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 부엉이의 철 따라 맛 따라 - 지옥에서 온 요리, 에그인헬
   2. 🐷 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 음악으로 불러낸 무서운 것들
   3.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꿈속의 친구
   4. 🐆 치타의 사적인 감상문 - 난 더울 때 연프를 봐

납량특집 대서 편에서는 말만 들어도 지옥이 펼쳐질 것 같은 에그인헬을 만들어 보려고 해. 요리 이름에 지옥(hell)이 들어간 음식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엄청나게 맵거나 짜릿한 맛이 날 것 같은 이름을 소유한 이 요리는 다행히 이름과는 무관하게 지옥과는 거리가 먼 맛이야. 평소에 자주 접하는 재료들로 만드는데, 각종 채소도 들어가지만 소시지와 베이컨이 들어가기 때문에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에그인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그야말로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아닐까 해. 냉장고 속 남은 채소나 재료들을 활용하고 조리 과정도 어렵지 않아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데 비주얼적으로는 꽤나 근사한 요리라 주말 브런치로 기분 내기도 좋아.

🦉  기호에 맞게 다진 마늘과 청양 고추,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넣어도 좋아.

🦉  달걀을 완숙으로 하고 싶다면 뚜껑을 덮어서 익혀줘.

프라이팬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원팬 요리라 냄비나 그릇을 여러 개 쓰지 않고도 만들 수 있어서 더 환영받는 것 같아.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프라이팬을 쓸 때보다 더욱 쉽고 간편하게 만들 수도 있어. 전자레인지 조리 시에는 전자레인지 용기에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계란을 넣고 각종 재료들을 켜켜이 올려 5~7분 정도 돌려주면 완성이야.

나는 작은 프라이팬이 없어서 큰 팬에 조리했더니 양이 많아졌네. 1~2인분을 하려면 작은 사이즈의 프라이팬이나 뚝배기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해.

여유로운 주말 브런치로 에그인헬에 빵을 곁들여 커피 한잔 하면서 지옥이 아닌 천국을 맛보는 건 어때? 우리 이번 대서에는 무더위와 사이 좋게 지내보자.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사랑가를 영원히 부르는 귀신,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창귀’, 사람의 손톱을 주워 먹는 요물 쥐, 장화홍련 설화의 ‘홍련’, 꿈속에 나타나 우리를 누르는 ‘가위’, 자신이 죽은 장소를 맴도는 ‘지박령’까지. 이토록 친숙하고도 무서운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면 어때?

대서의 무더위를 날려버리기 위해 함께 듣고 싶은 납량특집 노래는 가수 ‘안예은’의 노래들이야.

안예은은 옛날이야기와 전통 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을 만든다고 해. 매번 더운 여름마다 안예은이 음악으로 불러내는 ‘그들’을 만나보자.

예전에 ‘나는 올해로 OO이 된 청년인데~’로 시작하는 밈(?)을 처음 접하고 나서 ‘창귀’ 노래를 찾아봤던 기억이 나. 안예은표 납량 특집 노래와의 첫 만남이었지.

부처님이 강할까, 산군이 강할까. 적어도 여기에서는 산군이 부처님을 이길 거야. 호랑이를 모시는 창귀가 나그네를 잡아 두고 조롱하는 이야기잖아. 창귀는 나그네에게 나뭇잎 동동 띄운 물도 한 잔 주고, 자기가 죽었던 이야기도 들려주고, 무꾸리를 해보자고 해. 무꾸리가 뭐냐고? 점집에서 점을 보기 전에 쌀알을 휙! 던지는 모양새 있지? 그걸 무꾸리라고 해. 창귀가 나그네 점을 봐주면 뭐 해? 곧 죽을 목숨이라고 하지.

창귀 입장에서 생각하면 억울해서 죽어버리고 싶었을 거야. 이미 죽었지만. 범을 사냥한다고 했는데 도리어 먹혀버리고, 황천을 건너려면 다른 사람을 또 데려와야 하네. 결국 위대한 호랑이와 억울한 귀신의 이야기야. 창귀 하나가 나그네를 데려오고, 나그네는 창귀가 될 테고, 창귀 하나가 또 나그네를 데려오고… 그리고 다시….

노래의 원전 ‘장화홍련전’ 설화를 모티프로 한 영화 〈장화, 홍련〉을 무척 좋아해(반쯤 눈을 감아야 하고, 볼 때마다 처음 보는 것처럼 놀라더라도 좋아하는 영화야). ‘장화홍련전’의 소재를 따서 만든 노래 중에는 이 노래를 제일 좋아하게 될 것 같아.

