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하(立夏) 👒 폭싹 따땃해졌수다. 나들이 가자!

일곱 번째 절기, 입하야.

2025. 5. 4.

🦉부엉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석가탄신일까지 여름 절기 입하와 함께 5월 가정의 달이 시작되었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연휴를 보내길 바라.

오늘의 절기! 입하(立夏)

1. 🐆 치타의 반짝이는 우리말 - 따끈따끈한 여름의 말
2.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언은 묵음으로
3.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따릉 따르릉! 자전거 나들이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 이때가 되면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하며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린다. 또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밭에는 참외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리고 묘판에는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집안에서는 부인들이 누에치기에 한창이고,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뽑기에 부산해진다.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치타의 반짝이는 우리말

따끈따끈한 여름의 말

올해는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일 거라던 무시무시한 예측이 다행히도 빗나갔다. 아직까지는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한 봄이야. 한편 24절기는 이미 여름을 맞이할 준비가 시작되었네. 지난번 곡우를 끝으로 봄 절기가 끝나고 5월 5일로 여름의 첫 절기 입하에 들어갔어. 그리하여 오늘 준비한 반짝이는 우리말은 여름과 관련된 것들이야. 미리 알아두고 올여름 하나씩 써먹어보자고.

살아있다는 감각

여름철의 더운 기운을 더위라고 하지. 더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느낌이 뭐야? 아마 단어가 끌고 오는 뜨겁고 끈적한 기운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더위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종종 만나는 아주 차갑거나 뜨거운 날씨가 반가울 때가 있어. 겨울철 엄마랑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목욕을 마치고 속까지 뜨끈해진 몸으로 바깥에 나왔을 때, 덜 마른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조각처럼 얼어붙고 폐 속까지 들어찬 차가운 공기가 하얀 수증기가 되어 내 몸 밖으로 나와 그림을 그리며 흩어질 때. 그 느낌 알아? 너무 추운데 ‘어우 상쾌해’ 소리가 절로 나오는 시원함 말야.

여름엔 감당 안 되는 낮은 에어컨 온도에 달달 떨며 지하철에 내내 앉아있다가 거의 배탈이 날 지경이 되어 허리를 굽히고 겨우 지상으로 탈출했을 때, 그때 만나는 뜨거운 햇볕은 ‘엄마 손은 약손’ 하면서 온몸을 만져주는 것 같아.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이던 온몸에 돋은 소름들이 천천히 말랑해지다가 다시 맨들한 피부 속으로 사라져갈 때 이토록 가득히 볕에 안길 수 있는 여름이 참 좋다고 느껴. 살아있다는 느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야.

더위 더위 더위

일더위는 첫여름부터 일찍 오는 더위를 말해. ‘이른 더위’가 ‘일더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의미를 파악하기 쉬워. 보통 한국의 여름 더위는 6월 중순에서 말에 시작되니까 지금 5월이나 6월 초에 갑작스럽게 더위가 찾아오면 이 단어를 한번 써보면 되겠다. “갑자기 웬 일더위야? 반팔 입길 잘했네!” 하고.

무더위는 익숙한 단어지?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말해. ‘물’과 ‘더위’가 만나 만들어졌어. 습도가 높은 한국의 여름 더위에 딱인 단어다. 보통 망종에 최고로 산책하기 좋은 시기를 맞았다가 하지 때 장마를 지나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지. (덤으로 모기도 따라오고.)

불볕더위는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쬘 때의 더위를 말해. 무더위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물’이 빠졌다고 생각하면 돼. 땅과 식물의 수분을 말려버리는 사막의 더위를 떠올려 봐. 사우디아라비아는 여름철 낮 기온이 45~50℃도 흔한데 습도가 무척 낮아서 땀이 나도 금방 증발해 덜 덥게 느껴진다지.

