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절기, 입동이야. 🐷돼지: 안녕! 구구절기의 개구쟁이 돼지야. 은행잎, 단풍잎의 여운을 한창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새 입동이라니. 다들 시베리아에서 불어 오는 겨울 바람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 새로 시작되는 겨울 절기와 함께 모두 감기 조심, 추위 조심!
오늘의 절기! 입동(立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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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 2025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 독립출판 페어
- 🦖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 - 겨울은 틈새로 들어온다
- 🐷 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 겨울잠을 잘 수 있다면
- 🐆 치타의 반짝이는 우리말 - 가을의 끝자락, 햇살과 단풍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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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여 입동(立冬)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동을 특별히 명절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겨울로 들어서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사람들은 겨울채비를 하기 시작한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고, 동면하는 동물들이 땅 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 낙엽이 지는 데에는 나무들이 겨울을 지내는 동안 영양분의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한 자연의 이치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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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의 나름대로 여행기
제2025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 | 독립출판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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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와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2025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_독립출판 페어’가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되었어.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 가볼 수 없는 이번 전시에 부엉이도 다녀왔지. 그 후기를 구독자 자기에게도 전해줄게. 부엉부엉~!
아쉽게도 3일간의 짧은 전시는 이미 끝이 났지만 기회가 있다면 다음 전시에 방문하거나, 만약 독립출판을 창업할 계획이라면 출판사 부스로 참가해도 좋을 것 같아.
‘서울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2013년 처음 시작된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출판 페어야. 이번 전시에는 약 200팀의 독립출판사가 참여했어.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 각 지역의 독립출판 제작자와 부산, 대구, 남해, 제주 등 우리나라 전국 곳곳의 창작자, 출판사,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지. 도서전 첫째 날은 평일에 열렸는데 주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많아서 현장 분위기도 뜨끈뜨끈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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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 입구부터 귀여움을 담당하는 미니북이 눈에 띄어서 즐거움을 안고 입장했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품은 창작자들의 작품 스토리를 직접 소개받으며 듣는 재미가 있더라고. 한편에서는 타자기로 즉흥시를 타이핑하며 시 한 편을 찍어서 건네주는 분도 있었어. 예전부터 타자기를 사고 싶어서 쇼핑 리스트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구매 버튼을 누르게끔 자극하더라고. 타닥타닥! 타자기의 정감 있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날을 고대하는 중이야.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주머니시’라는 곳이 있었는데 스무 장의 시가 적힌 카드를 담뱃갑과 유사하게 만든 상자 안에 넣은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어. 담뱃갑처럼 주머니 안에 쏙 넣고 다닐 수 있게 여러 편의 시를 가볍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지. 제작자의 스토리와 곁들어 들으니 시를 접하는 통로를 이렇게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실행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어. 평소에 시를 접하기 부담스러웠다면 이런 ‘주머니시’로 친근하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주머니시 한 갑(?)을 사 왔는데 집에서 시를 한 편씩 뽑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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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님 할머니의 일상을 그리는 손녀 보름입니다. 할머니의 사랑과 지혜를 기록합니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기록한 작품들이었어. 특히 할머니가 매번 끓여주시던 보리차를 주제로 할머니의 보살핌과 사랑을 그려낸 작은 책자에 눈길이 가더라. 〈보리차 레시피 – 모든 곳에 온기가 깃들길〉 에는 보리를 바락바락 정성껏 씻어서 구수한 보리차를 끓여내시는 할머니만의 보리차 끓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할머니가 정성을 담아 끓인 보리차의 구수한 냄새가 소담한 책자를 뚫고 나와 코끝에 닿는 것만 같았어. 그 순간만큼은 늘 찾던 커피 대신 구수하고 따뜻한 보리차 한 잔이 생각났지 뭐야. 할머니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작은 책자와 함께 고운 삼베 주머니도 들어 있더라고. 너무 정겨워서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보고 싶은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어. 소박하지만 항상 맛있는 음식과 간식을 만들어 주시던 나의 할머니. 어릴 때는 할머니가 부엌에서 마술을 부린다고 생각했어. 뚝딱! 하고 맛있는 한상이 차려져 나오던 할머니의 부엌. 자식들과 손주들이 늘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밥상. 엄마와 삼촌들의 대화에서 늘 빠지지 않는 ‘할머니의 맛’. 이 〈보리차 레시피〉를 보면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느끼고, 떠올릴 수 있었어.
