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 🐷 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  여름 막바지의 열 노래
   2.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여름이 기울다
   3.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한복상점 ‘사계지락(四季之樂)’

뜨거웠던 여름이 잠잠해지고 드디어 가을이 오나 싶었는데. 아뿔싸, 떠나지 않은 여름이 살며시 고개를 들었어. 다시 만난 여름. 온몸에 열기와 습기를 머금고 열심히 걷다가, 잠시 멈추고 숨을 길게 쉬어 봐. 도로 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온몸에 폴폴 김이 나는 게 느껴져? (돼지🐷는 보통 출근길에 이런 현상을 겪고 있어) 요즘 날씨는 또 변덕스럽지. 갑자기 비가 오다 뚝 그치기도 하고, 흐리다가 쨍쨍해지고. 올해는 처서 매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라. 아, 이번 주말에는 그동안 내버려두었던 두꺼운 이불 빨래도 해야겠다. 이불 속 잠자고 있을 땀과 먼지를 없애버리고 보송보송한 이불을 준비해야지. 이 여름의 끝자락을 넘어 우리에게 찾아올 시원한 가을을 위해.

가을로 향하기 전 이번 처서에 함께 듣고 싶은 노래는 ‘루시-뜨거’야. ‘열’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이고, 윗 글은 ‘열’ 앨범에 수록된 네 곡의 제목을 인용해 인사를 해보았어.

♬

더윌 넘어서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어

나도 네 곁에 시원한 바람이 되어줄래

루시 ∣ 뜨거

사계절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다곤 하지만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는 돈다. 푹푹 찌는 이 여름이 그리워질 때가 올 것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여름도 영원히 머무르지 않고 바람 따라 떠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절기도 바뀐다. 그러니 이 여름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옆 친구에게 건넬 수 있는 한마디. 분명 더위가 가실 거야…. *00:01

한여름이 춥다. 대중교통, 여러 사람이 오가는 실내 등등. 더위를 날려버리는 에어컨의 기쁨은 잠시, 혹시 몰라서 챙긴 얇은 셔츠 얇은 카디건 얇은 겉옷 얇은 담요(?)를 꺼내 한여름의 추위를 피해 본다. 이런 여름마다 불붙는 화젯거리가 있다. 바로 온도 조절에 관한 화제. 더운 사람에게 맞춰 에어컨을 트느냐, 추운 사람에게 맞춰 에어컨을 끄느냐. 여기서 ‘미지근한 온도’ 같은 선택지는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는 모두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래서 항상 가방 안에 얇은 겉옷을 넣어야 하고, 한기를 느끼면 버티지 말고 옷을 입어야 한다. 그래도 추우면 크게 재채기를 하고(엣취!) 졸음 쫓아내듯 소름과 오한을 쫓아내야지. 여름 감기야 물럿거라. *00:21

길을 걷다 스치는 향을 맡는다. 그대로 길을 나아가지 못하고 잠깐 정지. 좁다란 골목 사이, 버스 정류장 뒤 공원, 시차가 나는 외국에서도 뒤를 돌아보게 하는 향. 라일락 꽃향기. 산뜻한 봄 공기에서 여름 공기로 전환될 때 라일락 향기가 풍겨온다. 이제 여름이 찾아오는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01:07, *02:05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시기. 끈적한 땀을 훔치다 보면 자연스레 드는 감정이 있다. 짜증! ‘짜증’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감정이 들어 있다. 아 짜증 나! = 화가 나! =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의 고백. 주말 드라마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짜증 나! 이 말을 주고받은 주인공들은 드라마 내내 티격태격을 반복하다 마지막 화에 와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비슷한 말로 ‘쟤 뭐야? 왜 저래?’를 꼽을 수 있다) = 그 외 많은 상황에서.