늦더위는 일더위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겠다. 여름이 다 가도록 가시지 않는 더위를 가리켜. 9월 초, 가을을 향해 가는 무렵에도 기승을 부리는 더위를 만난다면 걔가 바로 늦더위야. 늦더위나 무더위는 이미 많이 써온 말이니까 올여름엔 일더위를 새롭게 말해보고, 무더위와 불볕더위를 구분해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귀여운 여름 단어

여름에 쓸 만한 순우리말 두 개 더 알려줄게. 말이 너무 예뻐서 들고 왔어.

하나는 나비물이야. 옆으로 쫙 퍼지게 끼얹는 물을 말해. 내가 예전에 살았던 오래된 단독주택에 작은 마당이 있었는데, 마당이 잔디 마당이 아니라 시멘트를 발라 딱딱하고 반반한 회색빛 마당이었어. 어떤 마당인지 알지? 여름에 워낙 더우니까 마당에 물을 종종 끼얹었는데 마당 한구석 수도꼭지를 돌려 물이 콸콸 나오면 바가지로 받아서 색칠 놀이를 하듯 마당 곳곳에 넓게 펼쳐 뿌렸어. 그러면 옅은 회색빛 마당이 물이 닿는 곳마다 짙은 회색으로 변하면서 열기를 날리는 소리가 치익 났지. 그때 나비물이라는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 마당에 나비물 좀 끼얹고 올게!” 하고 말해봤을 텐데. 올여름엔 어떻게든 이 말을 한번 써봐야겠다.

또 하나는 솔개그늘이야. 솔개만큼 아주 작게 지는 그늘을 말하지. ‘오뉴월 볕은 솔개만 지나도 낫다’라는 속담이 있어. 솔개가 지나면서 만드는 조그만 그늘도 참 귀하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한 속담이래. 솔개그늘이라니~ 나비물이라니~ 참으로 반짝이는 우리말 아니겠어?

반짝이는 ✨ 연습 문제

일더위 무더위 불볕더위 늦더위 나비물 솔개그늘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 무더위 ]가 시작되므로 장마 오기 전 절기인 망종 때 꼭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을 해야 한다.
봄옷도 다 못 입었는데 갑작스러운 [ 일더위 ] 때문에 반팔을 꺼내 입었다.
텃밭에 핀 작은 꽃들은 할머니가 뿌리는 [ 나비물 ]을 맞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처서가 지났는데도 [ 늦더위 ]가 계속되어 여전히 에어컨을 켜고 잔다.
버스 정류장 지붕 아래로 만들어진 작은 [ 솔개그늘 ]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섰다.
[ 불볕더위 ]에 햇빛 아래 서면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었지만 그늘 안에 들어가니 금방 괜찮아지는 듯했다.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언은 묵음으로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는 절기를 소재로 한 단편 소설이야. 실제 사건 및 인물과는 무관해.

한창 꽃이 피던 시기는 정신 없이 놓쳤지만 여전히 해는 따사롭고 바람은 선선하니 놀러가기 좋은 날씨였다. 언니가 놀러가자며 찾아왔을 때도 가족 여행하는 데에 꼽사리 끼는 게 아닌가 싶어 거절할 생각이었다.

“형부랑 다온이는?”

“오늘은 둘이 데이트야.”

둘이 언니랑 날 말하는 건지 형부랑 다온이를 말하는 건지 애매했지만 대충 의미는 통했다. 그렇구나, 오늘은 둘이 데이트구나. 괜시리 올라가는 광대를 누르며 “뭐하고 놀 건데?” 묻자 언니는 핸드폰을 켜고 가고 싶었던 식당리스트를 죽 읊었다.

“형부가 굶기니?”

허탈하게 웃자 언니는 뭐가 그리 웃긴지 까르르 웃었다. 뭐, 여자 둘이 모이면 계속 먹고 다니고 계속 웃고 다니는 법이긴 했다.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깔깔댄다는 여고생이라는 시간이 영원히 지나가질 않는 모양이었다.

“일단 고. 여기 괜찮아 보이네.”