〈보리차 레시피〉에 담긴 사랑을 소개해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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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차는 나에게 있어서 할머니의 사랑과도 같은 존재이다.
내가 보리차를 남에게 내어줄 때는 할머니만큼 마음이 넓어서 모든 걸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온 만큼 남들에게도 사랑을 많이 베푸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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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중 어느 한 부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어. 예전에 도서관에서 책 만드는 수업을 해주신 선생님이자, 내가 사는 동네에서 독립출판 ‘새벽감성’과 독립서점 ‘새벽감성1집’을 운영 중인 책방지기이기도 해. ‘언제 한번 책방에 들러야지~’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더 반가웠어. 또 〈커피 한 잔 값으로 독립출판 책 만들기〉의 저자로, 원고만 있다면 누구든지 책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내 얼굴을 기억하며 “원고는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물어왔는데 도서관 수업 때 같은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그때도 지금도 나는 준비가 안 되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잠깐 생각에 잠기게 한 질문은 뒤로 하고, 얼마 전 선생님이 SNS로 올린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이야기도 책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나눴어. 조만간 ‘새벽감성’ 책방에도 다녀와서 그 이야기들을 들려줄게. 커밍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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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책들 중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은 김예진 저자의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야.
독립출판 ‘북다마스’와 책방을 운영하는 저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김예진 저자는 작은 봉고(?)차 ‘다마스damas’를 타고 다니며 이동 책방을 운영한 적이 있어. 독립출판 책방에 대한 정보를 꽤 접해봤지만 그 책방이라는 장소가 차 안이라니! 캠핑 목적으로 차박을 하는 경우까지는 들어봤어도 그 작은 차 안에 책방을 옮겨 놓았을 줄이야. 어쩌다가~! 하면서 저자의 이동 책방 스토리를 듣다 보니 이야기에 빠져들어 한참을 서 있었어. 이동 ‘도서관’은 들어봤는데 어떻게 이동 ‘책방’에서 책을 판매할 생각을 했는지 물었더니, ‘언젠가는 ~를 해보고 싶다’하는 막연한 생각들에서 비롯된 일을 하다 보니, ‘이 일을 실행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고 했어.
나는 상상했어. 차 안에 책을 가득 싣고 운전하다가, 어디든 멈춰 서서 차 문을 열면 거기가 바로 책방이 되는 장면을. 나에게도 소담한 책방의 책방지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 왔어. 그렇지만 행동으로 실천해서 실제를 만들어볼 엄두를 못내는 나에겐 저자의 행동이 꽤나 긍정적인 충격으로 다가왔어.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구나. 지금 이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상이구나~!’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계유지의 염려와 걱정 같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주저하는 내 모습과 그에 상반되는 저자의 행동이 만들어낸 이동 책방. 지금 움직이는 책방 ‘북다마스’는 잠시 쉬고 있지만,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어느 선명한 세계에 저자는 직접 뛰어들어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게 된 거야. 그 이야기를 책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에 구독자 자기도 초대하고 싶어.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입동’에 준비한 독립출판 이야기가 어땠을지 궁금해. 각자의 속도대로 또는 다른 모양으로 오늘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이야말로 예비 창작자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만 하고 있던 무언가를 시작해 볼 수 있는 날이 바로 오늘이지 않을까. 기대와 설렘으로 지금도 무언가 만들어내고 있을 모든 창작자들에게 박수를 보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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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마딜로의 절기 한 갈피’는 절기를 소재로 한 단편 소설이야. 실제 사건 및 인물과는 무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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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귓가를 울리는 알람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들어 올렸다. 묵직한 이불에 폭 안겨 영영 누워있고만 싶은 것이 겨울이 왔구나 싶었다. 왜 사람은 겨울잠을 안 잘까? 이렇게 겨울만 되면 이불 밖을 나가기가 싫은 걸 보니 사실 사람도 겨울잠을 자야 하는 게 아닐까? 머릿속으로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뒤척이다가 슬쩍 들춰진 이불 사이로 찬 공기가 들었다. 써늘한 기운에 그제야 잠이 좀 깨는 것 같았다.
