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절기, 곡우야. 🦖아르마딜로: 안녕~ 구구절기의 멋쟁이 아르마딜로야. 벌써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가 찾아왔어. 꽃이 피고 나서야 이제 봄이구나, 싶었는데 봄비가 후두둑 꽃잎을 떨구면서 봄도 지나가고 있어. 이제 점점 또 더워지겠지?
오늘의 절기! 곡우(穀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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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예쁜 우산
- 🐆 치타의 반짝이는 우리말 - 로 로 로 자로 끝나는 말은
-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아쉬운 봄, 반가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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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된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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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는 절기를 소재로 한 단편 소설이야. 실제 사건 및 인물과는 무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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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라! 이모가 사줬어!”
좀처럼 가방을 내려놓질 못하고 서성이던 다온이 때마침 보인 수연을 이끌고 구석에서 우산을 펼쳐 보였다. 친구들 사이에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우산이었다. 수연은 우산 속 캐릭터만큼이나 반짝이는 눈을 하고 다온의 우산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왜 제게 이런 걸 보여주는가 싶어 수연은 부러 심술을 부렸다.
“우산은 비 올 때만 들고 다니는 거야.”
“오늘 저녁에 비 온댔어.”
오는 길에 엄마 차에서 들은 라디오에서 비 소식이 있었다느니 이모가 우산을 사준 후 계속 비 오길 기다렸다느니 다온은 재잘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듯 걱정스러운 얼굴로 수연에게 물었다. 너 우산 안 들고 왔어? 수연은 다온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해가 떠있긴 하지만 하얗게 질린 하늘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연은 입술만 비죽이며 맘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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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점점 흐려지더니 하원 시간이 되자 하나둘 빗방울을 떨구기 시작했다. 내심 다온의 우산을 질투했기 때문인지 바람이 이뤄지지 않아 수연은 속상하고 억울했다. 수연은 하염없이 내리는 비도 밉고, 제게 우산을 자랑한 다온도 밉고, 우산을 챙겨주지 않은 엄마도 미웠다. 집에 있는 빨간 우산이라도 가져왔으면 이렇게까지 속상하진 않았을 텐데. 원망 어린 눈으로 빗발을 바라보는데 다온이 수연에게 물어왔다.
“수연아, 우산 없으면 나랑 같이 쓰고 갈래?”
다온의 새로 산 캐릭터 우산을 떠올린 수연은 조금 마음이 풀렸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까처럼 질투가 나서 심술을 부리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야. 엄마가 데리러 올 거야.”
내 우산도 예뻐. 수연이 머뭇거리며 작게 덧붙이자 다온이 “그러면 나도 네 우산 보여줘.” 하며 옆에 나란히 앉았다.
머지않아 수연의 엄마가 빗속을 뚫고 도착했지만 수연이 기대했던 빨간 우산은 없었다. 늘 시간에 쫓겨 정신 없이 다니는 수연의 엄마는 급하게 편의점에서 산 것 같은 투명한 비닐우산을 들고 있었다.
“엄마, 내 우산…. 빨간 거….”
수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다온의 새 우산 앞에서 초라한 비닐 우산을 들어야 하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고 예쁜 우산이라고 했는데 아니어서 다온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우산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은 엄마한테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수연은 눈물을 쉬이 멈출 수 없었다. 마음속에도 자꾸 비가 와서 눈으로 빗물이 넘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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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다온이 한참을 진정시킨 후에야 수연은 눈물을 그치고 우산을 들 수 있었다. 완전히 푹 젖어 무거워진 마음 탓에 좀처럼 고개를 들진 못했지만 말이다. 돌아가는 길엔 비 때문에 바닥에 꽃잎이 낭자했다. 예쁜 꽃도 다 망치고 비는 대체 왜 오는 거야. 비도 밉고 다온도 밉고 엄마도 미웠다. 사실은 비도 다온도 엄마도 잘못이 없다는 걸 알았기에 수연은 더 속상했다.
“수연아!”
멀리서 다온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돌아보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다온의 우산을 보면 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온이 계속 이름을 불러서 수연은 마지못해 돌아보았다. 멀리서부터 수연을 부르며 달려온 다온은 숨을 몰아쉬다가 수연의 우산을 보고 활짝 웃었다.
“네 우산 예쁘다!”
수연은 그제야 제 우산을 올려다 보았다. 투명한 비닐 우산 위로 비에 젖은 벚꽃잎이 흠뻑 내려앉아 있었다. 그건 정말 아주 예쁜 우산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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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의 반짝이는 우리말
로 로 로 자로 끝나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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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왔어. 낮에는 반팔 저녁엔 패딩조끼를 오가는 위기의 봄이지만서도 길가에 납작 모인 봄까치꽃의 재잘거림과 봄바람에 쏟아지는 벚꽃의 함성이 와아아 들려오는 이 계절을 달리 봄 말고 뭐라 부를 수 있겠어.