언니의 리스트 중에서 인도식 카레를 파는 식당을 골랐다. 언니의 리스트는 비싼 식기를 사용하는 분위기 좋은 카페나 생소한 외국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가족들이랑은 가기 어려운 곳들을 언니는 언젠가 가야지 하고 리스트에 꼭꼭 담아둔 모양이었다. 카레를 먹을 때가 되어서야 든 생각에 난과 함께 눈물도 찔끔 삼켰다. 왜 그러고 살아. 괜한 말이 튀어나올까 싶어 가족 얘기를 피해 맛있다는 소리만 되뇌다 식사를 마쳤다.

“커피?”

“고.”

그렇게 전투적으로 식사와 커피 한 모금까지 해치우고서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식사를 하고 왔는데도 밥 배 따로 디저트 배 따로라는 말이 맞는지 조각 케이크까지 야무지게 시킨 언니는 걱정한 내 마음과는 달리 태연스레 가족 얘기를 꺼냈다.

“애랑 있으면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서 오늘은 남편 담당, 내일은 내 담당으로 정했거든. 근데 자꾸 밥은 먹었나 재밌게 놀고 있나 신경쓰이는 걸 보면 무슨 의미였나 싶어.”

“형부가 애도 아니고 알아서 잘 챙기겠지.”

“그렇겠지?”

지이, 하고 끌리는 말꼬리에 또 욱하고 괜한 말이 튀어나오려고 했다. 다온이야 아직 어리고 언니를 꼭 닮아 예뻤지만 형부는 나쁜 사람이 아닌 걸 알아도 이상하게 미웠다. 친구에게 애인이 생기면 괜히 흰 눈으로 보는 것처럼 둘이 결혼하기 전에도 툭하면 헤어지라고 닦달을 했다. 그때도 형부가 유별나게 잘못한 건 아니었지만 언니가 울어도 그 사람 탓인 것 같고 언니가 아파도 그 사람 탓인 것 같았다. 정작 결혼한다 했을 땐 “헤, 앵복하게 사세요…” 하고 고개를 숙였더랬다. 그 꼴을 언니가 얼마나 비웃었는지.

“언니나 신경써.”

삐딱한 마음에 머릿글자를 작게 속으로 삼키자 언니가 눈을 부라렸다. 괜히 찔려서 말을 돌렸다.

“아니, 이 담에 뭐할 건데? 밥 먹고 커피 먹고 땡?”

“무계획이 계획인데? 아이스크림 사들고 공원 걷는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냥 근처 아이쇼핑만 해도 좋아.”

“참내, 놀자고 불러놓고 여행 가이드가 형편없네.”

언니는 또 까르르 웃었다. 어려서부터 둘이 하도 깔깔대며 다녀서 만나는 어른마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묻곤 했었다. 이후로는 시답잖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근 재밌게 본 드라마 이야기, 소화기능이 약해져서 밀가루를 끊어야겠다는 이야기("케이크를 샀으면서?" 하고 묻자 또 까르르 웃었다), 언뜻언뜻 생각나는 어릴 때 이야기, 내가 사준 우산이 맘에 쏙 들었는지 다온이 비 안오는 날에도 들고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한다는 이야기 등등.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다른 주제들이었지만 그때처럼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나오는 얘기마다 웃음이 섞였다. 둘이 있으면 어느때고 가랑잎을 지켜보는 여고생이 되는 것이다.

“인형뽑기 한 판?”

“고.”

카페에서 나와 배가 부르니 걷자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인형뽑기매장을 발견했다. 당연히 인형뽑기를 한 판만 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라 나는 무력하게 만 원을 소진했다. 옆에서 훈수를 두던 언니는 실력을 보여준다며 내가 실패한 기계에 삼천 원을 집어넣었다. 다섯 번을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처음 한 번은 집게가 삐끗하며 잘못 내려갔고 이후 두 번은 위치를 잘 잡았으나 집게가 올라가면서 인형을 놓아버렸다.

“이거 기계 조작 아냐? 집게가 그냥 놔버리잖아.”

“기다려봐.”

언니는 앞과 비슷한 방식으로 집게를 조작했다. 내 눈엔 별다를 것 없어 보였는데 집게는 인형을 들어올려 배출구 근방까지 옮겼다. 아쉽게 코앞에서 놓치며 꺼내진 못했지만 배출구 근처에 아슬하게 걸린 인형은 기계를 살짝만 흔들어도 떨어질 것 같았다.

