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  달래 한 줌, 봄동 8~10잎 정도

❚ 양념  고춧가루 2큰술, 멸치액젓 반 큰술, 매실청 1.5큰술, 설탕 or 올리고당 1큰술, 다진 마늘 반 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 소금 약간

  

연체된 책을 반납하러 집을 나섰어. 마침 화요일이라 오랜만에 군고구마를 사서 들어오면 완벽하겠다 싶었지. 바깥에 나오니 놀랄 정도로 바람에 찬 기운이 없었어. 이제 더 이상 겨울 외투는 입고 다닐 수 없겠더라. 놀라운 일은 그것뿐만이 아니었어. 군고구마 트럭답지 않게 화려해서 자세히 보니, 아니 글쎄 군고구마 트럭이 아닌 거야. 같은 자리, 같은 크기의 파란색 트럭이지만 실려있는 건 꽃과 모종들.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 대신 알록달록 화사함이 가득했어. 이제 정말 봄이 왔구나.

 

어쩐지 요즘 새들이 시끌시끌했어. 실제로 그런 건지 창문을 열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어쩐지 더 생기 넘치는 느낌이야. 새들에겐 춘곤증이 없는 걸까? 춘곤증 하니 요가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 봄에 약해지기 쉬운 장기는 간이고, 간이 약해져서 쉽게 지치고 졸음이 오는 거래. 간과 연결되어 있는 건 눈이어서, 봄에는 눈을 크게 뜨고 움직여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 마침 봄은 특히 눈이 즐거운 계절이니까 눈을 이리저리 굴려볼까. 꽃과 나무, 새 구경을 하면서 피로도 덜 수 있겠네! 

 

얼마 전 아직 바람이 찰 때도 겨울이 슬슬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느낌이 들긴 했지. 겨우내 중지되었던 체조가 다시 시작되었어. 천변에 빠른 음악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잔뜩 모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거야. 단상 위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게 분명한데 마치 정해진 안무를 선보이는 양 어찌나 일사불란, 활기차고 호쾌한 동작이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고, 동장군은 얼씬도 못 하겠다 싶었어. 공기를 가르는 팔다리의 움직임에 눈이 따라가기 바빴다니까. 이제 이 정도로 기온이 올랐으니 가벼운 옷차림으로 더 경쾌하게 움직일 게 기대돼. 나는 근처에서 눈을 크게 뜨고 구경해야지.

  

분명 잠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개운하게 일어났는데도 자꾸 졸음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장미는 연신 나오는 하품을 꾹 눌러 참으며 정신을 다잡으려 애썼다. 노력이 무색하게도 창문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은 따사로웠고 교수님의 강의는 조곤조곤 이어지며 졸음을 부추기는 듯했다. 전공서 한구석에 낙서를 끄적이다가 목도 한번 돌려보고 다른 학생들을 구경하다 장미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햇빛 아래 날리는 먼지인 줄 알았다. 하늘하늘 움직이는 뿌연 빛 조각은 학생의 머리 위로 내려앉다가 솟구쳐 천장도 두드리고 책상 위로 통통 뛰어다녔다. 팔랑팔랑 빙글빙글 꽃잎이 날리듯 움직이던 먼지는 눈이 마주친 듯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이내 빠르게 돌진해 왔다.

장미는 고개를 꾸벅이며 졸다 크게 휘청이는 느낌에 깜짝 놀라 깼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요정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교수님은 조용조용 강의 중이었고 몇몇 학생이 졸고 있었다. 그새 꿈을 꿨나……. 장미는 눈을 부릅뜨고 교수님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장미의 교재 한구석에는 지렁이처럼 흐물거리는 선 끝에 ‘요정’이라고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못해신앙: 동성애라는 주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