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절기, 입추야. 🦖 아르마딜로: 안녕! 구구절기의 멋쟁이 아르마딜로야. 절기는 시냇물처럼 달려서 벌써 가을에 접어들었는데 더위는 가실 기미가 안 보인다. 여름과 시원하게 이별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구구절기는 워크숍을 다녀왔어!
오늘의 절기! 입추(立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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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푸르른 강원도 속초에서
-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기억을 남기는 방법
- 🐷 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 이 순간의 느낌, 함께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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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열세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라 맑은 날씨가 계속되어야 한다. 때문에 입추의 날씨를 보고 농사점을 친다. 하늘이 청명하면 풍년이고, 이날 비가 조금 내리면 길,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다. 입추까지는 날씨가 무척 덥지만 입추가 지난 뒤에는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무와 배추를 심어 다가올 겨울의 김장에 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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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의 철 따라 맛 따라
푸르른 강원도 속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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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날이 맑고 해가 쨍한 날에 강원도 속초로 구구절기 워크숍을 다녀왔어. “언제 가지, 어디로 가지” 하며 워크숍에 대한 얘기를 나눠왔었고 언젠가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볼로냐 도서전에도 가보자며 한계는 없다는 듯이 신나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드디어 첫 워크숍을 가게 되었네! 떠나기로 확정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오가는 차 안에서 들을 플레이리스트도 준비하면서 우리의 흥은 점점 차올랐어. 치타와 돼지, 아르마딜로와 부엉이 모두 흥이 터져 나와서 누가 랩을 하고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도 모를 정도였지. 여기가 차 안인지 노래방인지. 그렇게 어느새 우린 속초에 도착해 있었어.
가을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요즘 날씨인데, 8월의 첫 절기가 가을 절기 ‘입추’의 시작이야. 도무지 믿기지 않지만 아무튼, 가을 절기 ‘입추’ 편에서는 구구절기의 첫 번째 워크숍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해. 푸르른 강원도 속초에서의 1박 2일, 같이 즐겨볼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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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점심으로는 ‘김영애할머니순두부’로 향했어. 많고 많은 할머니 중에 꼭 김영애 할머니한테 가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대기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다렸지. 다른 할머니 식당에는 대기가 없더라고. ‘since 1965’가 적혀있는 자태를 보고 김영애 할머니를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영업은 아침 7시부터 낮 2시까지! 새벽 2시 아니고 낮 2시까지라는 사실~! 순수한 맛에 담백하고 뜨끈한 순두부 한 그릇 하니 속이 참 편안했어. 은은하게 속을 채우는 착한 음식인 것 같아.
성공적(?)인 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때가 되어서 또 식당으로 향했어. 여행은 ‘놀고 먹고 쉬고’의 반복이 아니겠어? ‘아 맞다! 여행이 아니라 워크숍 온 거지!’ 회의는 추후에 하기로 하고… 하하.
저녁 식사로는 ‘이목리막국수’라는 식당을 찾았어. 고즈넉한 분위기에 꽤나 넓은 정원이 입구에 펼쳐져 있었어. 막국수 집이 이리도 풍경이 예쁠 수가! 풍경만 봐도 맛집이라는 것을 짐작했지. 물, 비빔 막국수 모두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맛에 개운했어. 그리고 감자전은 말해 뭐하나. 요즘 감자는 제철 재료라 무얼 만들어도 맛은 보장해.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성공적으로 식사를 마치고 속초 바다로 향했지. 여름 바다. 오랜만이야.
휴가철이 다가오니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찾은 듯했어. 다른 시기에 왔을 때보다 인파가 많이 몰려있었어. 그래도 붐비는 여름 바다가 싫지는 않더라. 오히려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활기를 느꼈어. 이런 게 여름 바다의 매력일까.