하품을 쩍 하며 고양이 사료를 부어주고 화장실 문 앞에 서서 잠시 갈등했다. 환기한답시고 매번 화장실 창문을 열어두는 엄마 때문에 화장실은 늘 온도가 2도쯤 낮은 것 같았다. 겨울이면 특히 차가운 변기에 앉는 것이 고문처럼 느껴졌다. 언제까지고 참을 수는 없으니 어차피 들어갈 것이지만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혹은 마음의 준비를 핑계로 불쾌한 마음을 소심하게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하여튼 흔한 겨울 아침의 모습이었다. 어휴. 한숨을 쉬며 연 화장실 문틈으로 찬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씻고 나와 옷을 갈아입는 것까진 일사천리였다. 외투를 걸치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선 거실 소파에 앉아 조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괜스레 칭얼거렸다.
“겨울아, 언니 대신 출근할래? 이쯤 되면 네가 돈 벌어올 때도 됐어.”
빙글 돌아눕는 고양이를 보며 언니 다녀올게, 하고 고양이의 정수리에 뽀뽀했다. 조금 더 노닥거리고 싶었지만 더 있다간 지각이었다. 쫓기듯 문밖을 나서니 차가운 겨울의 아침 공기가 폐부 깊숙이 찔러왔다. 제멋대로 튼 입술이 건조한 겨울바람에 툭 찢어져 아팠다. 겨울은 딱 질색이었다. 춥고 건조하고 아프다. 사랑하는 고양이 겨울을 구조한 것도 바람이 차갑고 공기가 건조한 겨울이었다. 작명 센스가 없기도 했고 조금은 이 계절을 사랑하게 될까 싶어 겨울이란 이름을 그대로 붙였지만 오히려 그 작은 아이를 내몬 계절이 더 밉기만 했다. 고양이 이름이 겨울이라고 하면 겨울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데 그건 아니라며 웃고 넘기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겨울이랑 이 겨울은 다르지 인마!’ 하고 호통을 쳤다. 찢어진 입술에 립밤을 문대며 겨울바람을 헤치고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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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훈훈해지나 싶던 공기도 해가 지평선 아래로 넘어가며 아침처럼 서늘해졌고, 그 무렵 겨울바람만큼이나 차갑게 식은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문 열리는 소리에 후다닥 달려온 고양이는 기지개를 쭉쭉 켜며 머리를 비볐다. “겨울이 언니 마중 나왔어?” 하며 손을 뻗자 언제 반겼냐는 둥 휙 피해 달아나는 고양이를 보며 역시 겨울은 춥다고 혀를 쯧 찼다.
저녁을 먹고 고양이와 조금 빈둥거리니 시간이 훌쩍 지나 잘 시간이 되었다. 겨울은 해가 빨리 져서 그런지 이상하게 하루가 더 짧은 것 같았다. 자기 전 씻으러 화장실 문을 열었다가 찬 공기에 참지 못하고 악 소리를 질렀다.
“엄마, 제발 화장실 창문 좀 닫아두라고!”
“습기 차면 곰팡이 생겨.”
“아니, 화장실 쓸 때마다 너무 춥다고. 샤워한 직후에만 좀 열어두면 되잖아.”
닫는 걸 까먹는데 어쩌니, 하는 엄마를 두고 성질을 내며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따끈한 온기에 좀 살겠다가도 샤워기 물을 끄면 바로 몸이 식어서 다시 또 겨울이 싫어졌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기어들어 간 이불 속도 싸늘해서 기분이 좀처럼 좋아질 수가 없었다. 춥고 건조하고 좋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바들바들 떨며 욕을 짓씹는데 묵직한 이불 한구석이 들썩거렸다. 잠시 후 이불 틈새로 겨울이 고개를 비집고 들어왔다. 뜨끈한 털 뭉치가 이불 속을 종횡무진하다가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보드랍고 묵직한 온기에 떨림이 잦아들고 조금씩 노곤해지기 시작했다. 창 틈새로, 갈라진 입술 새로, 옷자락 사이로 겨울은 자꾸만 파고들어 춥고 아프다. 하지만 좋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겨울은 고양이 겨울도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오는 계절이었다. 내일 아침도 일찍 일어나긴 글렀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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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같이 듣는 노래
겨울잠을 잘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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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완연했던 가을이 겨울로 옷을 갈아 입는 때야. 꼭 계절이 변하는 시점이 오면 “작년 요맘때가 지금처럼 더웠던가요, 추웠던가요?”를 주제로 짧은 수다를 떨기도 해. — 매일 얼굴을 보는 사무실 사람들과 점심시간 중 수다는 소소하지만 소중하고 중요한 일과지 — 그때 문득 생각났어. 작년, 하루 종일 눈이 내린 날. 아침부터 내린 눈이 점심시간까지 펑펑 쏟아져 내려 사진을 찍었던 날.
