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 부엉이의 철 따라 맛 따라 - 더위를 호호 불어
   2.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여름 하늘을 본 적 있나요(2)
   3. 🐆 치타의 사적인 감상문 -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4. 🐷 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 이번 여름은 어때?

장마가 끝났나? 아직 안 끝났나? 의문을 가지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요즘이야. 습도가 절정을 이루면서 주변이 수분으로 꽉 차있는 것 같아.

무더위에 커피도 아이스만 찾게 되고 식사 준비도 되도록 열을 가하지 않은 걸로 준비했는데 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 갑자기 뜨끈뜨끈한 수제비가 생각나는 거야. 날씨에 따라 먹고 싶은 게 떠오르는 걸 막을 길이 없어. 제철 음식이라는 건 내 몸 어딘가에 새겨져 있는 기억 또는 기록 같은 것인지… 어느새 주방으로 가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네.

소서의 제철 채소인 애호박과 감자를 넣고 뜨끈뜨끈한 수제비 한 그릇 만들어 먹으려고 해. 비 오는 날 감자랑 호박 넣고 수제비 띄워서 먹고 싶은 건 나만 그래? 이열치열! 팔팔 끓여 낸 수제비 한 그릇 호호 불어 즐겨보자.

절기 소서에는 제철 채소인 오이, 애호박, 감자 등이 많이 자라고 밀과 보리도 이때부터 먹기 시작한다고 해. 자두, 토마토, 수박, 참외도 이때 나는 제철 과일이니 잘 챙겨 먹으면서 더위를 식혀봐.

1. 밀가루에 물과 계란 노른자를 넣고 반죽해줘. (계란 노른자를 넣으면 반죽이 부드러워져.)

🦉 밀가루 반죽은 냉장고에 넣고 숙성시켜 3~4시간 후에 꺼내면 더 쫄깃해.

2. 멸치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감자를 먼저 넣고 끓이면서 밀가루 반죽을 떼어 끓는 육수에 퐁당 떨어트려. 그리고 애호박도 넣고 반죽이 냄비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저어주면서 팔팔 끓여줘.

3. 기호에 맞게 홍고추나 파를 넣고 소금이나 간장, 참치액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

곁들일 오이 무침 만드는 법

❚ 재료  오이 2개, 다진 마늘 2~3스푼, 고춧가루 1스푼, 고추장 1스푼, 간장 1스푼, 매실청 1~1.5스푼, 식초 1스푼, 올리고당 2스푼, 참기름 1스푼, 깨

*밥숟가락 기준 

이 노래 저 노래 많은 노래를 알지 못하는 대신, 새로운 곡을 찾는 재미를 알아가는 와중. 올해 열릴 예정인 페스티벌의 포스터 속 출연자 목록에서 ‘짙은’을 보았다. 마치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그의 정보를 검색했다. 마지막으로 노래를 들은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중 ‘여름밤’을 재생했는데, 이 노래에서는 무겁고 낮은 감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실망했냐고? 아니다. 오히려 좋았다.

가수가 한평생 한 가지 감정만을 담은 노래를 발매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는 것처럼, (아이돌이 여러 가지 컨셉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로 청량하고 밝은 여름 노래를 듣게 될 줄이야! 더운 바람이 부는 여름밤, 목적지까지 걸으며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드럼으로 시작하는 빠른 리듬과 어렵지 않은 직관적인 가사도 좋았다.

‘여름밤’을 듣고 난 후 오랜만에 ‘해바라기’를 재생했다. 눈앞에 떠오르는 건 버스 안에서 창문을 통해 봤던 가로등 불빛의 색깔. 그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기억나는 바람에 반복해서 듣지는 못했다. 왜, 어떤 노래는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알 수 없는 우울에 시달리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면서도 같은 사람이다. 여름마다 찾아왔던 우울은 어느새 슬쩍 사라졌다. 정확히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음악 감상 어플을 옮기면서 플레이리스트를 한 번 날려버린 적이 있는데… 어쩌면 그 이후가 아닌가 싶다.)하지만 슬쩍 사라졌던 우울은 잊을 만하면 또 슬쩍 놀러 오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 친구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한다. 깨끗하게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어딘가에 붙어 있던 스티커를 떼고 난 후 끈끈이가 남아 있는 정도인 것 같다. 물론 흔적이 남지 않게 떼는 방법은 알고 있다. 눈이 아프면 안과에 가고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에 가는 것처럼 병원에 가기. 20대 초반의 내가 조금 더 지혜로웠다면 진작에 갔을 텐데, 그때는 좀 겁도 많고 그랬다. 사실 지금도 겁은 많다.

아무튼 매년 돌아오는 여름마다 늘 같은 노래를 반복 재생하지 않고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모르는 노래가 많으므로 처음 듣는 노래가 많은 것도 좋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여름밤’ 노래도 듣고, 기회가 된다면 구구절기 친구들에게 여름 노래를 추천받고 싶다.

아, 한 가지만 더. ‘여름밤’ 가사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우린 그저 누워서 하늘이 내 아래’ 이 부분이다. 모래사장에 누워서 맑은 하늘을 보고픈 내 마음을 대변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