‘녹쟌니’의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들고 바닷가를 걸었어. 지금 생각해도 또 먹고 또 가고 싶다. 어스름한 저녁 빛이 깔리고 밤 9시가 다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어. 간단히 다과를 준비해서 한 시간 정도 구구절기 회의를 하고 나서 모두 잠자리에 들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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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일어나서 창밖을 봤는데 울산바위 뷰가 너무나 환상적이고 아름다웠어. 액자 안 그림 같은 풍경에 상쾌하고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했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치타, 아르마딜로, 돼지, 부엉이가 그려진 구구절기 티셔츠를 입고 우리의 시간을 사진에 꾹 눌러 담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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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포토 타임을 마치고 편집숍 ‘포에타’와 동화책과 여러 굿즈를 판매하는 책방 ‘동그란책’에 들렀어. 여행지에서 들르는 책방이나 편집숍은 또 하나의 소소하고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듯해. 아기자기한 여러 작품들을 보며 각자 마음에 드는 동화책, 양말, 그림들을 골라 집으로 데려왔어. 한동안 이것들로 인해 즐거울 예정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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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에타’ 편집숍의 운영자이자 작가인 ‘13am 초록밤’ 님이 광목천에 그린 그림을 집에 데려왔어. 내 방 벽에 걸어두고 두고두고 볼 참이야. 푸르렀던 속초에서의 시간들을 생각나게 해.
그리고 각 지방마다의 특산물로 만든 특색 있는 과자들이 모인 곳, ‘과자의성’을 탐방하고 이곳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푸르렀던 강원도 속초에서의 1박 2일 워크숍 일정을 모두 마쳤어.
지금까지 1년 8개월 동안 마흔한 번의 절기 소식을 발행해 오면서 서로가 지나온 시간과 수고를 알아주고 고마워하며 앞으로도 좀 더 재미있고 즐겁게 구구절기 소식을 채워나가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다지는 시간. 그리고 차 안에서 노래 부르기는 참으로 즐거웠다. 하하. 우리의 즐거움과 행복이 구독자 자기에게도 전해지기를. 앞으로도 구구절기와 함께 스물네 번의 절기를 보내면서 1년을 차곡차곡 채워보기를 바라. 언젠가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다녀오는 그날이 온다면 다시 구구절기 N번째 워크숍 소식을 들고 찾아올게. 기대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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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는 절기를 소재로 한 단편 소설이야. 실제 사건 및 인물과는 무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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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장미가 선물이라며 건넨 것은 투박한 모양새의 카메라였다. 유리가 그것을 들어 살피자 장미는 “필름 카메라야. 안에 필름은 넣어뒀어.” 하고 덧붙였다. 유리는 자신은 사진 취미도 없는데 영 달가운 선물은 아니었으나 같이 사진 찍으러 다니고 싶다는 장미의 말에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모를 일이지. 이 선물이 세계적인 사진사 탄생의 계기가 될지도. 유리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조작법을 설명하는 장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게 한 달, 아니, 두 달쯤 전의 일이었다.
“전부 인화해 왔어!”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장미의 얼굴을 보고 유리는 뭘 잘못했나 불안했지만 장미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는 그저 잘했다며 사진 구경시켜 달라고 말했다. 유리도 그제야 처음 보는 사진들이었다. 현상소에서 메일로 사진 파일을 보내주긴 했지만 열어보지 않고 인화한 사진을 장미랑 함께 본다고 꾹 참고 있던 것이었다. 두근두근 꺼낸 사진 한 뭉치의 첫 장은 까맸다. 뭔가를 찍긴 찍은 것 같은데 엄청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유리는 기억을 더듬었지만 뭘 찍은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실내에서 찍은 건가 봐. 너 내가 실내에서 찍을 땐 무조건 플래시 켜라고 한 거 기억 안 나?”
장미는 씩 웃으며 장난스럽게 타박했다. 유리는 다 기억한다며 투덜거렸지만 찍었을 때도 기억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까먹었다는 증거가 이렇게 떡하니 남아있는 게 아닌가. 유리는 사진을 넘기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카메라를 받았을 땐 잡동사니가 늘었다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러 나오니까 설렜다. 숨 막히게 덥긴 했지만 날씨는 화창했고 대충 찍어도 좋은 그림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러운 골목도 어쩐지 감성 사진처럼 보였고 아스팔트 위에 적힌 ‘일방통행’도 감각적으로 비쳤다. 세 걸음마다 휠을 돌리고 셔터를 눌렀던 것 같다. 나중엔 셔터를 누르기 전에 휠을 돌리는 게 아니라 셔터를 누른 후에 다음 컷을 위해 미리 휠을 감았다. 조금 성가셨지만 권총도 뒤의 해머를 당겨야 방아쇠가 눌리는 것처럼 필름 카메라라는 녀석도 그런 모양이었다. 오히려 그 성가심이 매력적인 건지도 모르겠다며 마냥 신이 났다.