일하는 사람들의 점심시간은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밥을 먹고, 길을 따라 한바퀴 산책을 돌고, 카페에서 음료를 사오고. 가끔 ‘산책’과 ‘카페’의 순서가 바뀔 때도 있지만. 공기는 차갑고, 햇살은 매서운 대신 맑고, 카페의 공기는 따뜻하고. 점심시간의 산책이 그대로 퇴근길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고. 어느 카페는 테이블이나 의자 하나 놓지 않고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와 블루투스 스피커만으로 가게 안을 꾸리기도 해. 주문을 하고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의 공백. 그 공백을 수다로 채울 수도,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채울 수도 있지. 그날따라 손님이 적어 조용했던 어느 겨울날. 그때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던 음악이 뭐였게? 겨울 첫 절기, 완연한 겨울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따뜻한,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같이 듣고 싶은 노래는 ‘유다빈밴드 – 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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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철 마음에 피어난 꽃들이 저물고
하얀 눈은 또 내려오네요
추운 바람에도 우리 외롭지 말아요
눈이 내려오네요
걸어온 날들이 하얀색으로 가득하네요
난 기억이 안 나요 떠밀려왔나요
지난 우리가 보이지 않네요
우리 잘 지내왔나요
서툴고 벅찬 하루살이에 눈물을 삼키고
힘겨운 웃음을 애써지었나요
누구를 위해 웃어야 했었나요
짙게 물들어버린
마음은 또 짙어질 뿐이죠
지나감으로 바래져 가던 마음에
하얀 눈은 다시 우릴 찾아오네요
걸음이 남긴 상처도
참아왔던 눈물도
언젠간 순간의 찬란함이겠죠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진 몰라도
하얀 눈은 다시 우릴 안아주네요
언제든 어지러웠을 마음도
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 |
살아지는 것이 더 어렵네요
많고 많던 꿈과 사랑도 사라졌네요
찬 바람이 부네요
지는 해를 보내고선 밤이 되었네요
지나감으로 바래져 가던 마음에
하얀 눈은 다시 우릴 찾아오네요
걸음이 남긴 상처도
참아왔던 눈물도
언젠간 순간의 찬란함이겠죠
찬 바람에 외로움이 초라해진대도
우린 이 밤을 놓지 말아요
어두운 밤사이 하얗게 내린 눈들에
가려질 길들에서도 시들지 않게
눈이 내려오네요
걸어온 날들이
하얀색으로 가득하네요
난 기억이 안 나요
떠밀려왔나요
지난 우리가 보이지 않네요
난 어땠었던가요
잘 지내왔나요
상처 줄 바에 그냥 웃었었나요
나 울어도 될까요
그래도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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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빈밴드’는 ‘띄어쓰기’하면 안 되는 밴드라고 해. 그러니까 ‘유다빈밴드’의 보컬 ‘유다빈’과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멤버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공백을 두면 안 된다는 뜻. ‘크라잉넛 - 좋지 아니한가’를 리메이크한 노래로 처음 알았기 때문인지, 힘차고 밝은 이미지로 ‘유다빈밴드’를 기억하고 있었어. (가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헷갈려 하는 게 나만은 아닐 거라고 믿어) ‘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는 그저 마냥 밝고 힘차기만 한 노래는 아니야. 오히려 울고 싶어지는 노래인 것 같아. 첫 가사부터 등장하는 하얀 눈. 눈은 차갑고도 포근해서 어두운 밤 사이를 밝히기도 하고, 또 온 세상을 덮어버릴 수 있어. 눈이 내린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길 수도 있고, 이리저리 섞인 발자국을 가리는 것도 하얀 눈이고. 문득 궁금해지네.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게도 목적지가 있을까? 정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흩날리는 눈 따라 바람 따라. 하늘을 거슬러 올라 다시 위로 가고 싶을지도. 우린 눈의 마음도 모르고 눈의 목적지도 모르지만, 포근한 눈처럼 우리의 상처를 안아줄 수도 있지. 상처를 껴안고 한바탕 울어버릴 수도 있어. 실컷 울고 나면 어때? 잠깐 먹먹하기도 하지만 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 않아? 내 안에 가득 찬 슬픔을 눈물로 씻어 내린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찰랑이는 설움을 커다란 파도로 진정 시킨 것처럼. ‘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는 그런 노래인 것 같아. 고요한 겨울밤에 조용히 몰아치는 물결 같은 노래.