“와, 이건 진짜 다 뽑았다.”

인형뽑기 기계음을 따라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요동쳤다. 언니는 가볍게 집게를 톡 내리더니 내가 허망하게 만 원을 날린 인형을 뽑는 데에 성공했다. 뽑은 장본인보다 내가 더 흥분해서 와악 소리쳤다.

“옛다. 너 해라.”

“헐, 진짜?”

“넌 만 원, 난 삼천 원. 네 지분이 더 크잖아.”

명백히 놀리는 말이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아서 화도 안 났다. 나는 매장을 나와서도 잔뜩 흥분해서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있다가 인생네컷을 발견했다.

“저거 찍자. 집 가서 전리품 자랑해야지. 증거자료 남겨.”

언니는 깔깔 웃고는 “고.”를 외쳤다. 나나 언니나 그런 걸 찍어본 것도 아니어서 생경했고 완성된 사진은 어색하게 웃고 있거나 괴상한 자세를 하고 있었고 목표하던 인형은 보일락 말락 하는 수준이었다. 엉망진창인 사진을 들고서 둘이서 또 한참을 까르르 웃었다. 이렇게 작은 일에도 즐거워하는 언니가 가고싶은 가게도 못 가고 리스트만 만들어둔 것이 새삼 안타까웠다.

“아까 보여준 그 식당 리스트.”

“갑자기?”

“형부랑 다온이랑도 가. 언니만 다른 사람한테 맞추지 말고.”

언니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듣다가 이내 엄청 웃긴 농담을 들었다는 듯이 배를 잡고 한참을 웃었다. 아니, 사람이 좋은 말 해줬는데. 화가 나려고 했지만 어리둥절한 마음이 더 컸다. 말도 잇지 못하고 웃던 언니는 너무 웃어서 고인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무슨 오해한 건지 대충 알겠는데, 그거 너랑 가려고 만든 거야. 딱 네 취향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내가 가족 얘기를 피하며 배려하느니 둘이 있으면 여고생이 된다느니 해도 언니는 늘 나보다 세 살만큼 위에 있었다.

“아, 니 진짜 짜증나!”

“요게 아까부터 자꾸 맞먹으려 들어. 은근슬쩍 니라고 부르지 말라 했다?”

언니라고 했어! 헤드락을 거는 언니한테 소리쳤다. 세 살 위든 속내가 다 읽히든 뭔 상관이랴. 여동생은 원래 언은 묵음으로 부르는 법이다.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따릉 따르릉! 자전거 나들이

요즘 날씨 너무 좋지 않아? 날씨가 연일 좋아서 나들이 나서기 딱 좋은 날씨야. 이런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만끽해야지. 올해 첫 개시한 자전거를 타고 절기 입하를 맞이하러 가볼게. 자전거 길마다 핀 철쭉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교보문고 마곡점에 도착했어. 건물이 워낙 커서 내 자전거가 정말 작아 보인다.

교보문고 원그로브점

❚ 위치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165 원그로브몰 B동 지하1층

❚ 영업 매일 10:30~22:00

❚ 연락처 1544-1900

❚ 홈페이지 바로가기 클릭

자전거를 타고 서울 마곡에 새로 생긴 교보문고까지 다녀왔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교보문고가 생긴다는 소식에 며칠 전부터 설레었어. 4월 25일 오픈하는 날을 기다렸고 사람들이 많아 붐빌 것 같아 며칠 더 기다렸다 이제야 방문하게 되었네.

교보문고는 6년 만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라고 해.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을지 가기 전부터 쾌적한 대형 서점에 앉아 책을 읽는 상상을 했지.

걷다가 교보문고 입구가 보이자 설레기 시작했어.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는 많이 갔었지만 이렇게 설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 생긴 서점이 반가웠어.

버려지는 종이 파지를 이용해 꾸며진 입구를 지나면 단정하고 깔끔하게 꽂혀있는 책들을 마주할 수 있어.