단어 하나로 여러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고? 잠깐 시선을 반대로 돌려본다. 여러 감정을 한 단어로 묶어 부르고 있는 건 아닐지. 우리는 다양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아쉬워, 섭섭해, 미안해, 사랑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정확히 고르고 말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돌려 말하지 않고, 뭉뚱그려 말하지 않고. 그래도 ‘짜증’이라는 감정만은 ‘짜증!’이 어울리지. *01:36

사실 이 노래는 ‘루시’의 그냥저냥 여름 노래는 아니고 한여름처럼 뜨거운 사랑 고백 노래다. 얼마만큼 사랑 고백을 하고 있냐고? 불타는 햇빛 아래서 찍은 사진 속 네가 아름답고 숨이 막혀 세상이 고요해질 정도로! *01:04, *02:03 (세상이 고요해진다는 가사는 없지만, 이때만큼은 뜨겁게 뛰어놀던 반주가 조용해진다) 내 맘이 너의 세계로 가득 채워져 한여름의 꿈처럼!

‘한여름의 꿈’은 노래에서 세 번 나오고, 그중 두 번째 고백은 아주 들어볼 만하다. 고백하다 목메었던 걸까, ‘꿈’이라는 단어 대신 ‘루시’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이올린이 신나게 활개 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02:29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한여름의 꿈’처럼 네 곁의 시원한 바람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더위를 식혀주는 한 줄기 바람. 에어컨 바람 말고, 선풍기 바람 말고, 시원한 바람이 되어준다니. 그야말로 뜨거운 사랑 고백이 아닐 수 없다. *03:09 

그래도 알아야 한다. 사랑이 담긴 그림, 시, 편지, 노래도 한 가지 방법이긴 하지만, 어쩌면, 우물쭈물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직접 말을 해야 하는 때가 온다. 아마도 분명. 모두가 사랑 앞에서 용기를 내길,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지난 8월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사계지락(四季之樂)Hanbok with Four Seasons’라는 테마로 삼성 코엑스에서 한복 전시회가 열렸어. 입장권을 미리 예매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고 또 한복을 착용하고 오면 무료로 입장 가능해. 이날 많은 사람들이 착장한 개성 넘치는 한복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

처서 편이 발행될 즘엔 이미 전시가 끝나서 올해는 가볼 수가 없겠지만, 부엉이🦉가 전해주는 글과 사진으로 어떤 전시일지 먼저 살펴보고 내년에 열리는 전시에 꼭 방문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부엉이는 예전에 ‘단하Danha’라는 브랜드 대표의 새활용(업사이클,upcycle)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버려지는 한복 천의 자투리를 이용해 새로운 한복이나 장신구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곳이었어. 내가 수업을 들을 당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인데 가수 블랙핑크가 이 브랜드 한복을 착용한 후로 유명해졌고 여러 연예인들과 협업하면서 지금은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어. 이럴 줄 알았으면 수업을 들을 당시에 사인이라도 받아둘 걸 그랬나 봐. 하하. 여하튼 가르침을 주신 분이 이렇게 한복을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해 주어서 멋지고 자랑스러울 따름이야.

새활용(업사이클, upcycle)

새활용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이나 창의적 요소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재활용 방식을 의미합니다. 재활용이 단순히 재가공해 원재료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새활용은 기존 제품의 형태나 기능을 유지하면서 예술적∙기능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출처: 네이버 AI브리핑

이 외에도 생활 한복으로 유명한 ‘리슬Leesle’이나 치타🐆가 좋아하는 색동 원단이 눈에 띄는 ‘송화한복’ 그리고 부엉이🦉가 마음에 들었던 ‘글리프Gleaf’의 가방까지 보여주고 싶었어.

‘한복상점’ 전시는 이미 끝나서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만 생활 한복을 판매하는 곳이나 전통 매듭을 체험을 할 수 있는 수업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참여한다면 뜻깊은 경험이 될 것 같아.

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지금 전통 의상 한복 전시를 다녀온 것 또한 뜻깊은 시간이었어. 전통을 이어나가며 새로움을 창조하고 있는 장인의 고귀한 마음이 고운 한복의 자태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갈 거라 생각해. 이 고운 마음이 가을의 두 번째 절기 처서에 구독자 에게도 전해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