰입니다. 한국에는 아름다운 사찰이 매우 많은데, 이번에 제가 방문한 곳은 양평에 위치한 용문사입니다.

❝ 용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로 양평군 용문면의 용문산 자락에 있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 대경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며

대웅전, 산령각, 칠성각, 요사채, 일주문, 템플스테이 수련관, 다원 등이 있다. ❞

제가 방문했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흐린 날이었는데요.

사찰을 방문하기 좋은 시기는 사실 사계절 모두라고 생각합니다. 봄에는 봄꽃들과 움터 나오는 새싹을 보며 따뜻한 기운을 품은 사찰을 엿볼 수 있고, 여름에는 푸르르고 무성한 초록 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사찰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을은 말해 뭐하나 싶습니다.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함께 그림 같은 수채화 속 한 장면같이 놓인 사찰을 감상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을 지나 겨울은 매서운 찬 바람에 가기 꺼려지지만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사찰의 모습은 고요함과 정적이 내려앉아 포근해 보입니다. 사찰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이지만 구독자 님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며 공감을 얻고 싶어지네요.

주차장에서 사찰의 대웅전까지 걸어가는 길은 1.2km 정도 떨어져 있고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등산로를 지나게 됩니다. 등산로 옆으로는 계곡과 도랑이 있어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와 귀가 즐겁습니다. 또한 숲속 내음이 코를 상쾌하게 해주고요. 출렁다리가 있어 재미있는 요소도 더해줍니다. 해탈교를 지나면 전통찻집이 있어 사찰에서 여유롭게 다도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길 끝에 다다르면 드디어 천 년이 넘은 수령인 은행나무가 나타납니다.

❝ 용문사 은행나무는 나이가 약 1,1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 42m, 뿌리부분 둘레 15.2m이다.

우리나라 은행나무 가운데 나이와 높이에 있어서 최고 높은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정미의병(1907) 항쟁 때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는데

이 나무만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생물학적 자료로서도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

용문사 사찰이 유명한 건 천백 년 동안 건재한 이 은행나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거대한 나무를 눈앞에 두고 제가 너무 작은 존재로 느껴졌고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험한 기운에 사로잡혔어요. 백 년만 살아도 오래 사는 것일 텐데 천백 년을 살았다니 매우 놀라워서 한참을 나무 곁에 서있었습니다. 수많은 세월을 지나온 은행나무 곁에서 저의 삶까지 용기와 지혜가 전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을 단풍이 들어 노란 빛깔로 물들었을 때 다시 한번 천 년이 넘은 은행나무를 보러 오고 싶어졌어요.

사찰을 모두 둘러보고 내려오면 마지막 관문을 지나야만 합니다. 바로 검은 고양이 관문인데요. 검은 고양이의 애교를 받아주어야만 통과할 수 있어서 애교를 충분히 받아주지 않는다면 고양이가 보내주지 않아요. 고양이가 만족할 때까지 놀아주어야 한답니다. 넘치는 고양이의 애교를 받아줄 능력이 되는 분들에게만 사찰 방문을 권해드려요.

천 년 은행나무의 사찰, 용문사

주소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로 782 (용문면)

이용시간 상시 개방(연중무휴)

문의 및 안내 종무소: 031-773-3797 템플스테이: 010-5342-5797

홈페이지 www.yongmunsa.biz

코알라의 뭉툭한 연필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집안 식물들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이사하고 새 식구가 된 스킨답서스는 옆으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고, 첫 이사를 겪은 은행목은 키를 키우며 자라고 있어요. 은행목은 선물 받고 1년 반 정도 둥그스름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비온 뒤 사철나무처럼 삐죽 올라오는 가지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 번의 이사를 견뎌낸 할아버지 바질은 이미 죽은 듯 버석하니 말라있던 가지에서 갑자기 새로운 싹을 틔워냈어요. 이사 후 예전 집보다 창문을 오래 열어두고 있을 수 있어 환기가 잘 되고(식물의 삶에는 바람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가까운 산에서 내려오는 적절한 습도와 신선한 공기가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지난 구구절기, 백로의 글을 쓰면서 이제 가을이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다시 찾아온 더위에 어리둥절한 날들을 보냈어요. 우리 집 식물들이야 마냥 좋아 보이고, 그 모습을 볼 때는 저도 덩달아 즐겁긴 했지만요. 백로도 지났는데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그 며칠 동안에도 아침에 이슬이 맺혔을까 궁금합니다. 길었던 낮이 이제 반 이하로 짧아지는데, 한여름 옷을 입고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조금만 지나면 이 따가울 정도로 뜨끈한 태양의 열기가 그리워질 텐데 어딘가 저장했다가 꺼내 쬐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열심히 해보아도 직사광선 아래 서 있다 보면 감사함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이 느껴졌어요.

때때로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만 보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이 내게 다가오는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등 뒤에서 나타나 눈 깜짝할 새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져요. 흘러오는 방향을 보고 있다면 잡을 수 있었을 나뭇잎도 뒤늦게 발견해 한 뼘이 모자라 놓쳐버리고, 놓친 것이 안타깝고 아까워 바라보고 있다가 소담한 꽃이 잡을 새 없이 흘러가버리는 것이 지금 내 삶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왕 흘러가는 방향을 보고 있을 바엔 그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즐기면 좋을 텐데 아쉬워하느라 그런 반짝이는 순간도 함께 놓쳐버리고요.