‘홍련’에는 소녀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주시옵소서, 하는 귀신은 없어. ‘오라를 받고 죄 갚으시오’, ‘그대가 이승에 멀쩡히 남는 건 말도 안 되지’ 같은 가사가 등장하고, 장화 홍련 자매를 비롯한 귀신들의 ‘잔치’와 ‘축제’가 열리는 처절한 복수극이야. 그들은 살아있는 육신이자 복수를 대신 해 줄 사또 나리를 찾아가지 않아. 억울하고 원통한 귀신들은 모여서 손등으로 박수를 치고 (사람과 귀신을 구분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행동이지) 저주를 내리고 춤추고 크게 웃어.

이렇게 활달하고 적극적인 귀신이 또 있었던가? 물귀신의 한이 꽉 찬 복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홍련’을 꼭 들어봐.

가끔 이런 농담을 해. 내 몸이 두 개, 아니 세 개쯤 더 있으면 좋겠다. 한 몸은 일을 하고, 한 몸은 놀고… 그럼, 너는 일을 해. 나는 놀게. 너는 누구? 나는 누구야? 나는 나야, 너는 너야. 아니야, 너는 나고, 나도 너야.

쥐야, 내 손톱을 줄게.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모르는 사람의 손톱을 줄게. 손톱을 먹고 자라서 사람인 척을 해. 이미 사람 아닌 사람이 많은데 쥐야, 너 하나가 사람 꼴을 한다고 해도 별 탈 없지 않겠니?

여기까지, 쥐 노래를 듣고 나서 비몽사몽간에 들었던 생각을 고백해. 다시 떠올려보니 실제로 일어나면 절대 안 될 것 같아. 원곡자의 기획 의도가 아닌 생각일 수도 있지만… (원곡자 님,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메일 보내주세요.)

가위에 눌려본 적 있어? 나는 없는 것 같아. 그래도 꿈에 관해서는 이야기할 게 있어. 돌아가신 할머니의 꿈을 꾼 적이 있어. 엄마한테 할머니 꿈꿨다고 얘기하니까 바로 그날이 할머니 생신이었다고 하더라고. 또 잠깐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한테 연락이 왔었어. 엄마 꿈에 등장한 내가 엉엉 울고 있었대. 그래서 무슨 일 있냐고 연락하신 거야. (엄마가 걱정하실까 봐 어떤 일인지는 말 못 했지만.)

가끔 보고 싶은 사람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이 나오기도 해. (꿈에서 음식을 먹은 적은 없어. 늘 입에 들어가기 전에 꿈에서 깼거든.) 그리고 꿈속에서 반복되는 꿈, 다음 페이지를 펼쳐나가듯 이야기를 이어 꾸는 꿈…

나는 거의 매일 꿈을 꾸고 까먹어. 꿈은 현실과 달라서 재미나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모험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데,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는 건 얼마나 다행이야? 영영 잠만 자다가는 꿈속으로 도망치길 기다리는 ‘무언가’가 반겨줄 거야.

따끈따끈, 바로 지난주에 나온 안예은의 납량 노래야. 반복되는 가사의 주장은 아주 분명해. ‘너 누구야? 내 집에서 나가!’ 하고 의문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어. 이 분노는 사람의 것일까, 지박령의 것일까? 사람이 차지한 땅에 지박령이 나타난 것일까, 지박령이 머무는 땅에 사람이 들어온 것일까?

문득 며칠 전에 본 기사가 떠올랐어. 백로와 신축 아파트에 관련된 기사야. 신축 아파트에 들어온 주민이 백로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지만, 애초에 그 아파트는 백로가 날아와 여름철 번식기를 보내던 숲을 밀고 지어진 곳이었어. 숲을 밀고 콘크리트 둥지를 튼 아파트 주민과 숲을 잃어버린 백로가 공존할 방법이 있을까?

나도 같은 사람이지만 사람의 욕심이 무엇보다 공포스러울 때가 많아. 가사 중 ‘태소’라는 낯선 단어가 등장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천지개벽 이전의 혼돈하던 때’라고 해. 하늘과 땅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기술이 발전해 편리해진 것도 맞지만, 사람이 있는 이상 혼돈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아, 이 얘기를 까먹었다. 절대 ‘지박’의 가사를 열어보지 마! 가락보다 소름 끼치는 글자의 공포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대서의 비하인드. 노래 들으면서 글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래가 뚝 끊겼어. 순간 오싹했다. 이히히! 그리고 감상 하나 더. 납량 특집 노래라고 하지만, 듣다 보니 안예은만의 목소리로 옛날 옛적 동화를 듣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어. (공포하면 떠오르는 〈전설의 고향〉은 너무너무 무서워서 찾아보지는 않지만.)

이 멋진 소리꾼의 여름 노래는 계속 듣고 싶은 매력이 있어. 내년에 다시 한번 우리 곁을 찾아올 안예은의 납량특집 노래를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