“꽃이다!”
“이 주황색 덩어리는 뭐야?”
“……능소화.”
장미와 들여다본 사진 속 능소화는 초점이 완전히 나가서 주황과 녹색 물감을 여기저기 흩뿌린 수채화처럼 보였다. 감성은커녕 영문을 알 수 없는 도로나 골목 사진이 줄줄이 나오다가 모처럼 다채로운 색이 나왔다 싶더니 이렇게 엉망진창일 줄이야. 그래도 능소화 여러 장 찍었어! 다급하게 이어지는 사진들을 넘겼으나 대부분 비슷했다. 그조차도 생각보다 수가 적은 것을 보니 가만히 서서 휠을 돌리다 지쳐서 몇 장 찍고 돌아선 모양이었다. 이렇게 실패만 이어질 수는 없었다. 유리는 그날의 기억 속에서 건질 만한 것을 찾았다.
“고양이!”
얼룩무늬 고양이가 발 앞을 휙 지나갔다. 이건 찍어야 해! 다행히 휠도 미리 돌려둬서 바로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됐다. 찰칵. 셔터를 누르며 이건 분명히 제대로 찍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실패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이게 고양이야?”
“제대로 찍었는데……!!”
초점은 얼추 맞았지만 고양이의 빠른 발을 따라가지 못해 사진 속엔 허공에 뜬 얼룩무늬 털 뭉치 같은 것이 찍혀있었다. 유리도 고양이도 민첩했지만 카메라는 그렇지 못했다. 다음 장엔 유리의 발치를 빠르게 지나 골목 안쪽으로 들기 전에 한번 돌아본 고양이가 하얀 점처럼 사진에 남아있었다. 고양이인지 비닐봉지인지 얼핏 보면 헷갈릴 것 같았다. 유리는 분통을 터트렸지만 장미는 웃으며 사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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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건 잘 찍었는데.”
예쁜 카페의 전경이었다. 그래, 그날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 힘들어서 유리는 동네 카페에 들렀다.
여기 이런 카페가 있었나. 날은 너무 더웠고 사진을 찍는다며 잘 다니지 않던 길로 접어든 탓에 목이 탔다. 어떤 카페든 보이면 바로 들어간다고 결심하고 마주한 카페는 제법 예쁜 분위기였다. 목재로 포근한 느낌을 주고 커다란 유리창으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구조로 개방감도 잡았다. 나중에 장미랑도 와야지. 카페의 전경을 찍고 반쯤 녹아서 카페 내부로 들어갔다. 시원한 공기와 달콤한 빵 냄새와 커피 향이 편안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차가운 크림 라테와 피낭시에를 주문해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땀을 식혔다. 오래지 않아 받은 음료는 나무 쟁반 위에 귀여운 인형 장식과 함께 놓여 있었다.
“와, 너무 귀여워!”
바로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망할 플래시! 유리는 어두운 사진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장미는 “역시 너 내가 말한 거 까먹었다니깐.” 하고 토를 달며 웃었다. 유리는 장미에게 매달리며 우는소리를 했다.
“여기 플레이팅 진짜 귀엽단 말이야. 꼭 같이 가기야.”
“알았어, 알았어.”
한참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와 올려다본 하늘은 더위가 한풀 꺾여 조금만 지나면 노을이 질 것 같았다. 해도 점점 짧아지는구나. 여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 멀리서 매미 소리가 길게 들렸다. 소리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 여름 느낌 난다.”
나무가 무성해서 그런가. 장미의 말에 유리도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밝다 못해 하얀 하늘과 짙다 못해 검은 잎이 대비되는 사진이었다. 그날만큼 선명한 하늘색도 햇빛이 비치는 이파리도 찾을 수 없었지만 매미 소리가 길게 들리는 것 같았다. 유리는 가만히 매끄러운 사진 표면을 만졌다. 장미는 그 모습을 웃으며 보다가 물었다.