겨울은 참 해가 짧아. 밝은 낮보다 캄캄한 밤이 길어. 이 추운 겨울을 아프지 않게 보내기 위해 가만히 웅크리고 겨울잠을 잘 수 있다면. 하지만 아무리 외롭고 추운 겨울이라도, 우리 짧은 수다를 나누고, 따뜻하게 껴입고 산책하고, 같이 노래 듣자. 겨울 눈 보러 가는 것도 잊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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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빈밴드’가 들려준 겨울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면 소복소복 눈 내리는 겨울밤에도 들어보길 바라며.
아직 가을을 품고 있었던 작년 사진을 함께 보내며 마칠게. 다음 소설에서는 첫눈과 함께 만날지도 모르겠다!
이건 덧붙이는 말, 혹은 덧붙이는 노래. ‘오늘은 잠에 들 거예요’를 듣다 보니 또 생각나는 추억의 겨울 노래가 있었어. 아마 돼지의 또래라면 알 것 같은,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OST ‘이터널 스노우’… 펑펑 내리는 눈이 떠오르고, 눈물 콧물이 함께 흐르는 노래야. 혹시 들어보지 않았다면 한 번 찾아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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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타의 반짝이는 우리말
가을의 끝자락, 햇살과 단풍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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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바람이 먼지도 구름도 말끔히 밀어내 하늘이 깨끗하게 푸르른 날이었다. 비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딱 마침 전날 밤에만 살짝 내린 비가 오히려 당일 아침을 한결 말갛고 청초하게 만들어놓았다. 노래 ‘가을 아침’의 가사처럼 꼭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쳐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 할까 말까’ 한 완벽한 날. 만삭 사진 촬영에 딱이로군, 기분 좋은 마음으로 촬영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은 입동. 겨울 절기의 시작이다. 다만 24절기는 중국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우리나라의 기후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고 대략 2주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니까 입동인 현재 우리나라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어디쯤에 있는 것. 유명한 단풍 산들은 진작 울긋불긋 알록달록한 옷들을 입었지만 내가 체감하는 우리 동네 나무들의 단풍 절정은 지금이다. 어디를 걸어도 발 아래로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을 수 있고 머리 위로 푸른 배경에 빨갛고 노란 장식들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구구절기 자기들에게 전하려 한다. 근데 이제 나의 만삭 사진을 곁들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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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톺아보기 ①
⟡ 하늬바람 — 서쪽에서 부는 바람. 주로 농촌이나 어촌에서 이르는 말이다.
⟡ 울긋불긋 — 짙고 옅은 여러 가지 빛깔들이 야단스럽게 한데 뒤섞여 있는 모양.
⟡ 알록달록 — ‘알로록달로록’의 준말.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조금 성기고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모양.