베스트셀러인 책들이 나열되어 있고 정관 스님의 책을 스페셜하게 맞이할 수 있는 핫 픽 섹션도 볼 수 있었어.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깔끔한 분위기에 편하게 책을 둘러볼 수 있어.

지하 1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내가 상상하던 초록 초록한 식물이 있는 중정 뷰를 보며 책을 읽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아 동선이 편하고 새 건물에 지어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매우 쾌적했지.

여러 책을 둘러보다 ‘셸리 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구입하고 카페로 향했어. 앞으로 종종 오게 될 것 같아.

이곳 마곡 지구는 신도시라 아직도 증축 중인 건물이 많고 근처에 볼거리가 풍성해. 마곡에 코엑스도 생겼대. 모르는 사이에 가볼 만한 곳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는 중인 것 같아.

지난 절기 입춘 편에서 소개한 서울식물원도 이곳 마곡에 위치해 있어. LG아트센터에서는 여러 전시와 공연 감상을 할 수 있고, 공항 근처 국립항공박물관은 어린이날을 맞아 방문하기 매우 좋을 것 같아.

신도시답게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기도 편리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면 자전거 나들이를 하기 좋을 거야. 사용 방법은 아래 영상을 참고해 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절기 입하에는 자전거 나들이를 적극 추천할게.

서울자전거 따릉이

❚ 홈페이지 바로가기 클릭 (홈페이지/어플에서 이용권 구매 후 대여 가능)

❚ 대여 방법 영상 보기 클릭

❚ 반납 방법 영상 보기 클릭

지난 구구절기 이야기: 곡우(穀雨)

🌈루시비버: 올해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공허함이 생겼어. 무엇을 채워도 채워지지 않더라. 하지만 결국 나 자신만이 채울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소중함을 잃은 허탈감을 잊는다는 것은 나에겐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나 스스로 해결하려 했는데도 결국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란 걸 알게 됐지. 그래 언제가는 해결될거야…

🦖아르마딜로: 결국은 시간이 답이라는 걸 알아도 그 시간을 견뎌내는 입장은 힘들기 마련인 것 같아. 자꾸만 초조해지고 불안하고 말야. 나는 그럴 때 기록을 즐겨하는 편이야. 우울한 감정이나 허탈감, 불안이나 즐거움 등을 적어내리면 문제가 더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그냥 마음이 좀 풀리기도 해. 별 효과 없을 때도 있지만 그저 시도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굳이 뭔가를 채우거나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은 잠깐 내려놓고 지금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온전히 느끼고 기록하며 이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돼지: 어떤 문제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또, 스스로 이루려고 해도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들도 있기도 하고. 지금 루시비버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정말 슬프지만 시간은 무한하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일이 해결되면 참 좋을 텐데. 부딪히고 깨져야만 이루어지는 일도 있더라. 이 말이 루시비버에게 닿을지 모르겠지만, 너무 힘들면 혼자 붙잡고 있지 마.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괜찮으니,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은 어떨까.