글을 완성하지 못하는 사이에 추분을 맞이했습니다. 이틀간 내린 비 이후로 갑자기 완연한 가을 날씨로 접어 들었어요. 창문을 모두 열고 책상 앞에 앉아있으니 시원한 바람에 새소리, 아이들의 함성 소리까지 완벽한 가을입니다. 비온 뒤라 공기가 맑은지 하얀 구름 사이로 먼 산봉우리도 잘 보여요. 그 어느 계절보다 몸이 편안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시기입니다. 이럴 땐 매번 아쉬워만 하던 저라도 행복한 이 순간을 살아낼 수 있어요. 다른 것에 마음을 뺏긴 상황에도 도저히 놓칠 수 없는 좋은 바람, 소리, 냄새가 많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구독자 님을 둘러싼 좋은 것들이 전하는 행복을 만끽하길 바라요.

아르마딜로의 오늘 뭐 입지

추분은 케이크 먹는 날

안녕하세요. 구구절기의 멋쟁이 아르마딜로입니다. 긴 듯 짧았던 닷새간의 연휴가 지나고 추분이 찾아왔습니다. 춘분과 마찬가지로 추분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입니다. 이제 동지까지 밤이 계속 길어지겠죠. "더위도 추분까지"라는 속담처럼 추분을 앞두고 비와 함께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합니다. 급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건강 유의하시고 구독자 님이 무탈하기를 바랍니다.

제게 추분은 절기보다 결혼기념일로 더 와닿습니다. 추분은 9월 22일이나 23일에 자리잡고 있는데,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이때쯤이거든요. 작년에 절친한 친구도 추분에 결혼하면서 추분은 결혼기념일이란 인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결혼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결혼기념일이라고 해도 케이크 먹을 구실이 생기는 날 정도의 인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친구의 결혼식 축사를 맡으면서 어른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론 저는 아직 결혼은커녕 만나는 사람도 없어서 다른 사람의 결혼기념일을 구실로 케이크를 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축사할 때 입었던 하객룩을 소개합니다. 점점 싸늘해지는 가을이지만 결혼식은 화사했으면 하니까, 꽃이 그려진 블라우스에 짧은 뷔스티에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노래방도 아닌데 마이크를 잡다니 엄청 긴장했었답니다. 그래도 친구의 부부로서의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이 열심히 꾸민 하객룩보다 더 용기를 주었답니다. 깊어지는 가을, 추분을 맞으며 이 부부는 케이크를 먹을까 궁금해집니다.

구독자 님은 결혼을 했나요? 아니면 케이크를 먹을 만한 구독자 님만의 기념일이 있나요?

지난 구구절기 이야기: 백로(白露)

🌕둥근달: 하얀 이슬이 맺히는 산책이 참 인상 깊네요. 늦은 여름의 한 순간이지만 이제 와 시원해진 날씨에 여름을 아쉬워하는 날입니다. 내일부터는 일교차가 확 커질 날씨인데요. 하루를 한 주를 한 개월과 한 해를 보내가는 모든 이들이 지나가는 계절에 약간의 짜증과 약간의 행복 그렇게 추억과 낭만을 간직했음 합니다. 그렇게 구구절기를 읽으며 채워가고 있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아르마딜로: 항상 지나고 나면 아쉬워요. 그토록 힘겹던 여름이었는데 선선해지니까 괜히 좋았던 것 같고, 기억 미화일까요? 구구절기를 통해 지나가는 계절들을 한번씩 붙잡고 들여다보는 것 같아 제게도 참 고마운 시간이랍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엉이: 계절의 변화에 대한 느낌을 구구절기와 함께 나눠주어서 감사해요. 그 당시에는 힘들고 짜증 나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새로운 시각으로 보일 때도 있죠. 모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올해 여름 어지간히 덥고 습하고 짜증 났지만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잘 보내주어야 할 것 같아요. 모두 고생 많았어요.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

🐆치타: 약간의 짜증과 약간의 행복, 그 모두가 추억과 낭만이 된다니 참 예쁜 표현이에요. 둥근달 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치타: 추분 동안에 이틀의 휴일이 끼어있어요. 너무 좋습니다. 모두들 휴일에 뭐 할 계획인가요? 저는 지난 긴 연휴를 바쁘게 보내서 이번 짧은 연휴엔 여유롭게 쉴 생각이에요. 창문 살짝 열고 바람 이불 덮고서 강아지들이랑 낮잠 자야지, 히히.

🦖아르마딜로: 밀린 독서를 할 예정이에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엄청 연체되고 있답니다...흑흑...

🐨코알라: 훌라 특강이 있어서 수업 들으러 갈 거예요. 이번 휴일엔 아프지 않고 계획대로 지낼 수 있길...!!

🦉부엉이: 직장인이라면 정말 행복한 휴일을 맞이할 것 같은데요. 날씨도 좋아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네요. 저는 지방에 사시는 엄마와 동생이 저희 집에 놀러 오기로 해서 솥뚜껑 삼겹살을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하하 맛있는 계획이 잡혀있습니다. ^^

오늘 구구절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추분(秋分)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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