“필름 카메라 재밌었어?”
유리는 익숙한 길 너머의 낯선 골목과 초점이 나간 색채, 털 뭉치, 달콤한 향기와 매미 소리를 되새겼다. 누군가는 엉터리 사진이라고 비웃겠지만 선명할 땐 오히려 느껴지지 않았던 감각들이 사진 속에 담겨있었다. 유리는 방긋 웃었다.
“응.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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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이 순간의 느낌, 함께하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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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는 부엉이, 조수석에는 돼지가, 뒷좌석에는 아르마딜로와 치타. 다 같이 차를 타고 떠나는 속초 워크숍. 유튜브에 저장해 놓은 플레이리스트가 울려 퍼지기까지는 잠깐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블루투스 연결 이슈), 그 곡절을 넘어 모두가 함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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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속초 워크숍 때 돼지가 여행 플레이리스트 만들어오는 건 어때?”라는 말을 듣고 처음 떠오른 생각.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플리의 오프닝으로 넣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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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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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는 우리에게 사랑과 용기를 들려준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공간을 막론하고, 작게는 노래방 부스에서, 크게는 길거리 광장에서, 속초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멜로디의 가사를 따라 부르며 노랫말을 곱씹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희망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슬픔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겠다는 말들, 벅차오르는 목소리와 감정. 목소리가 뻗어나간 뒤에 감정이 따라오는 것일까, 넘치는 감정을 목소리가 담아내는 것일까?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사실 이렇게 거창하게 말을 붙이지 않아도 알고 있다. ‘다시 만난 세계’의 힘은 굉장하다. 이 노래를 부르고, 불렀던 이들과 언제까지라도 함께하겠다고. 사랑하는 이들을 응원하는 노래라는 것을. 구구절기 멤버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의 오프닝으로 구성하고 싶었던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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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로 시작한 플리는 핑클, 이문세, 블랙핑크, 이정현, 윤하, 헌트릭스 등 여러 세대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우리는 앉은 채로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때 운전석의 부엉이가 넌지시 한마디를 건넸다. “도영의 반딧불도 듣고 싶다!” 플리를 꾸린 돼지는 무척 기뻤다. “그 노래도 플리에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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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은 2016년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 NCT의 멤버다. 몸이 부서져라 활동하는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NCT라는 그룹은 알아도 개개인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변명을 길게 붙여본다면 NCT 전체 멤버 수가 20명을 넘는다. 10명이 넘는 아이돌 멤버의 이름을 전부 외워본 적이 없다. 아니다, 없는 줄 알았는데 슈퍼주니어가 마지막이구나.)
아무튼 도영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청춘의 포말’을 접한 것은 우연이었다. (우연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는지!) 밴드 곡을 타이틀로 정한 아이돌 멤버의 솔로 데뷔? 당장 관심+호기심이 발동했다. 게다가 바다와 빛, 자연이 담긴 콘셉트 이미지를 보고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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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빛을 내 숨을 다 쏟아내면
내 작은 달이 저 별을 꼭 닮아있기를
찰나엔 흐려도 괜찮을 거야
도영 │ 반딧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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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식 발매일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반딧불을 듣고 자연스럽게 도영이라는 가수와 그의 청춘을 응원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듯한 노래가 좋았다. 도영만이 만들 수 있는 단단하고도 다정한 음악 세계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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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워크숍 플리는 돼지 혼자 완성하지 않았다. 속초까지 가는 동안 구구절기 멤버들의 신청곡(!)을 받아 완성됐다. 퍼뜩 떠오른 노래를 재생하기도, 분위기 환기 목적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 저장된 노래 중 악뮤의 ‘후라이의 꿈’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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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차라리 흘러갈래
모두 높은 곳을 우러러볼 때
난 내 물결을 따라
Flow flow along flow along my way
악뮤 │ 후라이의 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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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뮤와 얽힌(?) 추억 중 하나는 치타와 함께 악뮤 콘서트에 다녀온 것이다. 콘서트가 시작하기 전 치타에게 “오늘 꼭 듣고 싶은 노래가 뭐야?” 하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치타가 말한 노래는 ‘뱃노래’. 그날 우리는 무대에 냅다 누워버린 악뮤의 ‘후라이의 꿈’도 듣고, 신나는 ‘DINOSAUR’도 듣고, 치타가 듣고 싶어 했던 ‘뱃노래’도 듣고 왔다. 역시 라이브 잘하는 가수가 최고라는 감상과 함께 돌아오며.