⟡ 바스락 — 마른 잎이나 검불, 종이 따위를 가볍게 밟거나 뒤적일 때 나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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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결혼을 준비할 때 ‘스드메’의 ‘스(스튜디오 사진 촬영)’는 생략하고 대신 야외 스냅 촬영만 진행했다. 우리가 만난 교회와 우리의 학창 시절 늘 곁에 있었던 양재천에서 사진을 찍었다. 구구절기 멤버들도 그날 파란색 드레스코드를 맞춰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콩이가 난동을 부려 아르마딜로의 흰 스커트에 초록 풀물이 들기도), 워낙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그날 유독 더 가득히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모든 걸 완벽하게 진행해 주었던 사진 작가님에게 이번 만삭 촬영도 요청했다. 집과 집 근처에서 촬영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강아지들(콩이&탄이)도 같이 찍고 싶다고, 가능할지 문의하자 작가님은 “통제가 잘 될까요?” 하면서도 흔쾌히 수락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콩이와 탄이는 작가님이 말을 걸거나 움직일 때마다 우우웅 왕왕거렸다. 일곱 해를 함께하며 알게된 콩이 탄이의 특징은 일단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는 것, 그중에서도 남자 어른과 할머니를 특히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친해지려면 집에 네 번 이상 방문하거나 이틀 이상 같이 잠을 자야 하는데, 그러기는 사실 쉽지 않다(지금까지 가족들과 구구절기 멤버들 정도만 함).
여담이지만 그래서 같이 자취를 했던 돼지는 완전히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다. 콩이 탄이는 돼지와 함께 살지 않은 지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나와 남편 없이 돼지하고만 함께 있어도 그걸 별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돼지에게 둘을 부탁하고 며칠 여행을 다녀와도 우리를 그렇게 애틋해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우와 정말 돼지랑 잘 지내는구나’ 감탄하는 동시에 ‘이것들이 그래도 주인 없이 이렇게까지 안정적일 수가 있단 말인가’ 어이 없는 실소도 터진다.
어쨌든, 그리하여 남자이자 어른이자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는 사진 작가님을 콩이 탄이는 영 낯설어했다. 작가님이 “얘들아 우리는 이제 친구야” 얘기하면 콩이 탄이는 “우왕왕왕!(아니야!)” 대답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작가님은 프로페셔널하게 우리와 콩이 탄이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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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한마음이 되어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은 별로 없지만 제멋대로 하나씩(주로 콩이) 튀는 사진이 그 자체로 우리의 모습이어서 아주 마음에 든다. 가재미눈을 한 콩이도 짜부된 얼굴의 탄이도 이렇게 귀여울 수가.
가을 햇살 가득히 들어오는 거실에 옹기종기 앉은 우리 넷(아니 뱃속 아기까지 다섯)의 사진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동시에 일주일 내내 청소한 보람이 뿌듯하게 차오른다. 집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어찌나 열심히 청소를 했던지. 전날 밤에 부랴부랴 트리도 꺼냈더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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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톺아보기 ②
⟡ 왕왕 —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크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우는 소리.
⟡ 찰칵찰칵 — ‘찰카닥찰카닥’의 준말. 사진기의 셔터 따위가 자꾸 눌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 옹기종기 — 크기가 다른 작은 것들이 고르지 아니하게 많이 모여 있는 모양.
⟡ 부랴부랴 — 매우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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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흰색이나 아이보리색의 차분한 톤으로 통일된 인테리어가 유행이다. 아기 방까지 그렇게 꾸미는 것이 이젠 거의 스테디인 듯한 그 인테리어는 그러나 전혀 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원색을 좋아하는걸. 내 최애 캐릭터 중 하나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쿠키몬스터이고(파란색) 아기의 애착 인형은 이미 엘모(빨간색)로 정해 버렸는걸. 