얼마 전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와서 나는 유난히 봄을 더 기다렸어. 단지 내에 왕벚나무가 잔뜩 심겨있어서 하늘을 다닥다닥 수놓을 하얀 벚꽃잎의 향연이 무척이나 기대가 됐거든. 아마 아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의 최애 봄꽃은 사실 목련이야. 2024년 청명의 글 ‘봄날의 목련을 좋아하세요?’에서 목련의 숭고함을 강조하며 벚꽃의 화려함과 비교하기도 했었지. 그래서 혹시 오해할까 봐 덧붙이는데 목련을 좋아한다는 게 벚꽃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었어. 하하. 나 꽃 좋아해. 애순이처럼 온 집안에 벽지로 바를 만큼은 아니어도 바닥에 대왕 파란 꽃 러그를 깔 만큼 좋아해.
지금은 온세상에 봄뿐이라는 듯 봄이 가득한데 이 한창 때의 시작이 어디였나 생각해 보면 명확히 떠오르는 시점이 없어서 신기해. 지난 절기 청명 때 부엉이의 제철 그림 일기 속 꽃들, 개나리와 진달래와 목련과 벚꽃과 산수유를 보며, 또 부엉이네 동네에 산수유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우리 동네엔 언제 꽃이 피려나, 매일 산책길에 메마른 식물들을 요리조리 살폈거든. 그렇게나 살펴도 꽃은커녕 푸른 잎사귀 하나 찾기도 쉽지가 않았거든.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영락없이 겨울이기만 할 경기 북부의 봄을 마주하며 혹시 기후 위기 때문에 진짜 봄은 영영 안 오는 것 아닌가 걱정도 했어. 그러나 역시, 버석하게 누웠던 풀과 나무들은 시나브로 겨울 태를 벗고 곡우를 맞을 때쯤엔 온갖 꽃을 피워내고 있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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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눈치 챘을까? 오늘 소개하려는 반짝이는 우리말은 ‘순우리말 부사’야. 벌써 두 개를 소개했다. ‘이제 한창’을 뜻하는 바야흐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시나브로. 아마 이 둘이 오늘 소개할 다섯 개의 부사 ‘바야흐로, 시나브로, 온새미로, 안다미로, 에멜무지로’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단어일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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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 이제 한창. 또는 지금 바로.
◍ 온 동네에 꽃향기가 가득한 걸 보니 바야흐로 봄은 봄인 것 같다.
◍ 바야흐로 시험 기간, 도서관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 그 아름다운 소설은 바야흐로 아르마딜로의 감정이 절정에 달했을 때 쓰인 것이 분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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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 시나브로 자라난 감정은 어느새 사랑이 되어있었다.
◍ 칠흑 같은 밤의 시간들이 시나브로 고개를 든 새벽의 붉은 기운에 물러가고 있었다.
◍ 자그마한 아이는 시나브로 자라 어느새 내 어깨를 넘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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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개할 부사는 온새미로인데, 이 말은 ‘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생긴 그대로의 상태’를 뜻하는 순우리말 ‘온새미’에서 온 부사야. 나는 온새미로의 ‘새’를 생김새의 ‘새’로 생각하면서 이 단어를 익혔는데, 알고 보니 둘은 어원적으로 다르더라고. (온새미로의 ‘새’는 부분이나 조각을 뜻하는 오래된 말의 흔적이고, 생김새의 ‘새’는 우리가 모양새, 생김새 할 때 쓰는 모양의 뜻이래.)
바야흐로나 시나브로보다는 좀 낯설긴 하지? 긴가민가 싶으면 일단 ‘있는 그대로’로 치환해서 해석해 보면 단어가 시나브로 익숙해질 거야. 한편으로 이 뜻 외에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 없이’의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건 사전적 뜻과는 거리가 있어. 아마 온새미로의 어감이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을 줘서 요즘 사람들이 시적으로 확장해서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해.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역사성이 있으니까 그 과정의 한 장면일지 모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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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 ┃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
◍ 고구마는 작게 썰기보다 온새미로 찌는 게 단맛이 더 살아나.
◍ 나무를 온새미로 옮겨 심으려면 뿌리 손상이 없게 조심해야 한다.
◍ 익숙한 풍경이 온새미로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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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는 조금 더 뜻을 유추하기 쉬워. ‘다미’가 담다의 ‘담’과 같은 어원이거든. 안다미로는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의 뜻을 가지고 있어. 직관적이지? ‘담다’를 옛말로 ‘안다’라고 했대. 그릇이나 공간에 무엇을 넣는다는 의미니까 밥그릇에 고봉밥이 가득 담긴 걸 떠올리면 딱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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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미로 ┃ 담은 것이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 엄마가 떡볶이를 안다미로 담아줘서 배 터지는 줄 알았어.
