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 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 작은 것들로 가득 채우는 어떤 날
   2.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오이가 익을 무렵
   3. 🐆 치타의 사적인 감상문 - 무슨무슨 기념일 기념 영화

작을 소, 찰 만이라고 해서 小滿. 단순하게 해석하면 작은 것이 가득 차있다!

작은 것으로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 수도 있고, ‘소확행’처럼 소소한 것들이 모여 커다란 행복을 만들 수도 있고. 바쁜 일상 중 3~4분 동안 노래를 들으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울 수도 있겠지?

곧 햇볕도 뜨거워질 거고, 장맛비가 쏟아질 거야.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기 전 같이 듣고 싶은 노래는 ‘페퍼톤스 - 21세기의 어떤 날’이야.

몇 년 전 ‘21세기의 어떤 날’을 처음 들은 날이 떠올라. 페퍼톤스 콘서트는 아니었고, 다른 가수의 공연장에서였어. 나만 빼고 모두가 그 노래를 알고 떼창을 부르더라고.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노래를 찾다가 원곡을 알게 되었고, 그날 이후로 페퍼톤스의 원곡과 리메이크 곡 두 가지 버전의 ‘21세기의 어떤 날’을 즐기고 있지. 물론 떼창도 아주 잘하고 있어.

이 노래에서 반드시 불러야 할 떼창 부분을 소개하자면, 오늘 지금 바로 여기! 이 멋진 우주 한복판에서!야. 부를 때 힘껏 소리치면 돼. (보통 내가 갔던 공연에서 다 함께 불렀던 부분이야. 어쩌면 공연에 따라 떼창을 안 할 수도 있으니…! 노래 시작 전 분위기를 둘러보면 더 좋을 것 같아.)

떼창을 하는 이유는 각자 다를 텐데, 나는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오늘 지금 바로 여기! 를 따라 부르며 내가 이 순간 존재하는구나, 내가 오늘 여기에 있구나,를 느낄 수 있어서야. 다른 바쁜 일은 잠시 잊어버리고 오로지 이 순간에 몰입할 수 있어서 행복함을 느껴.

또 전체 가사를 읽어봐. 가사 몇 소절이 반복되고 있어서 기억하기도 되게 쉽다? 앗, 그래서 가사에도 ‘기억’이 자주 나오는 건가. 첫 소절부터 마지막 소절까지 ‘기억’이 등장해. 기억이란 뭘까? 기억에 관해서는 몇 번을 다뤄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야깃거리가 샘솟는 것 같아. 해야 할 일을 까먹지 않고, 누군가가 한 말을 잊어버리지 않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너와 나 우리의 순간을 잊지 말자고 부르는 이 노래처럼.

노래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게. 원곡 가사에는 ‘2012년 1월 16일 이 세상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라고 적혀있어. 그런데 노래가 공식적으로 발매된 날은 2012년 4월 24일이야. 페퍼톤스는 공연 때는 그날의 날짜로 부르고, 음원에는 당시 녹음 날짜인 1월 16일을 넣었다고 해. 

만약 어느 날 페스티벌이나 콘서트에 가서 ‘21세기의 어떤 날’을 만난다면 ‘2012년 1월 16일’ 이 가사는 꼭 그날의 날짜로 바꾸어서 따라 불러줘! 

오늘 지금 바로 여기, 다 함께 노래 부르고 있는 이 순간을 가장 크게 기억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다가오는 내일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지나가 버린 어느 날을 그리워할 수도 있지.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는 거야. 나에게는 몇 번째 반복하면서도 늘 잊어버리고 마는 사실이 있어. 어제와 내일 사이, 오늘이라는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거야. 그럼 나도 소중하디소중한, 기억하고 싶은 오늘의 날짜를 한번 외쳐보면서 첫 글을 마칠게.

2025년 5월 18일, 이 세상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