스티치 인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란색 몸에 빨주노 코스튬을 입어서 백여 개의 인형들을 처분하는 동안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아기 방에 놓일 준비를 마쳤는걸! 물방울무늬 스티커는 벌써 몇 년 전에 사두었고 구구절기 멤버들과 함께 제작한 단행본 시리즈(책등이 알록달록함)도 아기 방에 놓기로 이미 마음 먹었기 때문에 결국 우리 아기의 방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내 생각엔 한껏 가을과 겨울 분위기의 방인데, 자기들 의견은 어떠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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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태몽은 호랑이였다. 당근마켓에 누가 아기 호랑이를 판다고 글을 올렸고, 내가 구매 의사를 밝혔다. 패딩을 입은 인상 좋은 아저씨가 순식간에 우리 집으로 강보에 싸인 호랑이를 안고 들어왔고 하얗고 분홍하게 반짝이는 아기 호랑이가 너무 예뻐서 나는 홀라당 마음을 빼앗겼다. 그런데 손을 뻗어 쓰다듬어 보려니까 째깐한 것이 자기도 호랑이라고 얼마나 얼굴을 힘있게 휘저으며 하악질을 하는지. “하아악!”에 놀란 나는 얼른 주방에 있는 남편에게 달려가 못 키울 것 같다고 여보가 가서 구매 취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응응,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자꾸 주방에만 앉아있는 것.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키울 수 없을 것 같다고 얘기하러 다시 아저씨와 호랑이에게 갔는데, 웬걸 아저씨는 이미 사라졌고 아기 호랑이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비싼 호랑이를 왜 돈도 안 받고 아저씨는 그냥 가버린 것인지. 나는 이제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질, 콩이 탄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양육 난이도를 선보일 이 호랑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그 와중에 이놈은 왜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지. 혼란스러워 하던 중 휴대폰이 울렸고, 돼지의 전화였고, 나는 횡설수설 꿈 얘기와 현실 얘기를 섞어 말했고, 돼지는 “그거 태몽 아니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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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이름은 진작부터 사락이로 정해놓고 있었다. 사랑이가 아닌 사락이라고 하면 늘 무슨 뜻이냐는 꼬리 질문이 뒤따르는데, ‘사락’은 순우리말 부사어 ‘사락사락’에서 따온 것이다. 내 이름은 아주 평범한 이름이었는데 나는 그 평범성이 어릴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난한 이름이 가장 좋다고들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아이가 무난할 때에나 맞는 이론이라고, 한 반에 같은 이름 세 명이 함께 있는 것이 상당한 스트레스였던 나는 늘 생각해 왔다. 결국 나는 성인이 되어 내가 고른 이름으로 개명을 했는데 대만족 중이다. 사락이도 마음에 안 들면 바꾸겠거니 하며, 그러나 무난할지 별날지 알 수 없는 아이의 성정이라면 별난 쪽에 맞춰주고 싶다는 것이 나와 남편의 생각이다.(맞지 남편?)
둘째 이름도 정해 놓았는데 둘째는 ‘모락’이다. ‘모락모락’의 모락! 이 또한 순우리말 부사에서 왔다. 사락사락 책장 넘기는 소리와, 모락모락 따스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찻잔의 이미지에서 가져온, 국문과 출신 엄마의 픽. 셋째의 이름은 사실 미정인데 생각보다 ‘락’이 들어가는 단어가 엄청 많다. 남편은 화락이를 밀고 있고, 나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우리는 가끔 장난으로 우락부락, 와락, 들락날락 같은 얘기를 하며 꺄르르 웃는다. 아기는 안 좋아할지도…(미안) 그럼 너도 나중에 바꿔라~ 개명 비용은 약 4만5천 원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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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톺아보기 ③
⟡ 사락사락 — 무엇이 자꾸 가볍게 쓸리거나 맞닿는 소리. 눈 따위가 가볍게 내리는 소리.
⟡ 모락모락 — 연기나 김 따위가 계속 조금씩 피어오르는 모양. 곱고 순조롭게 잘 자라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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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기 레터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바로 가을의 매력이다. 몇 번 이야기했듯 나는 봄-겨울-여름-가을 순으로 계절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짧고 조용하게 지나가는 가을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가을 원고를 쓸 때마다 매번 가을이 참 예쁜 계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단풍이 이렇게 고운 색이었나, 낙엽의 바스락거림이 이렇게 듣기 좋은 소리였나, 푸른 하늘이 이토록 가까이 다가왔었나.