🖋️직선곡선: 초등학생, 날씨 비 옴, 우산. 옛날에 읽은 책 속에서는 하교 후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보호자를 원망하며 시작하는 이야기이거나, 우산과 함께 데리러 온 보호자와의 만남을 통해 갈등이 해소되는 이야기가 주로 많았던 것 같아. 그런 면에서 이번 단편 소설은 엄마가 우산도 가져 오고(다온이가 원하던 우산은 아니었지만), 투명 우산에 꽃잎이 내려 앉아 예쁜 우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좋아요. 글을 읽으며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건 무척 재미있네!
바야흐로, 시나브로, 한 번 이상 듣고 보았던 단어인데 구구절기에서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 온새미로, 안다미로도 예쁜 우리말을 소개하는 글에서 종종 보았던 단어인데 마찬가지로 반가워. 에멜무지로! 낯설지만, 예문으로 등장한 ‘나는 에멜무지로라도 이 일을 해보려고. 안 하면 더 후회할 것 같아.’ 이 문장이 마음에 살짝 꽂혔다! 우리말과 함께 그려주는 이미지도 직관적으로 보여서 너무 좋아.
봄나물도 벚꽃도 둘 다 즐겨볼까, 라는 문장을 볼 때 알아차렸어야 했네… 마음이 화사해지는 벚꽃 사진과 함께 미각, 후각, 그리고 시각이 저절로 풍족해지는 미나리(그리고 삼겹살!!!) 사진이 나온다는 것을!!! 정말 많은 벚꽃 사진을 보여줘서 고마워(그리고 미나리&삼겹살). 봄을 잘 보내주고, 다가오는 여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치타: 세심한 후기 고마워. 후기를 읽으며 곡우 편을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구구절기 멤버들 모두 직선곡선의 후기에 힘을 얻었어! 가끔씩 ‘이번엔 무슨 글을 어떻게 써야 하지…’ 하고 막막할 때가 있는데 이렇게 따뜻한 눈으로 구구절기를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걸 떠올리면 ‘아주 그냥 열심히 써봐야겠어. 잘 못 써도, 일단 에멜무지로라도!’ 하는 마음이 생겨. 함께한 봄 절기가 마무리되고 여름 절기가 시작됐다. 여름은 또 초당옥수수를 비롯한 다양한 매력이 가득한 때지. 여름에도 함께해 직선곡선!

➕가로세로: 로 로 로 자로 끝나는 말은? 아르마딜로!가 가장 먼저 생각났어. 구구절기 우수 구독자라서 그런가? 넷플릭스에 천산갑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올라왔는데 난 천산갑이랑 아르마딜로가 같은 동물인줄 알았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계속 같은 동물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다른 동물이라서 충격을 받았다! 흠 흠 아무튼 예쁜 우리말을 알려줘서 고마워. 이번 단어는 유독 듣기 좋은 단어인 것 같아. 우리말을 알게 되니 억지로라도 한 번 써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치타: 바야흐로 여름이 시작되고 있어. 구구절기 우수 구독자라고 스스로를 칭하다니 정말 고마운걸? 이렇게 온새미로 전해지는 마음을 받으니 가로세로와 시나브로 친구가 된 듯해. 입하를 시작으로 곧 여섯 번의 여름 절기가 펼쳐질 텐데, 그 기간 동안 가로세로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때론 조심스럽게 피하기도 때론 에멜무지로 도전하기도 하며 나아가길 응원할게. 여름엔 더위에 기력 달리니까 늘 밥은 안다미로 담아 먹도록 하라고! 천산갑과 아르마딜로가 다른 동물이란 걸 알려준 점도 고맙다?

🦉부엉이: 날씨가 좋은 날에 자전거를 타면서 다음에는 멤버들과 같이 타고 놀러 가고 싶어졌어. 자전거 잘 타? 자전거에 대한 추억 같은 것도 궁금해.

🦖아르마딜로: 엄청 잘 타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긴 해. 어릴 땐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안 잡고 가거나 바퀴들기 같은 곡예도 시도 했었어. 능숙하진 않지만 어지간히 속도광인 듯! 전엔 아빠 심부름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가드레일을 박아서 자전거를 두동강낸 적도 있었어.

🐷돼지: 자전거를 못 타! 정말 어렸을 때 가족과 한 자전거에 같이 탔다가 차도에서 넘어진 이후로 자전거를 가까이 하지 않았어. 하지만 어릴 때는 어릴 때의 일이고, 상처도 다 나았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자전거를 연습할 기회가 영 없었네. 자전거를 익혀서 공공 자전거도 타고 싶고, 자전거 도로도 달리고 싶은데 말이야.

🐆치타: 자전거 정말 좋아해.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한테 처음 두발자전거를 배웠던 게 생각 나. 아파트 단지에서 아빠가 뒤에서 잡아줬다 놨다 하며 배웠는데, 처음으로 혼자 자전거를 몰던 순간 “아빠! 나 좀 봐요!” 소리를 쳤고, 아빠는 “어어! 잘하고 있어.” 얘기해줬어. 무뚝뚝한 아빠의 다정한 응원이어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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