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구절기의 멋쟁이 아르마딜로입니다. 겨울 절기의 시작인 입동이 찾아왔습니다. 언제나 겨울이 오면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고는 해요. 상강까지만 해도 단풍이 덜 들었다고 아쉬워했는데 입동이 오기 전에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는 하나둘 떨어지더라고요. 날씨가 가장 급변하는 시기라서 더욱 시간의 흐름에 뒤처지는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어요.

겨울이라고 하면 끝을 떠올리기가 쉽습니다. 사계절의 마지막 계절이고, 한 해의 마지막 하면 겨울이고, 삶의 후반을 겨울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겨울이 시작이자 제일 따뜻한 계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해의 시작도 겨울이고 기부도 활발하고 주변의 이웃을 더욱 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오랜 세시 풍속으로 입동 때는 '치계미'라고 하여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풍속이 있었다고 해요. 소소하게는 시크한 반려 고양이도 겨울이면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와 같이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서 겨울이면 이곳저곳에서 환대 받는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습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매일 책을 읽고 간단한 소감을 쓰는 행사를 하길래 신청했어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주말은 제외하고 6주간, 30일의 여정입니다. 일하는 동안은 책을 거의 보지 않아서 독서가 어색해요. 이참에 습관 들여 보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르마딜로가 모닝페이지를 적고 있는다는데 참 좋아 보여요. 잘은 모르지만 일어나서 세 페이지의 글을 적는 거래요. 잘 쓸 필요는 없고 읊조리듯 뭐라도 쓰면 된다는 것 같은데, 어쩐지 막막해서 얼른 검색해 보고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도 빌렸어요. 언젠가부터 일어나면 겨우 출근하기 바빴습니다. 곧 다시 차분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밀린 책이 많아서 모닝 페이지 책은 조금 기다려야 하겠지만요.

  

11월 7일 즈음이면 겨울 기운이 일어나는 절기 '입동'이 시작됩니다. 벌써 겨울 절기의 시작이라니 사계절의 끝자락에서 시간이 조금만 더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024년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았다고 생각하니 한 해의 마지막으로 가는 여정이 아쉽기만 하네요. 한 해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나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했는지, 잠시 멈추어 생각해 봅니다. 구독자 님도 올해 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어떤 결실을 맺어가는지 겨울로 접어드는 이 길목에서 잠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겨울 절기가 시작된다지만 기온과 습도와 바람은 아직 가을을 타고 있어요. 기후의 영향으로 단풍 시기에 맞춘 모든 축제들이 절정의 시기를 비껴가고 올해 단풍의 시기는 예년보다 1~2주 늦게 찾아올 거라고 합니다. 미리 단풍 여행을 계획한 분들은 아직 초록빛이 남아있는 나무들을 보고 실망하며 돌아왔을 텐데요. 이미 지나간 것이라면 아쉽고 실망스럽겠지만 늦게라도 찾아온다니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일교차가 크고 차가운 기온을 머금은 강원도 쪽은 이미 단풍이 든 곳도 있겠지만 남부 지방 쪽으로는 입동이 시작되는 시기를 시작으로 1~2주 동안은 단풍의 절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단풍의 색이 변하는 이유는 나뭇잎을 초록색으로 보이게 하던 엽록소가 기온 하강과 함께 소실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단풍의 색깔은 기온·습도·자외선 등 외부 조건에 따라 다양한 효소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같은 수종이라 하더라도 다양하고, 평지보다 산이,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이, 음지보다는 양지가,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에서 특히 아름답다고 하네요.

지난주 부모님 댁에 다녀오는 길에 가을을 마주했습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는 가을의 정점을 향해가고 있었어요. 아직 초록인 부분들도 일부 남아있었지만 대부분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면 이 은행나무들도 잠시 쉬러 가겠지요. 열심히 한 해를 살아냈으니 쉼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다시 다가올 한 해의 시작을 위해서.      
자연을 마주해 보니 봄을 시작으로 움트고 여름에 최대치로 성장하여 가을에 붉게 타오르다 겨울에 쉼을 갖습니다. 우리의 삶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와 두 달이나 남았다는 생각의 차이는 남은 두 달 동안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를 달라지게 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조금 더 목표를 위해 전진해야 할 수도 있고, 또 다른이는 계획을 수정하고 재정비하거나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모두 다른 시간 속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지금이 새로 시작하는 봄일 수도 열심히 성장해야 하는 여름일 수도 또 정점을 찍는 가을 그리고 온전히 쉼을 택할 겨울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가을이 남아있는 겨울의 시작 그 사이에서 잠시 멈추어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구독자 님은 지금 어떤 계절을 걷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