◍ 시장에 가니 제철 과일을 안다미로 담아 팔고 있었다.
◍ 아빠는 따뜻한 말들을 안다미로 쏟아내며 나를 응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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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에멜무지로를 만나볼 시간이야. 에멜무지로 들어봤어? 나는 이번 원고 준비하면서 처음 접했어. 에멜무지로? 에멜무지로라니? 도무지 감도 잡히지 않더라. 예문으로 한번 의미를 추측해볼래?
예문: 긴머리를 에멜무지로 묶었더니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금새 풀려버렸다.
에멜무지로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 하나는 ‘단단하게 묶지 않은 모양’이고 또 하나는 ‘결과를 바라지 않고, 헛일하는 셈 치고 시험 삼아 하는 모양’이야. 예문 속 에멜무지로는 첫 번째 뜻이었다.
이 감칠맛 나는 순우리말은 사실 명확히 확인된 어원은 없고, 아마도 옛 방언에서 전해지는 소리나 말투에서 굳어진 것으로 추측해. 의성·의태어라는 견해도 있다고 해. ‘에멜’은 느슨하고 헐거운 느낌이 난다는 건데 그럴듯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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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멜무지로 ┃ 단단하게 묶지 않은 모양. 시험 삼아 한번 해보는 모양.
◍ 열 권이나 되는 책을 에멜무지로 묶어 들었더니 자꾸만 한두 권이 바닥에 떨어졌다.
◍ 에멜무지로 시작한 운동은 이제 내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 나는 에멜무지로라도 이 일을 해보려고. 안 하면 더 후회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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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순우리말 부사를 만나본 소감이 어때? 나는 이렇게 예쁜 말들을 보면 마음에 꾹꾹 담고 입술에 착착 붙여서 잘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말은 세계를 확장하는 장치이기도 하잖아. 동아시아인,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유난히 태몽을 많이 꾼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 실제 꿈을 꾸는 빈도의 차이보다는 ‘태몽’이라는 말을 가진 한국인의 세계가 그 단어만큼 더 넓어서일 거라고 생각하거든.
오늘 만난 다섯 개의 부사들이 구독자 자기의 세계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럼 이제 연습 문제로 마무리할게! 정답은 빈칸 드래그하면 볼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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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시나브로 온새미로 안다미로 에멜무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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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 김밥은 속을 [ 안다미로 ] 넣어줘서 한 줄만 먹어도 든든해.
- 시간은 [ 시나브로 ] 모든 것을 덮어주어 이제는 그때의 슬픔이 기억 나지 않는다.
- [ 에멜무지로 ] 쓴 지원서가 최종까지 올라갈 줄은 몰랐어.
- 커다란 목각 인형을 분해하지 않고 [ 온새미로 ] 포장하느라 아주 큰 상자를 썼다.
- [ 바야흐로 ] 만개한 라일락 덕에 공기 대신 꽃향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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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아쉬운 봄, 반가울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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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절기 곡우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하다가 요상한 날씨로 인해 벚꽃 구경을 못한 구독자 자기가 꽤 있지 않을까 해서 벚꽃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어. 봄의 마지막 절기니까 봄나물을 끝까지 챙겨 먹으라고 봄나물 무침을 소개할까 하다가 지난 절기 춘분 편에서 냉이된장국과 달래 봄동 겉절이를 소개했기 때문에 봄의 마지막 절기를 벚꽃 엔딩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 생각했지.
봄나물이 아쉬운 구독자 자기는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봄나물을 챙겨 먹거나 지금 바로 해 먹을 수 없다면 살짝 데쳐 소분해서 냉동실에 얼려두면 시간이 좀 지나더라도 봄나물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거야. 때를 놓치더라도 이렇게 저장해 놓으면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 먹을 수 있으니 몸도 마음도 든든하겠지.(그래도 그냥 지나가기 섭섭하니 제철 재료 하나 알려줘야지. 하하! 부엉이 엄마한테 또 전화가 왔어. 마늘쫑을 꼭 챙겨먹으라고. 지금이 제철이라고!)
그럼 봄나물도 벚꽃도 둘 다 즐겨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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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Cherry Blossom]
벚나무의 꽃이다. 봄에 화창하게 피며, 꽃잎의 색깔은 분홍색 또는 하얀색이다.
대표적인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영혼), 정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이다. 그 외에도 절세미인,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 순결, 뛰어난 아름다움, 정신미, 교양, 부(富), 그리고 번영을 뜻하기도 한다.