악뮤의 노래는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산뜻하기도 하고, 들을 때 어렵지 않기도 하다. (노래를 창작하는 수현과 찬혁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 어려움을 껴안고 악뮤의 명곡들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몰래 전해본다.) 가끔은 ‘단순하게 좋은’ 노래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비트가 없어도, 멋진 영어 가사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랩이 없어도 악뮤는 ‘좋은’ 노래를 만들 줄 안다. 잠시 속이 어지러울 때, 차분해지고 싶지만 축 처지고 싶지는 않을 때, 바람을 맞고 싶을 때 악뮤의 노래들을 들어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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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노래를 부르며 들썩이기도 하고, 흐르는 노래를 가만히 듣기도 했다. 모두가 알 만한 노래도 담았고, 작은 욕심을 부려 돼지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기도 했다. 음악과 수다와 햇빛이 가득했던 속초 여행길이었다. 워크숍이 어땠는지 또 궁금하다면 위로 올라가 부엉이의 글을 다시 읽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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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구구절기 이야기: 대서(大暑)
🍃준준: 절기를 즐기는 나만의 방법은 맛있는 여름 제철채소 파먹기~ 에그인헬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오늘 저녁에 해먹고 싶어졌어!
뭔가 구구절기 이번에 납량특집이라 나도 어제 본 B급 공포영화(코미디)를 추천합니다. 〈아메바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나는 공포를 진짜 못 보는데, 너무 웃기게 봤던 영화야. B급 개그감성을 좋아한다면 추천합니다~
🦉부엉이: 제철 채소를 챙겨 먹는다는 건 절기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증거지~ 제철 음식을 먹으면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서 즐겁고 건강한 계절들을 보내고 있는거라 생각해. 요즘은 오이가 아삭아삭 맛있더라. 오이냉국이나 오이 샐러드, 오이소박이 등을 챙겨 먹으면서 아삭아삭 시원하게 여름을 마무리하기를 바랄게.
🦖아르마딜로: 준준 자기의 추천으로 벼르고 있다가 뜨개 친구로 봤어! 처음엔 카메라 연출 같은 게 좀 오싹한 느낌이었는데 중간부터는 엄청 빵 터져서 뜨개를 할 수가 없었지 뭐야. 매년 납량특집을 하면서도 사실 구구절기 멤버들은 공포물에 약해서 이런 영화라면 다같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공포물을 기대하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은 듯한데 웃기다고 미리 말해줘서 난 굉장히 재밌게 봤어. 추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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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딜로: 워크숍으로 다녀왔던 속초는 산도 바다도 즐길 수 있는 지역이었지. 나는 산을 선호하는 편이야. 다들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돼지: (바다야 귀 막아) 산을 더 좋아해!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매주 산을 오르고 싶어. 나무도 좋고, 땅 냄새도 좋고,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도 좋아하고. 또 하산하고 먹는 밥이 그렇게 맛나다는데. 지금 시점에서 가고 싶은 산은 인왕산이랑 아차산. 아, 산세가 험준한 산에는 ‘악산’이라는 이름이 붙는 거 알아? 치악산이나 설악산처럼! 악~ 소리가 난다나 뭐라나.
🦉부엉이: 바다도 산도 동등하게 좋아! 등산도 좋아하고 파도가 세차게 치는 바다도 좋아해~ 어디든 자주 갈 수 있다면 좋겠다. 바다를 다녀왔으니 이제 산으로 갈 차례인가~!
🐆치타: 나는 바다에 많이 못 가봐서 늘 바다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체력이 떨어지니) 산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 나에게 바다는 물놀이하는 곳이라면 산은 산책하는 곳 같아서!
오늘 구구절기는 어땠어? 구독자의 입추(立秋) 이야기도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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