어릴 때 부모님이 내장산으로 단풍 구경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나는 혹시라도 같이 가자고 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겨우 나뭇잎이나 보러 힘들게 산에 오르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뭇잎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인지 요만큼도 몰랐으니까. 다행히 같이 안 가 좋았고, 부모님이 기념품으로 사다준 대형 연필만이 마음에 쏙 들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그때의 부모님 나이 언저리까지 왔나? 산길과 언덕길을, 하다 못해 골목길을 걷는 것조차 가을과 만난다는 설렘으로 두근두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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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을 먹으러 인사동에 다녀왔는데 인사동에 가득한 오래된 은행나무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외국인 관광객마냥 나무 아래에 서서 기념 사진을 다 찍고 돌아왔다. 세차게 부는 간절기 바람에 휘몰아치듯 쏟아지던 은행잎에 뺨따귀를 한두 대 맞아도 들뜬 기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가을에 취한 채로 가을과 겨울을 담은 노래들을 끊임 없이 듣고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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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요즘, 가을 나무들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속히 근처로 나가보길 권한다. 아마 다음 절기부터는 이미 이름부터 ‘소설(小雪)’로 더 이상 가을 타령을 하기도 애매하거니와 실제 날씨도 쌀쌀함보다는 추움에 가까워질 것이다.
가장 예쁜 낙엽도 주워보고, 잎들을 휘날리며 움직이는 바람의 춤도 구경하고, 흩날리는 낙엽에 뺨따귀도 몇 대 맞아보면서 누군가를 떠올리거나 혹은 지금을 기억하기를. 길가 벤치에 앉아 구구절기 입동 편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간절기 필수템 기억하는지. 경량패딩, 뜨아, 그리고 구구절기 말이다. 필수템들 잘 챙기시고 소설에 겨울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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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구구절기 이야기: 상강(霜降)
📚책읽을결심: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벌써 1년이나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늦은 저녁에 그 소식을 보고 울컥했던 게 정말 엊그제 같은데 말이에요! 저도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를 서점에서 샀는데 아직 책장에 두고 읽지 않고 있어요. 부엉이가 참여한 모임처럼 저도 친구들과 독서 모임이라도 꾸려야 할까봐요. 독서 모임 경험자 부엉이! 독서 모임을 꾸려야한다면 어떤 점을 첫 번째로 준비해야 할까요?
🦉부엉이: 독서 모임에서 첫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아닐까 생각해요.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할 때, 서로의 생각을 듣고 편히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시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가지지는 말고, 가볍게 ‘이번 달에는 이 책 읽어볼까?’하고 다 같이 책 한 권을 정해서 짧은 소감을 나누어도 독서 모임 성공이죠! 그리고 한 가지 잊지 말아야할 것.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를 즐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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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입동하면 겨울, 겨울하면 겨울 간식. 주섬주섬 쌈짓돈을 꺼내 길거리 겨울 간식을 사먹을 계절이야. 다들 어떤 겨울 간식을 제일 좋아해? 돼지는 슈크림 붕어빵을 제일 좋아해.
🦖아르마딜로: 나는 호떡을 좋아해! 바삭하게 눌린 겉면에 씹으면 앗 뜨거! 하는 꿀이 흘러나오는 시장 호떡! 자만추를 기대하고 있는데 옛날만큼 쉬이 마주치진 않는 것 같아~
🦉부엉이: 돼지의 최애 간식 슈크림 붕어빵과는 정반대인 팥 붕어빵! ㅋㅋ 국화빵도 좋아! 요즘 길거리 간식은 계좌이체도 가능하지만, 꼬깃한 현금을 챙겨 사장님과 물물교환(?)하는 재미가 있지.
🐆치타: 추로스! 설탕 듬뿍 묻히고 계피향 솔솔 풍기는 그 맛이 너무 좋아. 나는 추로스를 스키장에서 처음 먹어봐서 딱 겨울 간식 느낌인데. 겨울 간식 맞나? 요즘엔 주변에 잘 없어서 코스트코 갈 때 한 번씩 사먹는 편이야. 길에서도 팔아추로~
오늘 구구절기는 어땠어? 구독자의 입동(立冬) 이야기도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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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동과 소설을 지나 대설이 오면, 구구절기 발송 2주년이야! 구구절기는 2023년 12월 4일 월요일 대설을 시작으로 2년 동안 절기에 대한 소식을 전해왔어.
구구절절한 네 짐승의 이야기가 구독자 자기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 궁금해. 2주년 맞이 구구절기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래 내 이야기 나누기를 통해 전해줘. 2주년 축하 메시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구구절기 멤버들에게 궁금한 점 등 모두 좋아!
2025년 12월 8일 월요일 대설 편에서 구구절기 2주년 특집으로 구독자 자기를 만나러 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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