출처: 나무위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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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 근처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벚꽃을 즐길 수 있었는데 첫째 주는 밤에 피어있는 벚꽃을, 둘째 주에는 벚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어.
여의도나 유명 벚꽃 축제가 열리는 지역에 가지 않더라도 요새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은 것 같아. 나는 방아다리 문학도서관이라는 동네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그 길목이 벚꽃길이야. 매년 벚꽃 필 무렵 이 길을 서성이곤 해. 찰나의 꽃을 가볍게 산책하면서 즐길 수 있다니 참 감사한 일이지. 삶의 아름다움이란 꽃말이 정말 그러한 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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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나게 벚꽃을 즐긴 후 주말엔 돌풍이 불었어. 비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밖에 나갈 엄두가 안 났는데, 또 이런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이 생각났지 모야. 요새 부엉이가 꽂힌 솥뚜껑 삼겹살을 소개하지. 너무 뜬금없어서 미안. 그렇지만 벚꽃이 절정이고 비가 추적추적 오던 그날엔 너무 어울리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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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나는 또 다른 도서관에 방문했는데 아름답게 흩날리는 벚꽃들을 볼 수 있었지. 저 길을 몇 번이나 지나다녔는지 몰라 떨어지는 벚꽃잎을 맞으며 걷고 싶어서, 손에 쥐어 보고 싶어서 팔을 허공에 휘적휘적 저었어. 멀리서 누군가 나를 봤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가까이 가면 안 될 것 같은 인상을 주었을지도. 아랑곳 않고 이제 자리를 깔고 앉아서 벚꽃 반지도 즐기고, 떨어진 벚꽃잎 촉감도 느끼면서 유유자적 벚꽃 공연의 마지막을 감각 놀이하듯 시간을 보냈어. 내가 즐긴 이 벚꽃 구독자 자기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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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잘 먹고 잘 쉬다 온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4월 끝 무렵에 이렇게 잘 충전해놓아야 5월 가정의 달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 부엉이의 개인적인 일정이지만 5월은 일도 가족 모임도 늘어 꽤나 분주히 보내야 할 것 같거든. 잘 먹고 잘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건 구독자 자기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 이 아쉬운 봄을 하루하루 아끼면서 보내고 또 반가울 여름의 절기 입하를 맞이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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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구구절기 이야기: 청명(淸明)
🦌꽃사슴: 구구절기에 능력자가 많나봐. 서로 글을 바꿔서 쓰는데도 아르마딜로의 꽃전 사진부터 너무 예쁘고, 치타는 옷을 잘입고, 부엉이는 직접 그림을 그린거지? 놀랐어. 종종 이렇게 하면 너무 재미있을거 같아.
🦖아르마딜로: 능력자로 보였다니 기쁘다! 만우절 특집은 오래 기획했던 거라서 더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 원래의 꼭지는 각자 가장 자신 있는 내용이다 보니 한 번 정도는 바꿔 써도 즐거웠지만 역시 어려운 부분도 있더라. 나는 '부엉이가 잘하니까~', '치타 특기!' 하고 생각도 안 하던 분야를 접하면서 잘 몰랐던 서로의 노고를 더 잘 느끼게 되어 좋았어. 부엉이는 어떻게 매번 재료 수집부터 요리, 완성품을 예쁘게 담기까지 했을까! 이벤트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앞으로도 이런 재밌는 특집을 더 해보고 싶어! 꽃사슴도 즐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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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딜로: 벌써 올해 봄의 마지막 절기도 끝이라니 시간이 정말 빨리 가. 나는 올해 여느때보다 꽃을 많이 본 봄이었던 것 같아. 이번 봄은 특별하다 싶은 기억이 있어?
🦉부엉이: 특별하다 싶은 기억이 바로 떠오르진 않는데 나도 아르마딜로와 마찬가지로 꽃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 바로 지난 절기 청명 만우절 특집 편에서 제철 그림일기를 준비하며 개나리, 목련, 벚꽃, 산수유, 진달래를 천천히 그려나갔거든. 몇 시간에 걸쳐 꽃들을 그리면서 자세히 꽃들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그게 인상 깊었던 것 같아. 평소에는 가볍게 지나쳤던 꽃들의 얼굴을 세심히 볼 수 있어서 좋았어.
🐆치타: 지난 겨울에 만나 춘분 직전에 헤어진 동네 유기견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너무 예쁘고 똑똑한 어린 백구였는데 입양처를 찾고 있던 중에 로드킬을 당했거든. 하늘에서는 슬플 일 없이 꽃구경 실컷 하고 마음껏 뛰어 놀고 있으면 좋겠다.
오늘 구구절기는 어땠어? 구독자의 곡우(穀雨) 이야기도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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